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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여성의 억울한 죽음… CCTV에 녹화된 노숙자 행동 ‘분노’

한인여성의 억울한 죽음… CCTV에 녹화된 노숙자 행동 ‘분노’

김유민 기자
김유민 기자
입력 2022-02-15 16:26
업데이트 2022-02-15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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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하던 35세 여성, 흉기에 찔려 숨져
아시아계 대상 증오범죄 급증하는 미국
살인 혐의로 기소되자 “안죽였다” 발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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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계 미국인들이 14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차이나타운에서 전날 새벽 인근에 있는 아파트 자택에서 뒤따라온 노숙자에게 숨진 한국계 여성 크리스티나 윤나 리를 추모하며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범죄가 근절돼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14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차이나타운에서 전날 새벽 인근에 있는 아파트 자택에서 뒤따라온 노숙자에게 숨진 한국계 여성 크리스티나 윤나 리를 추모하며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범죄가 근절돼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뉴욕주 뉴욕시 맨해튼 차이나타운에서 30대 한국계 여성이 피살됐다. 용의자는 25살 노숙자 아마마드 내시로, 그는 창문으로 도주를 시도했지만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아파트 CCTV에는 용의자 내시가 피해자의 뒤를 밟아 따라가는 모습이 고스란히 찍혔지만 그는 경찰서로 호송되는 과정에서도 “죽이지 않았다”며 발뺌했다.

뉴욕타임스는 14일(현지시간) 맨해튼 차이나타운 인근 6층짜리 아파트에 거주하는 크리스티나 유나 리(35)가 전날 숨진 채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이 아파트 주민들은 13일 오전 4시30분쯤 한 여성이 비명을 지르면서 도움을 청하는 소리를 들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피해자가 자택 욕조에서 흉기에 찔려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파트 CCTV에는 택시에서 내려 아파트로 들어가는 여성의 뒤를 20대 노숙자 남성이 뒤쫓아 들어가는 모습이 담겼다. 용의자 내시는 주소지가 노숙자 쉼터로, 2012년 이후 뉴욕과 뉴저지에서 강도 등의 혐의로 최소한 10차례 이상 체포된 전력이 있다. 지난해에만 폭력 등으로 4차례 경찰에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 CCTV에는 택시에서 내려 아파트로 들어가는 여성의 뒤를 20대 노숙자 남성이 뒤쫓아 들어가는 모습이 담겼다. 뉴욕포스트 캡처
아파트 CCTV에는 택시에서 내려 아파트로 들어가는 여성의 뒤를 20대 노숙자 남성이 뒤쫓아 들어가는 모습이 담겼다. 뉴욕포스트 캡처
피해자는 디지털 음악 온라인 플랫폼에서 수석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로 일했으며 뉴저지에서 이사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았고 용의자와는 모르는 사이이고 이전에 접촉한 적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는 노숙자 특히 정신질환이 있는 이들이 맨해튼 도심에서 행인을 위협하거나 공격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뉴욕 시민들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는 칼에 여러 차례 찔렸으며 사망 직전까지 거세게 저항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CTV 영상을 제공한 건물주는 “용의자가 거리를 두고 피해자 뒤를 쫓다가 복도에서부터 거리를 좁혀 바짝 따라갔다. 집 현관문이 닫히기 직전 문을 움켜잡았다”고 설명했다.

에릭 아담스 뉴욕시장은 “NYPD는 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으며 절대 이러한 폭력이 계속되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고 성명을 냈다. 그러나 며칠 전에도 주 유엔 한국대표부 소속 외교관이 맨해튼 한인타운 인근에서 신원 불명의 한 남성으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등 뉴욕의 아시아계 대상 증오범죄는 줄지 않고 있다. 아시아계 사람들은 차이나타운에서 희생자를 추모하며 “노숙인과 정신질환자에 대해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라며 시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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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없이 걷고 싶습니다
공포 없이 걷고 싶습니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14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차이나타운에서 전날 새벽 인근에 있는 아파트 자택에서 뒤따라온 노숙자에게 숨진 한국계 여성 크리스티나 윤나 리를 추모하며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범죄가 근절돼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뿌리 깊은 인종혐오… 당분간 지속될 듯
아시아계에 대한 미국의 ‘황색 공포’는 1882년 중국계의 미국 입국을 금지한 중국인배제법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코로나19와 미중 무역전쟁이 지속되면서 미국 내에 아시아계 혐오 분위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뉴욕의 경우 2020년 한해 동안 증오범죄 신고 265건 가운데 체포로 이어진 것은 35%인 93건뿐이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인권단체인 반명예훼손연맹(ADL)은 유색인종, 이민자들과 법집행관 사이의 뿌리 깊은 신뢰 부족 때문에 경찰에 전화하기를 조심스러워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증오 범죄로 의심할 여지가 분명한 사건임에도, 범행 동기를 규명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증오 범죄를 적용하는 데 회의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현지 분위기는 줄지 않는 증오범죄를 방치하고, 일상의 공포를 가중시키고 있다. 무엇보다 경찰과 검찰의 소극적인 대처 탓에 입증 책임은 피해자에게 돌아가는데 의사소통 능력과 유색 인종이라는 장벽, 명확한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이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한인 여성 4명 등 모두 8명이 희생된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연쇄 총격이 벌어진 지 이틀 뒤인 18일(현지시간) 세 군데 범행장소 가운데 한인 여성들이 숨을 거둔 애틀랜타 시내 두 스파 업소 근처에 마련된 임시 추모 터에 더 많은 꽃과 아시아인 증오범죄를 끝내자는 팻말이 눈에 띈다. 애틀랜타 AFP 연합뉴스
한인 여성 4명 등 모두 8명이 희생된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연쇄 총격이 벌어진 지 이틀 뒤인 18일(현지시간) 세 군데 범행장소 가운데 한인 여성들이 숨을 거둔 애틀랜타 시내 두 스파 업소 근처에 마련된 임시 추모 터에 더 많은 꽃과 아시아인 증오범죄를 끝내자는 팻말이 눈에 띈다.
애틀랜타 AFP 연합뉴스
김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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