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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동성애 지지’ 서방에 충성”…러 정교회 수장, 전쟁 정당화

“우크라, ‘동성애 지지’ 서방에 충성”…러 정교회 수장, 전쟁 정당화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2-03-08 17:14
업데이트 2022-03-08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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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릴 총대주교 “신 앞에 어느 편에 설지에 대한 전쟁”
“우크라에 피와 눈물 흐른다”며 비판한 교황과 대조적

러시아정교회 수장 키릴 총대주교
러시아정교회 수장 키릴 총대주교 AP 연합뉴스
러시아정교회의 수장이 성 소수자 문제를 이유로 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두둔하고 나섰다.

7일(현지시간) 모스크바타임스에 따르면 러시아정교회 수장인 키릴 총대주교는 전날 강론에서 우크라이나와 서방 국가들의 성 소수자 권익 지지를 죄악으로 규정하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인류가 신의 편에 설지, 반대편에 설지”에 대한 전쟁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가 거론한 ‘신의 편’이란 ‘게이 프라이드 행진’(성 소수자의 자긍심과 권익을 지지하는 행사)을 반대하는 것이다.

즉 성 소수자의 권익을 지지하는 서방의 가치를 옹호하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신에 대해 죄를 짓고 있다는 의미다.

키릴 총대주교는 “프라이드 행진은 죄가 인간 행동의 한 변화된 형태라는 점을 펼쳐 보여주려는 게 목적”이라면서 “그런 나라들의 집단(서방)에 합류하려면 프라이드 행진을 열어야 하는 이유가 거기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서방 세계를 향한 충성도를 드러내기 위해 프라이드 행진을 허용한 반면, 분리주의 세력인 동부 돈바스 지역은 이를 거부했다는 것이 키릴 총대주교의 눈에 비친 전쟁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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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정교회 수장과 만난 푸틴
러시아정교회 수장과 만난 푸틴 러시아정교회 수장 키릴 총대주교와 만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 연합뉴스
그는 2014년부터 계속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분리독립 운동을 두고 “돈바스에 존재하는 것들을 파괴하기 위한 시도가 8년 동안 진행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세계 강호를 자처하는 국가들이 오늘날 제의하고 있는 이른바 가치라는 것들을 돈바스는 근본적으로 거부했다”며 “그런 요구를 거부하는 사람이나 국가는 세계의 일부가 아닌 이방인이 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내 외국인을 주요 독자층으로 삼고 있어 러시아 정부에 비판적인 논조를 견지하는 모스크바타임스는 키릴 총대주교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치보다 훨씬 더 중요한 갈등으로 바라보며 ‘묵시적인 색채’로 덧칠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정교회는 러시아에 터를 잡은 기독교의 한 종파로서 동방정교회에서 최대 교세를 자랑하고 있다.

모스크바타임스는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이 공식적으로 세속(종교 중립성)을 지향함에도 러시아정교회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집권 후 정권 입장을 추종해 비판을 받아왔다고 보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러시아정교회 키릴 대주교
프란치스코 교황과 러시아정교회 키릴 대주교 AP 연합뉴스
미국 뉴스위크는 이러한 키릴 총대주교의 발언을 보도하며 그의 입장이 같은 뿌리에서 나온 가톨릭의 수장 프란치스코 교황과 상반된다고 지적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6일 베드로 광장 주일 강론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쟁으로 규정하며 분명하게 비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피와 눈물의 강이 흐른다”면서 “이는 군사작전이 아니라 죽음, 파괴, 고통의 씨를 뿌리는 전쟁”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을 비롯해 러시아 정부가 우크라이나에서 벌이는 전쟁에 대해 ‘특수군사작전’이라고 규정짓는 데 대한 정면 반박이다.

특히 교황은 우크라이나를 순교자처럼 박해받는 국가로 거론하며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인도적 지원을 제공해달라고 다른 나라들에 촉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동성애를 공식적으로 지지하지 않고 있지만 적어도 성 소수자가 배척받거나 탄압받아선 안 된다는 태도를 여러 차례 드러낸 바 있다.

교황은 2016년 기자들을 만나 “한 사람이 선한 의지를 지니고 하느님을 찾는다면 우리가 어떻게 그를 심판할 수 있겠느냐”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버려지거나 불행해져서는 안 된다”며 이들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동성 커플의 결합’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2020년 방영된 다큐멘터리에서 드러내기도 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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