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에 비친 감시자들”…철저한 中감시하에 진행된 펑솨이 인터뷰

“거울에 비친 감시자들”…철저한 中감시하에 진행된 펑솨이 인터뷰

김채현 기자
김채현 기자
입력 2022-02-08 15:57
수정 2022-02-08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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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현장 사진에 펑솨이가 앉아있는 왼편 거울로 한 남성이 팔짱을 끼고 그를 응시하고 있는 모습이 우연히 포착됐다. ‘레퀴프’ 인터뷰 캡처
인터뷰 현장 사진에 펑솨이가 앉아있는 왼편 거울로 한 남성이 팔짱을 끼고 그를 응시하고 있는 모습이 우연히 포착됐다. ‘레퀴프’ 인터뷰 캡처
중국의 테니스 스타 펑솨이가 고위 관리인 장가오리 전 부총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뒤 자취를 감춘 후 다시 돌아와 성폭행 피해 주장을 계속해서 번복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장가오리 전 중국 국무원 부총리에게 성폭행을 당한 적이 있다는 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뒤 번복한 펑솨이가 최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을 만난 사실을 털어놓았다.

펑솨이는 7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포츠신문 ‘레퀴프’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펑솨이는 인터뷰에서 “나는 실종된 적 없다”며 “성폭행당했다고 말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느 누가 나를 어떤식으로든 성폭행했다고 말한 적 없다”며 “난 사라진 적이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내 SNS 게시물이 세계적으로 엄청난 오해를 불러일으켰고, 더는 그 의미가 왜곡되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성폭행 피해 폭로 게시물을 왜 삭제했냐는 질문에는 “내가 원해서 지웠다”고 짧게 답했다.
중국 테니스 스타 펑솨이가 지난 6일 베이징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폐쇄 루프’ 안의 한 호텔 객실에서 창 밖을 내려다보고 있다. 그녀의 셔츠는 자국 아이스하키 대표팀 유니폼이라고 한 시간 동안 인터뷰를 진행한 프랑스 스포츠신문 ‘레퀴프’는 다음날 전했다. 레퀴프 홈페이지 캡처
중국 테니스 스타 펑솨이가 지난 6일 베이징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폐쇄 루프’ 안의 한 호텔 객실에서 창 밖을 내려다보고 있다. 그녀의 셔츠는 자국 아이스하키 대표팀 유니폼이라고 한 시간 동안 인터뷰를 진행한 프랑스 스포츠신문 ‘레퀴프’는 다음날 전했다.
레퀴프 홈페이지 캡처
다시 돌아온 펑솨이 “성폭행 얘기한 적 없다”게시물을 올린 후 중국 당국과 마찰이 있었냐는 질문에도 즉답을 피했다.

그는 “모든 개인적 감정과 스포츠, 정치는 명백히 분리되는 세 분야”라면서 “내 연애 문제, 개인적 삶은 스포츠나 정치와 엮어서는 안된다”고 마무리했다.

인터뷰가 나가고 8일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 등 외신은 펑솨이 인터뷰 중 그의 뒤에 비친 한 남성의 모습에 집중했다.

해당 인터뷰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베이징의 한 호텔에서 중국올림픽위원회 관계자가 동행한 엄격한 조건 하에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인터뷰 현장 사진을 보면 펑솨이가 앉아있는 왼편 거울로 한 남성이 팔짱을 끼고 그를 응시하고 있는 모습이 우연히 포착되기도 했다.

외신은 펑솨이의 이번 인터뷰에 대해 “중국 정부가 특정 대사를 고집하는 엄중한 모습을 보이는 등 중국 정부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세계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스티브 사이먼 대표 역시 “이번 인터뷰는 펑솨이의 첫 SNS 게시물에 대한 우려를 줄여주지는 못한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펑솨이를 개인적으로 면담할 기회를 달라고 재차 요구했다.
중국의 테니스 스타 펑솨이가 고위 관리인 장가오리 전 부총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뒤 자취를 감춘 후 다시 돌아와 성폭행 피해 주장을 계속해서 번복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중국의 테니스 스타 펑솨이가 고위 관리인 장가오리 전 부총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뒤 자취를 감춘 후 다시 돌아와 성폭행 피해 주장을 계속해서 번복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부총리에게 성폭행 당했다”…펑솨이 폭로에 ‘검색어 차단’까지 한 中펑솨이는 한때 복식 세계 랭킹 1위까지 오른 중국의 테니스 스타다.

당시 뉴욕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펑솨이는 SNS에 장 전 부총리가 부인과 함께 테니스를 치자고 집으로 초청한 뒤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썼다.

그는 구체적인 날짜와 정황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그날 오후에 절대 동의하지 않았다”며 “계속 울었다”고 주장했다.

펑솨이는 당시 글에서 “부총리쯤 되는 지위에 계신 분이라면, 두렵지 않다고 할 것을 안다. 하지만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도, 화염을 향해 날아드는 나방이 되더라도, 자멸을 재촉하는 길일지라도 진실을 알리겠다”고 강조했다.

원글은 올라온 지 몇 분 만에 삭제됐으나 게시글 캡처 본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 퍼졌고, 의혹은 점점 커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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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솨이(彭帥) AFP 연합뉴스
펑솨이(彭帥)
AFP 연합뉴스
가해자로 지목된 대상은 시진핑 집권 1기 당시 중국 최고 지도부 중의 한 명이었던 장가오리 전 부총리로 알려졌다.

2018년 은퇴한 장 전 부총리는 국무원 부총리로서 2013~2018년 중국 공산당 중앙 정치국 상무위원을 지냈다.

2002~2007년에는 산둥 당 위원회 부서기를 맡았고, 이번 의혹이 제기된 2007~2012년에는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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