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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에 전투기 지원”…폴란드 용단 내렸지만 미국 난색(종합)

“우크라에 전투기 지원”…폴란드 용단 내렸지만 미국 난색(종합)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2-03-09 10:42
업데이트 2022-03-09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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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전투기 제공하면 미국이 우크라에 넘겨달라”
미 국방부 “쉽게 옹호될 방안 아냐” 사실상 거부

폴란드 공군의 미그-29 전투기
폴란드 공군의 미그-29 전투기 2015년 8월 23일 열린 에어쇼에서 폴란드 공군의 미그-29 전투기가 곡예비행을 펼치고 있다. 2022.3.9
로이터 연합뉴스
폴란드가 미국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소련제 미그(Mig)-29 전투기를 지원하겠다고 제의했으나 미 국방부가 사실상 거부했다.

폴란드가 전투기를 제공하되 이를 우크라이나로 배치하는 것은 미국이 해줄 것을 요청했는데, 미국은 이 같은 방식이 확전의 빌미가 될까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폴란드 “미그-29 전투기 28대 전량 제공
…독일 미 공군기지로 보내 처분 맡기겠다”

폴란드 외무부는 8일(현지시간) 자국 공군이 운용하던 미그-29 전투기 전량인 28대를 독일 주둔 미국 공군기지에 배치하고 미국의 처분에 맡길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그러면서 폴란드 외무부는 다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에도 우크라이나에 미그-29 전투기를 제공하라고 촉구했다. 구소련이었던 나토 회원국 불가리아와 슬로바키아도 러시아산 전투기를 보유 중이다.

폴란드는 동시에 미국에는 “이에 걸맞은 작전 능력을 갖춘 중고 항공기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다.

침공 직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 공항과 방공시설 등을 집중적으로 공격해 제공권을 장악하자 우크라이나는 자국 조종사들이 추가 훈련 없이도 곧바로 출격할 수 있는 미그 전투기를 지원해 달라고 동유럽 국가들에 요청했다.

폴란드의 미그-29 전투기 제공은 이에 대한 첫 화답이다.

미 국방부 “미 기지서 출발한 전투기의
우크라행? 나토 동맹 전체에 심각한 우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 AFP 연합뉴스
그러나 미 국방부는 폴란드의 제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고 “폴란드의 제안이 쉽게 옹호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미 정부의 처분에 맡겨진 전투기가 독일의 미국·나토 기지에서 출발해 러시아와 맞서는 우크라이나로 향한다는 건 나토 동맹 전체에 심각한 우려를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할 실질적 이유가 있는지도 명확하지 않다”면서 “앞서 말했듯, 폴란드가 보유한 항공기를 우크라이나에 넘길지는 궁극적으로 폴란드 정부가 내려야 할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커비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폴란드 정부와 현재 접촉 중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 “우크라 공군 지원하면 전쟁개입 간주”
미-폴란드, F-16으로 공백 메우는 방안 논의
폴란드 공군이 보유한 F-16 전투기와 미그-29 전투기
폴란드 공군이 보유한 F-16 전투기와 미그-29 전투기 2011년 8월 열린 에어쇼에서 폴란드 공군의 미국산 F-16 전투기 2대와 러시아산 미그-29 전투기가 곡예비행을 펼치고 있다. 단발 엔진(꼬리날개 1개) 전투기가 F-16, 쌍발 엔진 전투기가 미그-29다.
AP 연합뉴스
앞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군을 지원할 경우 전쟁에 개입하는 것으로 간주하겠다며 으름장을 놨지만 미국과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에 전투기를 제공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왔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폴란드가 보유한 미그기를 우크라이나에 넘기면 미국이 F-16 전투기를 폴란드에 제공해 군사력 공백을 메워줄 수 있을지 미국 정부에 타진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지난 6일 “관련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매우, 매우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벤 월리스 영국 국방부 장관은 폴란드가 전투기를 제공한다면 적극적으로 돕겠다면서도 ‘직접적인 결과’에 직면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우크라이나 이외로 전쟁이 번지는 ‘확전’을 우려한 것이다.

폴란드 “전투기 제공하되 넘기는 건 미국이”
미국, 폴란드가 제시한 방식 예상 못한 듯
독일 람슈타인 공군기지의 미 수송기
독일 람슈타인 공군기지의 미 수송기 지난 2월 3일(현지시간) 독일 람슈타인 공군기지에 있는 미 공군의 C-130J 슈퍼 허큘리스 수송기. 2022.3.9
UPI 연합뉴스
미국은 폴란드가 미그기를 우크라이나에 넘기면 F-16 전투기를 폴란드에 제공해 군사력 공백을 메워주는 방안을 검토해 왔지만, 폴란드의 전투기를 미국이나 나토가 넘겨받아 우크라이나에 직접 전달해주는 방안까지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AFP통신은 이에 대해 “미국이 폴란드의 제안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폴란드도 미그기는 제공하되 우크라이나에 직접 넘기지는 않는 방법으로 러시아의 보복 경고에 전면 노출되는 것을 피하려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폴란드가 이런 방식의 결정을 내릴지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빅토리아 뉼런드 미 국무부 정무담당 차관은 이날 상원 외교위원회에 출석해 폴란드의 미그-29 제공은 ‘뜻밖의 행동’이라면서 “내가 알기로 이 항공기들을 우리에게 넘긴다는 건 사전에 상의 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선 폴란드에 대공 미사일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주된 쟁점은 이번 분쟁의 이웃국인 폴란드가 즉각적으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것”이라면서 현재 폴란드에 패트리엇 대공 미사일 포대를 배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에 미그기 지원 실효성 의문도
AP “성능 떨어져 러 전투기 먹잇감”
러시아 주력 전투기 수호이-35 전투기
러시아 주력 전투기 수호이-35 전투기 타스 연합뉴스
폴란드의 미그기 지원이 큰 효과를 발휘할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나온다.

공군 전력은 전투기의 기체 성능이 매우 중요해 단순히 양적으로 보충하는 것으론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그-29기는 쌍발 엔진 전투기로 구소련 시절인 1970년대에 개발돼 1982년부터 러시아 공군에 실전 배치된 4세대 기종이다.

그러나 현재 러시아 공군의 주력 전투기는 4.5세대 이상급인 수호이(SU)-35기이고, 차세대 전투기 SU-57도 운용 중이다.

AP통신은 “이 조치가 게임 체인저가 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제공되는 미그-29기 숫자가 많지도 않고, 현재 러시아가 가동하는 전투기에 비해 성능도 떨어져 쉬운 먹잇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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