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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과 인연 끊는다”…부모가 ‘의절광고’ 내는 미얀마 상황

“자식과 인연 끊는다”…부모가 ‘의절광고’ 내는 미얀마 상황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2-02-10 17:04
업데이트 2022-02-10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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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망명 신청한 미얀마 전직 축구 대표팀 골키퍼
일본에 망명 신청한 미얀마 전직 축구 대표팀 골키퍼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세 손가락 경례’를 하는 미얀마 전 축구 국가대표팀 골키퍼 피 리앤 아웅. 그는 일본에 망명 신청을 해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2021.6.17
AP 연합뉴스
미얀마의 군부 쿠데타 이후 자녀와 의절을 선언하는 부모가 늘어가고 있다.

부모로부터 의절당한 이들은 모두 군부에 저항하는 활동을 벌이는 이들이다.

일본 망명한 전직 축구대표팀 골키퍼 의절당해
일본 아사히신문은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항의해 귀국을 거부한 뒤 난민으로 인정받은 미얀마 전 축구 국가대표팀 골키퍼 피 리앤 아웅이 최근 부모로부터 의절 통보를 받았다고 10일 보도했다.

리앤 아웅의 아버지는 변호사를 통해 지난 8일 현지 신문에 낸 광고에서 “현재 일본에 있는 아들은 여러 차례 부모를 거역하고 부모를 슬프게 해 의절했다. 아들과 인연을 끊었으며 앞으로 그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리앤 아웅은 “슬프다는 말밖에는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미얀마 제2의 도시 만달레이에 사는 리앤 아웅의 형도 “슬프다는 말 외엔 할 말이 없다”고 전해왔다.

리앤 아웅의 아버지가 아들과의 인연을 진심으로 끊은 것인지, 아니면 군부의 탄압을 피하기 위해 이런 광고를 낸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이후 국영신문에 의절광고 게재
그러나 미얀마에서는 군부에 반대하는 이들뿐만 아니라 그 부모까지 잡아들이면서 자녀에게 의절을 선언하는 광고를 신문에 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해 10월 미얀마 현지의 유명 가수 마운마운윈이 국영신문 광고란에 아들을 의절한다는 선언을 밝힌 이후 ‘의절광고’가 꾸준히 이어졌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해 11월에는 하루에 15명 정도가 광고를 통해 의절당했다.

일본에서 난민으로 인정받은 뒤 미얀마 군부를 향한 반대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는 리앤 아웅의 부모도 구속을 피하기 위해 의절광고를 냈을 가능성이 있다.

리앤 아웅은 앞서 지난해 5월 일본에서 열린 월드컵 예선전에서 쿠데타 군부에 대한 저항의 표시인 ‘세 손가락 경례’를 한 뒤 “귀국하면 목숨이 위험할 수 있다”며 일본에 망명을 신청해 받아들여졌다.

TV 중계 카메라에 잡힌 이 경례 장면으로 리앤 아웅은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에 맞서는 상징적인 인물로 떠올랐다.

3개월간 하루 평균 6~7개 의절광고
군부 탄압에 자식과 의절 선언하는 미얀마 부모들
군부 탄압에 자식과 의절 선언하는 미얀마 부모들 태국 국경 마을에 은신해 미얀마 군부에 대항해 무장투쟁에 참여 중인 린 린 보보(26)가 최근 부모의 의절 선언 광고를 본 뒤 눈물을 흘렸다. 2022.1.26
로이터 연합뉴스
로이터통신도 부모로부터 의절을 당하는 저항세력들을 최근 조명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3개월 동안 하루 평균 6~7건의 의절광고가 미얀마 국영신문에 실렸다.

통신이 확인한 ‘의절광고’만 약 570개에 달했다.

태국 국경 마을에 은신해 무장투쟁에 참여 중인 린 린 보보(26)는 로이터통신과의 통화에서 군인들이 자신을 잡기 위해 집에 다녀간 뒤 어머니가 연을 끊겠다는 광고를 냈다고 전했다.

린 린 보보의 어머니 역시 리앤 아웅의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부모의 뜻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어 우리는 린 린 보보와 의절함을 선언한다”고 광고를 통해 밝혔다.

린 린 보보는 의절 선언을 읽고 난 뒤 울었다면서 “동료들은 군정 치하에서 가족들이 의절 선언을 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며 나를 위로했지만 내 가슴은 찢어졌다”고 토로했다.

미얀마 군부가 시위대를 폭행하는 영상을 찍어 독립 매체에 올렸다가 경찰의 추적을 받고 아내와 젖먹이 딸과 함께 태국으로 도망친 소 삐 아웅도 지난해 11월 의절을 당했다.

그의 아버지는 관영 신문에 게재한 광고를 통해 “내 아들이 부모의 뜻에 반해 용서할 수 없는 행위를 저질렀기 때문에 아들에 의절을 선언한다”면서 “그와 관련된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소 삐 아웅은 슬펐다면서도 “부모님이 탄압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이해한다. 집을 몰수당할 수도 있고, 체포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애써 이해하려 했다.

“가족이 곤경에 처하면 자식들도 곤란…이해할 것”
의절광고를 낸 한 부모는 로이터통신에 자식들도 이를 이해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 부모는 “내 딸은 자신이 믿는 바대로 행동하고 있지만, 우리가 곤경에 처한다면 딸이 걱정할 거라고 확신한다”면서 “우리가 한 행동을 딸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의 미얀마 관련 인권단체 ‘버마 캠페인 UK’에서 활동하는 와이 닌 쀤 똔은 군부에 반대하는 이들의 가족을 겨냥하는 전략은 1980년대 말과 2007년 군정 반대 시위 당시에도 이용됐지만, 지난해 쿠데타 이후에는 더 자주 사용되고 있다고 개탄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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