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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반대” 뉴스 시위로 체포된 러시아 엄마… 망명 카드 꺼낸 마크롱

“전쟁 반대” 뉴스 시위로 체포된 러시아 엄마… 망명 카드 꺼낸 마크롱

김유민 기자
김유민 기자
입력 2022-03-16 07:58
업데이트 2022-03-16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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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브샤니코바 불법 시위로 구금
마크롱 “푸틴과 보호방안 논의”

“전쟁 반대”… 뉴스보다 강렬했던 기습시위
“전쟁 반대”… 뉴스보다 강렬했던 기습시위 14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TV 채널1의 저녁 뉴스 생방송 도중 앵커 뒤에서 한 여성이 ‘전쟁 반대. 전쟁을 멈춰라. 선전 선동을 믿지 마라. 이들은 여기서 거짓말을 하고 있다’라고 쓴 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러시아 독립 인권 감시 단체인 OVD-인포는 기습 시위를 한 여성이 채널1 소속 편집자인 마리나 오브시아니코바라고 밝혔다.
모스크바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 국영 채널1 TV 편집자인 마리아 오브샤니코바(44)는 저녁 뉴스 생방송 도중 ‘전쟁 반대. 전쟁을 멈춰라. 선전 선동을 믿지 마라. 이들은 여기서 거짓말을 하고 있다’라고 쓴 팻말을 들어 보이며 기습 시위를 했다가 구금됐다. 그의 안전에 관한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직접 ‘망명’을 언급하며 외교적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오브샤니코바는 15일(현지시간) 검은색 정장에 우크라이나 국기 색 목걸이를 한 차림으로 법정에 나타났다고 더 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그는 법정 밖에서 취재진을 만나 “경찰 조사가 14시간 이상 이어졌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연락하는 일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변호사 접견권도 거부당했다”고 말했다.

시위 직후 체포돼 12시간 동안 변호인들과도 연락이 닿지 않았던 그는 두 아이의 엄마로 러시아투데이(RT) 방송 국장인 남편과는 최근에 헤어졌다고 러시아 언론은 전했다.

“침공의 책임은 푸틴에게 있다”

오브샤니코바는 스스로 ‘전쟁을 반대하는 러시아인’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사전에 녹화된 영상에서 “TV에서 거짓말을 하는 상황이 매우 부끄럽다. 러시아 국민들을 좀비로 만드는 데 일조한 스스로가 부끄럽다.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범죄이며 러시아는 침략자다. 그리고 이 침공의 책임은 단 한 사람, 블라디미르 푸틴에게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크림반도 강제병합이 이뤄졌던) 2014년에 우리는 침묵했다. 크렘린이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를 독살 시도했을 때에도 우리는 거리로 나가지 않았다. 우리는 이 반인권적인 정권을 조용히 지켜보기만 했다. 이제 전 세계가 러시아에 등을 돌렸고, 동족상잔의 전쟁을 벌였다는 수치심은 수세대에 걸쳐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모든 광기를 멈출 수 있는 힘은 오직 우리에게 있다. 시위에 나가자. 그 무엇도 두려워하지 말자. 그들이 우리 모두를 가둘 순 없다”고 호소했다.
러 국영TV 뉴스 생방송 중 반전시위 벌인 직원
러 국영TV 뉴스 생방송 중 반전시위 벌인 직원 러시아 국영TV ‘채널1’ 생방송 뉴스 중 반전시위를 벌인 마리나 오프샤니코바가 사전에 녹화한 영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며 시민들에게 반전 시위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착용한 목걸이의 색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국기색과 같다.
트위터 캡처
마리나 오브샤니코바가 15일 모스크바 오스탄킨스키 지방법원 재판부로부터 3만 루블 벌금형을 선고 받고 취재진에게 반전 소신을 밝히고 있다. 그의 목걸이에 우크라이나 국기 색깔이 들어가 눈길을 끌었다. 모스크바 AFP 연합뉴스
마리나 오브샤니코바가 15일 모스크바 오스탄킨스키 지방법원 재판부로부터 3만 루블 벌금형을 선고 받고 취재진에게 반전 소신을 밝히고 있다. 그의 목걸이에 우크라이나 국기 색깔이 들어가 눈길을 끌었다. 모스크바 AFP 연합뉴스
러시아의 언론 탄압…소셜미디어도 차단
현재 오브샤니코바는 최대 15일형 혐의로 기소됐지만 러시아 군에 관한 ‘가짜뉴스’를 퍼트리는 행위를 처벌하는 법이 적용되면 최고 징역 15년형을 받을 수 있다고 변호인들이 말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서방 국가에서는 그의 시위를 “용기있는 행위”라고 높이 샀지만 러시아 크렘린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훌리건’같다고 폄하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한 이후 반전 시위대와 독립언론, 해외 소셜미디어 등을 대상으로 전례 없는 탄압을 가하고 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도 차단됐다. 어린이와 노인을 포함해 1만 5000명에 달하는 반전 시위 참가자가 구금됐고, 24곳 이상의 언론 매체가 차단되거나 운영을 중단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오브샤니코바와 관련 “대사관 보호나 망명 등을 통해 보호하는 외교적 노력을 시작할 것”이라며 “다음번 블라디미리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에서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방식으로 해법을 제안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 국영TV 뉴스 생방송 중 반전시위 벌인 직원
러 국영TV 뉴스 생방송 중 반전시위 벌인 직원 트위터 캡처
김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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