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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아카데미 폭행…윌 스미스의 분노 이유 있었다

사상 초유의 아카데미 폭행…윌 스미스의 분노 이유 있었다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2-03-28 15:27
업데이트 2022-03-28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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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내 건들지마”
“내 아내 건들지마” 할리우드 배우 윌 스미스가 28일(한국시간) 2022 아카데미 시상식 중 사회자의 농담에 분노하며 무대에 올라가 뺨을 때렸다. 2022.3.28
AFP 연합뉴스
아내를 향한 사랑이었을까, 아니면 분을 이기지 못한 난동이었을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자가 시상자를 폭행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28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윌 스미스가 앞서 다른 부문을 시상하러 나온 코미디언 크리스 록을 때린 것이다.

이날 윌 스미스는 비너스·세레나 윌리엄스 자매를 ‘테니스 여제’로 길러낸 아버지 리처드 윌리엄스를 연기한 영화 ‘킹 리처드’로 생애 최초 오스카 남우주연상의 영광을 거머쥐었다. 그는 이 영화의 제작자이기도 했다.
윌 스미스, 아내 향해 농담 던진 크리스 록 폭행
윌 스미스, 아내 향해 농담 던진 크리스 록 폭행 2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시상자로 나선 코미디언 크리스 록(오른쪽)이 윌 스미스(왼쪽)의 아내 제이다 핀켓 스미스를 향해 농담을 던졌다가 무대 위에서 윌 스미스에게 폭행을 당했다. 2022.3.28
AFP 연합뉴스
그러나 경사 직전 그를 분노케 한 일이 있었다.

남우주연상 시상에 앞서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 시상에서 시상자로 나온 크리스 록의 농담 때문이었다.

스탠드업 코미디로 유명한 크리스 록은 2005년 77회 시상식과 2016년 88회 시상식에서 사회자를 맡은 경험이 있었다.

백인 위주의 수상자로 점철됐던 아카데미 시상식의 인종 편향성을 날카로운 농담으로 꼬집었던 그였기에 이날 시상 무대에서도 그가 어떤 농담을 준비했을지 기대하는 이들도 있었다.

한편으론 아시아계와 성 소수자를 희화화한 전력 때문에 크리스 록에 대한 부정적 시선도 함께 있었다.
윌 스미스, 아내와 함께
윌 스미스, 아내와 함께 윌스미스가 28일(한국시간) 제 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했다. 이날 윌스미스는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2022.3.28
AFP 연합뉴스
시상 무대에 오른 크리스 록은 후보를 호명하기에 앞서 윌 스미스의 가족을 소재로 농담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바로 이날 윌 스미스와 함께 삭발 차림으로 참석한 아내 제이다 핀켓 스미스의 머리 스타일을 걸고 넘어진 것이다.

크리스 록은 제이다를 향해 “‘지아이제인2’에 출연하는 것이 어떠냐”고 농담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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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이제인 포스터
지아이제인 포스터
‘지아이제인’은 여군 대위가 훈련이 혹독하기로 유명한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 씰에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영화다. 주연을 맡은 데미 무어는 극 중에서 낙오를 거듭하다 스스로 삭발 투혼을 다진다.

크리스 록은 제이다의 삭발 머리를 영화 분장 정도로 웃음거리 삼은 것이다.

문제는 제이다의 삭발 머리가 패션이 아니었다는 데 있다.

제이다는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인 원형탈모증을 겪고 있었기에 삭발 차림으로 나선 것이었다.

게다가 제이다는 이미 지난해 인스타그램을 통해 삭발한 영상을 올리며 원형탈모증을 앓고 있음을 공개했었다.

원형탈모는 대표적인 자가면역질환으로, 면역세포가 몸에 난 털을 신체 일부로 인식하지 못하고 모낭을 공격하면서 털이 빠지게 된다.

윌 스미스는 크리스 록이 배우인 자신이 아닌 가족을 농담의 대상으로 삼은 데다 널리 알려진 아내의 질병을 웃음거리로 만든 데 대해 분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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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 스미스와 아내 제이다 핀켓 스미스
윌 스미스와 아내 제이다 핀켓 스미스 배우 윌 스미스와 아내 제이드 핀켓 스미스가 2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2.3.28
AFP 연합뉴스
아내를 향한 농담에 윌 스미스는 갑자기 무대에 오르더니 크리스 록에게 다가가 주먹을 날리곤 다시 객석으로 돌아왔다.

자리에 앉은 윌 스미스는 크리스 록을 향해 “네 ×같은 주둥이에 내 아내의 이름을 올리지 마라”고 외치기도 했다.

윌 스미스가 갑자기 무대에 올라 크리스 록의 뺨을 때렸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객석은 놀라면서도 연출된 상황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곧이어 윌 스미스가 욕설을 던지면서 장내 분위기는 얼어붙었다.

부적절한 농담을 던졌다가 생방송 중 얻어맞은 크리스 록은 크게 개의치 않고 시상 진행을 이어갔고 시상을 마친 뒤 무대를 떠났다.
윌스미스 폭행영상
윌스미스 폭행영상 ABC 방송화면
중간광고가 나가는 동안 휴식 시간에 동료배우 덴젤 워싱턴이 윌 스미스를 다독였고, 윌 스미스는 이후 진행된 남우주연상 시상에서 수상자로 호명됐다.

수상자로서 무대에 오른 윌 스미스는 수상소감 중 “일을 하다 보면 당신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들을 만날 수도 있다. 그래도 웃어넘기고 괜찮은 척 해야 한다”면서 “살아가면서 사람들을 사랑하고 또 보호하라고들 합니다. 미친 아버지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사랑은 미친 짓도 하게 만든다”라고 말했다.

영화 ‘킹 리처드’ 속 인물에 대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직전에 벌어진 상황을 해명한 것으로도 읽힌다.

윌 스미스는 주먹을 휘두른 행동에 대해 아카데미 측과 참석자들에게 사과했고, 자신을 다독여준 덴젤 워싱턴에게 감사를 표했다.

크리스 록은 윌 스미스를 폭행죄로 고소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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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 스미스가이 2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4회 시상식에서 영화 ‘킹 리처드’으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후 소감을 말하고 있다. 게티/AFP 연합뉴스
윌 스미스가이 2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4회 시상식에서 영화 ‘킹 리처드’으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후 소감을 말하고 있다.
게티/AFP 연합뉴스
할리우드에서는 윌 스미스의 분노를 이해하면서도 폭력으로 대응한 행동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영화 ‘사고친 후에’를 연출한 감독 주드 아패토우는 “윌 스미스는 크리스 록을 죽일 수도 있었다. 이는 그저 통제 불가능한 분노와 폭력이었을 뿐이다. 지난 30년간 온갖 농담을 들었을 텐데 초짜도 아닌 그가 통제력을 잃었다”는 트윗을 올렸다가 삭제했다.

뉴욕포스트는 아카데미상을 주관하는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측의 행동강령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윌 스미스가 트로피를 반납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보도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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