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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우폴 거리 곳곳에 시체가..민간인 5천명 죽어

“마리우폴 거리 곳곳에 시체가..민간인 5천명 죽어

백민경 기자
백민경 기자
입력 2022-04-07 16:21
업데이트 2022-04-07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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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반도 길목 위치한 마리우폴 ‘전략요충지’
러 군 한달간 공습...90%도심기반시설 붕괴

“50명이 산채로 불타고 900명 숨은 극장폭격”

우크라이나인 알렉산드르 오베딘스키는 죽은 줄 알았던 12세 손녀 키라의 전화를 받고 눈물을 흘렸다. 자신은 러시아군에 포위된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인 마리우폴을 어렵게 탈출했지만 키라의 아버지는 러시아 군 총에 숨졌다는 소식을 들어서다. 손녀의 생사조차 몰라 불안에 떨던 그는 연락을 받고 기뻤지만 곧 낙심했다.

오베딘스키는 “키라는 현재 도네츠크의 한 병원에 있고 귀와 얼굴, 다리를 다친 상태”라면서 “부상이 나으면 손녀가 곧 러시아 수용소로 끌려간다”고 울먹였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알렉산드르 오베딘스키가 그의 손녀 키라와 함께 찍은 사진. 그의 아버지는 러시아 저격수에게 살해당했다. 가디언 캡처
알렉산드르 오베딘스키가 그의 손녀 키라와 함께 찍은 사진. 그의 아버지는 러시아 저격수에게 살해당했다. 가디언 캡처
마리우폴을 간신히 빠져나온 율리아라는 이름의 한 여성도 “거리 곳곳에 시체들이 있다. 고작 0.5m깊이로 만든 얕은 무덤에 사람들이 수없이 묻혀 있다”며 자신이 목격한 고향의 참상을 전하며 몸서리쳤다.

마리우폴은 전략적 요충지다. 우크라이나 동부의 친러시아 반군 점령지인 돈바스와 러시아가 2014년 합병한 크림반도를 연결하는 길목에 있다. 이 점 때문에 러시아군이 한달 이상 이 지역을 둘러싸고 집중 포격·공습해왔다. 어린이 병원에 여러 개의 폭탄이 떨어졌고 제1시립병원 건물 중 하나가 파괴됐다. 바딤 보이쳰코 마리우폴 시장은 “거의 50명이 산 채로 불에 탔다”며 “9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포격을 피해 숨어 있던 드라마 극장도 폭격을 당했다”고 참담한 상황을 알렸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 부차와 또 다른 위성도시인 보로?카에서 수백명이 학살당한데 이어 남부 마리우폴에서도 참극은 ‘현재 진행형’이다. 보이쳰코 마리우폴 시장은 최근 한달 간 러시아의 포격과 시가전으로 5000명 이상의 민간인이 숨졌으며, 그중 210명은 어린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도시기반 시설 90% 이상이 파괴됐고 이중 40%는 더이상 복구할 수 없는 수준이다. 키라처럼 수용소로 끌려가는 이들도 있다.

보이쳰코 시장은 “러시아 점령군은 우리 도시 전체를 ‘죽음의 수용’소로 만들었다”며 “이곳은 ‘새로운 아우슈비츠’다”라고 말했다고 USA투데이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우슈비츠는 과거 나치에 의해 유대인 대량 학살이 자행됐던 수용소다.

가디언에 따르면 인구 40만명인 이 도시에서 15만여명이 현재 군에 포위된 상태다. 러시아 군은 국제적십자위원회의 구호물자 버스 진입도 막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학살을 은폐하려 마리우폴에 대한 인도적 접근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백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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