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우려·코로나19로 취임식장 일대 완전봉쇄
시민들 TV로 보다가 바이든 취임사에 환호성
“바이든, 아픔 공감하고 그로부터 화합 시작될 것”
행복하자며 거리 서명, 성조기 들고 ‘작은 축제’도
무력시위 없었고, 트럼프 지지자도 대결보다 대화
“우리는 두려움이 아닌 희망, 분열이 아닌 통합, 어둠이 아닌 빛에 관한 미국의 이야기를 써내려갈 것이다.”
조 바이든 제46대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가운데 인근 식당에 걸린 대형TV로 취임사를 듣던 시민들을 두 손을 치켜들며 환호성을 질렀다.
지난 6일 의회 난입 참사와 같이 트럼프 지지자들이 무력 시위를 재연할 수 있다는 첩보에 따라 주 방위군 2만 5000명이 내셔널 몰과 의사당 주변을 완전하게 봉쇄하면서 시민들은 대형TV가 있는 곳곳의 식당에 둘러서 함께 취임식을 봤다.
취임사를 듣고 뭉클한 듯한 표정을 지었던 흑인 오크리 모제스(61)는 “이제 미국을 치유하고 통합할 때가 됐다. 흑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바이든은 사람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위로할 것이고, 그것을 시작으로 화합의 분위기가 확산될 것”이라고 했다.
캘리포니아에서 왔다는 한 히스패닉 여성은 “우리 주에서 상원의원을 했던 첫 여성 부통령 카멀라 해리스의 취임 선서를 보며 내 딸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만난 토마스(41)도 “트럼프는 자기 마음대로 국가를 움직였다. 하지만 바이든은 주류이고 중도파이며 오랜 경륜을 가진 정치인이다. 무엇보다 정상이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취임식을 멀리서나마 보고 싶었는데 코로나19와 트럼프 지지자들 때문에 화면으로 보게 돼 아쉽다”고 했다.
워싱턴 시내 중심가에 있는 13개 지하철역이 봉쇄됐지만 시민들은 외곽에 있는 지하철역에서 내려 길게는 1시간을 걸어 중심가에 모였다. 2만 5000명의 주 방위군은 주요 시설은 물론 지하철 플랫폼에서도 총기를 내놓은 채 경계 근무를 하면서 혹시 모를 소요 사태에 대비했다. 대부분의 1층 상점들은 나무 합판으로 유리창을 가렸고, 당국이 바리케이트나 철조망 외에 덤프트럭으로 봉쇄한 도로도 눈에 띄었다.
바이든의 취임사가 끝나자 도심 곳곳에서 시민들의 작은 축제가 벌어졌다. 다함께 행복하자며 시민들에게 서명을 받는 이도 있었고, 자전거나 전동 킥보드를 타고 바이든 지지 깃발을 들고 지나며 환호성을 지르는 이들도 있었다. 한 시민은 트럼프 지지 깃발을 두 손에 든 채 “언론이 트럼프를 너무 괄시했다”며 서운해했지만, 그는 사람들과 다툼을 벌이기보다 생각을 나눠보고 싶다고 했다.
바이든 이날 취임사에서 “내 모든 영혼은 미국을 다시 합치고 통합시키는 데 있다”며 “통합이 나아갈 길”이라고 했다. 또 의회 난입 참사를 언급하며 “오늘 우리는 한 후보가 아닌 민주주의라는 명분의 승리를 축하한다. 지금 이 순간 민주주의가 승리했다”고 말했다. 역사상 통합은 항상 승리해 왔다며 사례로 남북전쟁, 대공황, 1·2차 세계대전, 9·11 테러 등을 꼽기도 했다.
대외 정책에 대해서는 “우리는 힘의 본보기가 아니라 본보기의 힘으로 이끌 것”이라며 “우리는 평화, 진보, 안보를 위해 강력하고 믿을 수 있는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했다. 동맹을 통해 미국의 리더십을 회복하겠다는 기조를 재확인한 것이다.
전날 내셔널몰 링컨기념관 앞 리플렉팅풀에서 400개의 불빛을 밝히며 40만명 이상의 코로나19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것으로 취임식 절차를 시작했던 바이든은 이날 연설 도중에도 이들을 위한 묵념을 청했다.
이날 정오 대통령 직무를 시작한 바이든은 공식 트위터 계정(@POTUS)에 “우리가 직면한 위기를 타개하는 데 있어 낭비할 시간이 없다”고 썼다. 취임날부터 곧바로 백악관 집무실에서 15개 이상의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이유를 설명한 셈이다.
이날 취임식에서 팝스타 레이디가가는 미국 국가를, 인기 컨트리가수 가스 브룩스는 찬송가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열창했다. 제니퍼 로페즈도 참여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시대 워싱턴DC를 멀리했던 유명 연예인들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이날 거리 풍경 중 가장 달라진 것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취임장에서도 바이든을 포함해 참석자 전원이 마스크를 썼고 연단 뒤쪽 좌석은 6피트(약 1.8m) 간격으로 좌석을 띄우는 등 방역수칙을 지키는 모습을 보였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시민들 TV로 보다가 바이든 취임사에 환호성
“바이든, 아픔 공감하고 그로부터 화합 시작될 것”
행복하자며 거리 서명, 성조기 들고 ‘작은 축제’도
무력시위 없었고, 트럼프 지지자도 대결보다 대화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 인근 식당에서 시민들이 화면으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사를 보고 있다. 서울신문DB
조 바이든 제46대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가운데 인근 식당에 걸린 대형TV로 취임사를 듣던 시민들을 두 손을 치켜들며 환호성을 질렀다.
지난 6일 의회 난입 참사와 같이 트럼프 지지자들이 무력 시위를 재연할 수 있다는 첩보에 따라 주 방위군 2만 5000명이 내셔널 몰과 의사당 주변을 완전하게 봉쇄하면서 시민들은 대형TV가 있는 곳곳의 식당에 둘러서 함께 취임식을 봤다.
취임사를 듣고 뭉클한 듯한 표정을 지었던 흑인 오크리 모제스(61)는 “이제 미국을 치유하고 통합할 때가 됐다. 흑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바이든은 사람들의 아픔을 공감하고 위로할 것이고, 그것을 시작으로 화합의 분위기가 확산될 것”이라고 했다.
20일(현지시간) 덤프 트럭으로 봉쇄한 워싱턴DC 중심가 도로(위). 시내 곳곳에 설치된 검문소(아래). 서울신문DB
인근에서 만난 토마스(41)도 “트럼프는 자기 마음대로 국가를 움직였다. 하지만 바이든은 주류이고 중도파이며 오랜 경륜을 가진 정치인이다. 무엇보다 정상이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취임식을 멀리서나마 보고 싶었는데 코로나19와 트럼프 지지자들 때문에 화면으로 보게 돼 아쉽다”고 했다.
워싱턴 시내 중심가에 있는 13개 지하철역이 봉쇄됐지만 시민들은 외곽에 있는 지하철역에서 내려 길게는 1시간을 걸어 중심가에 모였다. 2만 5000명의 주 방위군은 주요 시설은 물론 지하철 플랫폼에서도 총기를 내놓은 채 경계 근무를 하면서 혹시 모를 소요 사태에 대비했다. 대부분의 1층 상점들은 나무 합판으로 유리창을 가렸고, 당국이 바리케이트나 철조망 외에 덤프트럭으로 봉쇄한 도로도 눈에 띄었다.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한 지하철역에서 경계근무를 서는 주방위군(위). 시내에서 줄을 지어 이동하는 주방위군(아래). 서울신문DB
바이든 이날 취임사에서 “내 모든 영혼은 미국을 다시 합치고 통합시키는 데 있다”며 “통합이 나아갈 길”이라고 했다. 또 의회 난입 참사를 언급하며 “오늘 우리는 한 후보가 아닌 민주주의라는 명분의 승리를 축하한다. 지금 이 순간 민주주의가 승리했다”고 말했다. 역사상 통합은 항상 승리해 왔다며 사례로 남북전쟁, 대공황, 1·2차 세계대전, 9·11 테러 등을 꼽기도 했다.
대외 정책에 대해서는 “우리는 힘의 본보기가 아니라 본보기의 힘으로 이끌 것”이라며 “우리는 평화, 진보, 안보를 위해 강력하고 믿을 수 있는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했다. 동맹을 통해 미국의 리더십을 회복하겠다는 기조를 재확인한 것이다.
20일(현지시간) 바이든 취임 후 워싱턴DC 국회의사당 인근 거리에서 함께 행복하자는 서명 제안에 한 시민이 서명을 하고 있다(위). 트럼프 지지자가 한 시민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아래). 서울신문DB
이날 정오 대통령 직무를 시작한 바이든은 공식 트위터 계정(@POTUS)에 “우리가 직면한 위기를 타개하는 데 있어 낭비할 시간이 없다”고 썼다. 취임날부터 곧바로 백악관 집무실에서 15개 이상의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이유를 설명한 셈이다.
이날 취임식에서 팝스타 레이디가가는 미국 국가를, 인기 컨트리가수 가스 브룩스는 찬송가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열창했다. 제니퍼 로페즈도 참여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시대 워싱턴DC를 멀리했던 유명 연예인들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취임식 도중 조 바이든 대통령과 가족들이 포옹을 나누고 있다. 옆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 AP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