트럼프 “화이자 백신 발표 늦췄다” 음모론에 불과한 이유(종합)

트럼프 “화이자 백신 발표 늦췄다” 음모론에 불과한 이유(종합)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0-11-10 17:46
업데이트 2020-11-10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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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예방효과 90%’라는 중간결과 발표 시점에 대해 “정치적 이유로 대선 뒤에 발표됐다”고 주장했다. 2020.11.10  AP·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예방효과 90%’라는 중간결과 발표 시점에 대해 “정치적 이유로 대선 뒤에 발표됐다”고 주장했다. 2020.11.10
AP·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예방 효과가 90%라는 임상시험 중간 결과는 어떤 의미일까.

9일(현지시간) 화이자와 AP통신에 따르면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의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BNT162b2’의 3상 임상시험은 지난 7월 27일 시작됐다.

참가자 총 4만 3538명…절반만 진짜 후보물질 접종
시험 참가자는 총 4만 3538명이며, 화이자는 전 세계 참가자의 약 42%, 미국 참가자의 약 30%가 “인종과 민족 면에서 다양한 배경을 지닌 이들”이라고 설명했다.

임상시험은 참가자를 둘로 나눠 한쪽에는 백신 후보물질을 접종하고, 다른 쪽에는 가짜 약(플라시보)을 투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참가자가 백신 후보물질을 맞았는지 위약을 맞았는지 여부는 참가자는 물론 의사들과 화이자도 알지 못한다.

이를 확인할 권한은 오직 화이자와 연관이 없는 과학자와 통계학자로 구성된 ‘데이터·안전모니터링위원회’(DSMB)라는 독립조직에만 부여돼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임상시험 전 과정을 감독했다.

접종은 두 차례에 걸쳐 실시됐고, 1차 접종 3주 후 2차 접종이 이뤄졌다.

2차 접종 일주일 뒤부터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거나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없는지 파악하는 추적·관찰이 시작됐다.

코로나19 확진 94명…백신 후보물질 접종자는 10% 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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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약사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참가자가 지난 5월 4일 미국 메릴랜드 의과대학에서 접종받고 있다. 2020.11.9  AP 연합뉴스
미국 제약사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참가자가 지난 5월 4일 미국 메릴랜드 의과대학에서 접종받고 있다. 2020.11.9
AP 연합뉴스
화이자는 8일까지 참가자 89.5%인 3만 8955명이 2차 접종을 마쳤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중간결과는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참가자 94명을 분석한 것이다.

화이자는 코로나19에 감염된 참가자 중 백신 후보물질과 가짜 약을 맞은 인원이 각각 몇 명인지는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대신 확진자 94명 중 백신 후보물질을 접종한 비율이 10% 미만이라고 설명했다. 즉 백신 후보물질을 맞고도 코로나19에 감염된 인원이 94명 중 9명 이하라는 것이다.

화이자는 당초 참가자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32명이 되면 백신 효과 분석에 들어가려고 했다. 그러나 이 숫자가 너무 적다는 문제 제기가 나왔고, 이후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62명으로 합의했다.

그런데 화이자와 FDA가 인원 수를 협의하는 사이 참가자 중 확진자가 94명으로 늘어나면서 최종적으로 이들이 분석 대상이 됐다. 하반기 들어서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확진자가 늘어난 것이 백신 효과 분석에는 도움을 준 셈이 됐다.

트럼프 “정치적 이유로 대선 끝난 뒤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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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연달아 글을 올려 “내가 전부터 말했듯이 화이자와 다른 제약사들이 대선 이후에 백신을 발표했다”면서 “(대선) 전에 그렇게 할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마찬가지로 FDA 역시 더 일찍 발표했어야 한다”면서 “정치적 이유 때문이 아니라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다!”라고 강조했다.

또 “FDA와 민주당은 내가 선거 이전에 백신 성공을 이루는 걸 원치 않았으며, 그래서 닷새 뒤에야 나왔다”면서 “내가 오래 전부터 말한 것처럼!”이라고 덧붙였다.

화이자 등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제약사들이 대선 전에 긍정적인 결과를 얻어놓고도 정치적 이유로 발표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만약 대선 전에 화이자 백신 효과 중간결과 발표가 나왔더라면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정작 제약사들이 대선 전에 이미 결과를 확보했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한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독립위원회, 대선 뒤에 자료 열람…트럼프 주장은 ‘음모론’
반면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등 언론들은 화이자와 FDA가 분석 대상 수 등을 놓고 협의하느라 DSMB가 대선이 끝난 뒤인 8일에야 자료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화이자의 임상시험은 참가자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164명이 될 때까지 진행된다.

이날 화이자는 현재까지 심각한 안전우려는 관찰되지 않았다면서 이달 셋째 주 FDA에 백신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다만 FDA가 설정한 ‘긴급사용승인 신청 전 2차 접종을 마친 시험 참가자 절반 이상을 두 달간 추적·관찰’이라는 조건이 달성되려면 이달 말은 돼야 한다고 AP통신은 지적했다. 백신의 효과가 얼머나 지속되는지 등을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화이자는 현 상황에서 예상하는 올해와 내년 코로나19 백신 최대 생산량은 각각 5000만 도즈(1도즈는 1회 접종분)와 13억 도즈라고 밝혔다.

AP통신은 “제약사들이 백신 사용 승인이 떨어지는 상황에 대비해 이미 재고를 비축하고 있지만, 첫 백신은 물량이 부족해 배급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다른 제약사 모더나는 이르면 이달 말 당국에 사용 승인을 신청할 수 있을 전망이고 영국 아스트라제네카는 최근 연말까진 백신의 효과성을 입증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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