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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반대!” 러 국영TV 뉴스 생방송 중 반전시위 벌인 직원(영상)

“전쟁 반대!” 러 국영TV 뉴스 생방송 중 반전시위 벌인 직원(영상)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2-03-15 08:47
업데이트 2022-03-15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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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국영TV 뉴스 생방송 중 반전시위 벌인 직원
러 국영TV 뉴스 생방송 중 반전시위 벌인 직원 트위터 캡처
러시아 국영방송의 직원이 생방송 뉴스 중 우크라이나 침공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여 프로그램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1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날 러시아 국영 TV ‘채널1’의 저녁 뉴스 생방송 중 한 여성이 난입해 ‘전쟁 반대(NO WAR)’라고 적은 종이를 펼쳐 드는 시위를 벌였다고 전했다.

마리나 옵샨니코바라는 이름의 이 여성은 채널1에서 편집자로 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러 국영TV 뉴스 생방송 중 반전시위 벌인 직원
러 국영TV 뉴스 생방송 중 반전시위 벌인 직원 트위터 캡처
마리나가 펼쳐든 종이에는 ‘전쟁을 멈춰라. 전쟁은 안 된다. 선전을 믿지 말라. 그들은 뉴스에서 거짓을 전하고 있다’고 적혀 있었다.

또 스스로 ‘전쟁을 반대하는 러시아인’이라고 소개했다.

생방송 중 뛰어든 마리나의 돌발행동에 뉴스를 진행하던 앵커는 더 큰 목소리로 뉴스 원고를 읽으며 마리나의 외침을 애써 묻어보려 했지만, 제작진이 자료화면으로 전환하기 전까지 마리나의 주장은 몇 초간 생생하게 전파를 탈 수 있었다.

마리나는 이후 한 인권단체를 통해 사전에 준비한 영상을 공개해 자신이 채널1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러 국영TV 뉴스 생방송 중 반전시위 벌인 직원
러 국영TV 뉴스 생방송 중 반전시위 벌인 직원 러시아 국영TV ‘채널1’ 생방송 뉴스 중 반전시위를 벌인 마리나 오프샤니코바가 사전에 녹화한 영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며 시민들에게 반전 시위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착용한 목걸이의 색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국기색과 같다.
트위터 캡처
사전에 녹화된 이 영상에서 마리나는 “유감스럽게도 나는 몇 년 간 채널1에서 일하면서 크렘린(러시아 정부)의 선전전에 앞장서 왔다”면서 “TV에서 거짓말을 하는 상황이 매우 부끄럽다. 러시아 국민들을 좀비로 만드는 데 일조한 스스로가 부끄럽다”고 털어놨다.

또 “(크림반도 강제병합이 이뤄졌던) 2014년에 우리는 침묵했다. 크렘린이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를 독살 시도했을 때에도 우리는 거리로 나가지 않았다”면서 “우리는 이 반인권적인 정권을 조용히 지켜보기만 했다. 이제 전 세계가 러시아에 등을 돌렸고, 동족상잔의 전쟁을 벌였다는 수치심은 수세대에 걸쳐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리나는 우크라이나 국기와 러시아 국기의 색을 합친 파란색과 노란색, 붉은색과 흰색으로 만들어진 목걸이를 착용하고서 자신의 아버지는 우크라이나인이고 어머니는 러시아인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범죄이며 러시아는 침략자다. 그리고 이 침공의 책임은 단 한 사람, 블라디미르 푸틴에게 있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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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국영TV 뉴스 생방송 중 반전시위 벌인 직원
러 국영TV 뉴스 생방송 중 반전시위 벌인 직원 러시아 국영TV ‘채널1’ 생방송 뉴스 중 반전시위를 벌인 마리나 오프샤니코바가 사전에 녹화한 영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며 시민들에게 반전 시위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착용한 목걸이의 색이 우크라이나 국기색과 같다.
트위터 캡처
마리나는 러시아 국민들을 향해 이 분쟁을 종식하기 위한 반전 시위에 참여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이 모든 광기를 멈출 수 있는 힘은 오직 우리에게 있다. 시위에 나가자. 그 무엇도 두려워하지 말자. 그들이 우리 모두를 가둘 순 없다”고 호소했다.

마리나의 사전 영상을 공개한 인권단체는 마리나가 반전 시위 직후 체포됐으며 방송국 안에 구금된 상태라고 전했다.

가디언은 마리나가 러시아군과 관련해 ‘가짜뉴스’를 유포한 혐의를 받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러시아 의회는 러시아군과 관련해 허위정보를 유포할 경우 최대 3년의 징역형에 처하고, 그 허위정보가 중대한 결과를 초래했을 경우 최대 15년의 징역형을 부과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지난 3일 통과시켰다.

또 소요를 선동했다는 죄목으로도 처벌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가디언은 덧붙였다.

채널1 측은 국영 통신사 타스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회사 외부의 여성에 의해 방송사고가 발생해 자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한 이후 반전 시위대와 독립언론, 해외 소셜미디어 등을 대상으로 전례 없는 탄압을 가하고 있다.

어린이와 노인을 포함해 1만 5000명에 달하는 반전 시위 참가자가 구금됐고, 24곳 이상의 언론 매체가 차단되거나 운영을 중단했다.

러시아 내에서도 널리 쓰이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도 차단됐다.

결국 러시아 국민들이 소식을 들을 수 있는 통로는 대체로 크렘린의 입맛에 맞는 국영TV와 국영 통신사, 친정부 매체만 남은 셈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그렇지만 마리나의 반전 시위 직후 몇 시간 만에 수만명의 네티즌들이 마리나의 페이스북 계정을 찾아가 “당신은 영웅이다. 정말 고맙다”는 댓글을 달며 응원과 지지를 보냈다.

마리나의 반전 시위 순간이 담긴 영상은 순식간에 수천회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나발니의 대변인도 트위터에 “와, 이 여성은 정말 멋지다”라는 반응을 남기며 박수를 보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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