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소의 경매사 올리버 바커가 14일(현지시간) 얼굴 없는 작가 뱅크시의 ‘사랑은 쓰레기통에 있다’가 입찰 경쟁 끝에 1870만 파운드(약 300억원)에 낙찰됐음을 알리는 손망치를 두드리고 있다.
소더비 경매소 제공 AP 연합뉴스
소더비 경매소 제공 AP 연합뉴스
지난 2018년 10월 영국 런던의 소더비 경매에서 104만 2000 파운드(약 16억 9000만원)에 팔렸던 그의 작품 ‘풍선과 소녀’가 14일(현지시간) 다시 같은 경매에 나왔는데 1870만 파운드(약 304억원)에 낙찰됐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경매에서 팔린 뱅크시의 작품 중 최고가 기록이다. 종전 최고가는 지난 5월 1680만 파운드였다.
이 작품은 3년 전 낙찰된 직후 경보 소리와 함께 그림 액자 틀에 숨겨진 파쇄기가 자동으로 작동해 가늘고 긴 조각들로 찢어져 큰 화제가 됐다. 뱅크시는 SNS를 통해 자신의 소행이며 그림 전체를 파쇄할 계획이었다고 털어놓았는데 실제로는 그림 절반가량만 액자를 통과해 찢어졌다. 경매 관계자가 파쇄기를 멈춘 것인데 극적인 요소가 되려 배가됐다. 작가가 낙찰된 자신의 작품을 파손하게 만드는 사상 초유의 소동으로 이 작품은 더 유명해져 새 작품 이름 ‘사랑은 쓰레기통에 있다‘가 붙여졌다.
당시 뱅크시는 직접 만든 동영상에서 ‘파괴하고자 하는 욕망도 창조적인 욕구’라는 파블로 피카소의 발언을 소개했다.
3년 만에 다시 경매에 나온 이 작품이 400만~600만 파운드에 팔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낙찰가는 그 예상을 훨씬 넘어섰다. 작품 구매자는 아시아의 개인 수집가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다른 8명과 10분 동안 치열한 눈치싸움 끝에 이 작품을 손에 넣었다.
이 작품은 2019년 3월 이후 독일 슈투트가르트 미술관에 영구임대돼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소더비의 경매사 올리버 바커는 이날 경매에 앞서 자동 파쇄되는 작품이 “그대로 있어서 다행”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했는데 사실은 슈투트가르트 미술관 측이 액자 속의 파쇄기를 아예 제거한 덕분이다. 관람객들의 손을 탈까봐 미리 조치한 것이었다. 3년 전 구매한 유럽인 수집가는 작품이 훼손되는 것을 두 눈으로 보고도 구매를 철회하지 않았는데 이번 낙찰로 상당한 차익을 거뒀을 것으로 짐작된다.
당시 BBC의 예술 전문기자 윌 곰퍼츠는 “21세기 초반 가장 의미있는 작품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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