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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잡 미착용 20대녀’ 경찰서 끌려가다 구타·사망…유엔 “진상조사” 촉구(종합)

‘히잡 미착용 20대녀’ 경찰서 끌려가다 구타·사망…유엔 “진상조사” 촉구(종합)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22-09-21 01:28
업데이트 2022-09-21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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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공정 조사 촉구

“히잡 의무착용 차별적 규정 폐지해야”
“이란, 느슨한 히잡 착용 여성 체포·구타해”
“사망 항의 시위에 군 진압해 2명 숨져 규탄”
이란, 만 9세 이상 여성 공공장소 히잡 써야
이란 현지 매체의 마흐사 아미니(22) 사망 보도. EPA 연합뉴스
이란 현지 매체의 마흐사 아미니(22) 사망 보도. EPA 연합뉴스
이란에서 최근 20대 여성이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갔다가 숨진 사건을 놓고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공정한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나다 알나시프 OHCHR 부대표는 20일(현지시간) 스위스 유엔 제네바 사무소에서 브리핑을 열고 “숨진 여성의 비극적 죽음을 둘러싸고 제기된 고문 의혹은 당국에서 신속하고 공정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착용하지 않으면 투옥될 수 있는 이란의 법규가 여전히 우려된다”면서 “최근 몇 달간 이란은 히잡을 느슨하게 착용한 것으로 보이는 여성들을 체포하고 구타했으며 증거 영상이 OHCHR에 접수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히잡 착용을 의무화한 차별적 법규를 폐지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이번 사망 사건에 항의하는 이란 내 시위를 현지 보안군이 진압하면서 최소 2명이 사망하고 여러 명이 부상했는데 이 같은 무력 사용을 규탄한다”고도 했다.
히잡을 쓴 여성들(위 기사와 관련 없음). AFP 연합뉴스
히잡을 쓴 여성들(위 기사와 관련 없음). AFP 연합뉴스
“친척집에 왔다 풍속 단속 경찰에 체포”
유족 “구치소 끌려가던 중 폭행 당해”

OHCHR 등에 따르면 이란의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수도 테헤란의 한 경찰서에서 조사받다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 이송됐으나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고 결국 16일 사망했다.

그는 이달 13일 가족과 함께 테헤란에 있는 친척집에 왔다가 히잡을 쓰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풍속 단속 경찰에 체포됐는데 당일 조사 받는 도중 쓰러진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여성이라면 머리카락을 히잡으로 가려야 한다는 율법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했다. 아미니는 몇 시간 뒤 혼수 상태에 빠져 병원으로 옮겨져 사흘을 버티다 지난 16일 숨을 거뒀다.

유족들은 아미니가 경찰차에 실려 구치소로 끌려가던 중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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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이슬람 공화국 경찰에 체포된 뒤 숨진 여성 마흐사 아미니의 표지 사진이 실린 신문이 2022년 9월 18일 이란 테헤란에서 보인다. 로이터 연합뉴스 2022-09-18
이란 이슬람 공화국 경찰에 체포된 뒤 숨진 여성 마흐사 아미니의 표지 사진이 실린 신문이 2022년 9월 18일 이란 테헤란에서 보인다. 로이터 연합뉴스 2022-09-18
유가족은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그가 건강했는데 체포된 지 몇 시간 되지 않아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에 실려 갔지만 결국 숨졌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조사과정에서 폭력을 쓴 적이 없고 심장마비로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유족은 아미니는 평소 심장질환을 앓은 적이 없다고 맞섰다.

후세인 라히미 테헤란 경찰서장은 “구금 중 여인이 숨진 것은 되풀이하고 싶지 않은 불행한 사고”라고 말했다. 그는 경관들이 구치소로 연행하는 버스 안에서 아미니를 마구 때려 의식불명 상태에 빠뜨렸다는 목격자들의 증언을 “비열한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북서부 쿠르디스탄주 사케즈 시위 모습. 네가르 모르타자비 ‘이란 팟캐스트’ 기자 트위터 캡처
북서부 쿠르디스탄주 사케즈 시위 모습. 네가르 모르타자비 ‘이란 팟캐스트’ 기자 트위터 캡처
이란 곳곳 항의 시위…사망·부상자 속출
여성들 SNS서 히잡 벗어 태우고
머리카락 자르며 항의 “여성·생명·자유”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테헤란을 비롯해 이란 내 4개 이상의 도시에서 항의 시위가 일었고,이를 당국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여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시위에 참석한 여성들은 여성의 자유증진과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착용이 의무화된 히잡을 벗어 손에 들고 흔들었다.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향해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수도 테헤란의 테헤란 대학에서도 학생 수십 명이 시위에 나섰다.

학생들은 “쿠르디스탄에서부터 테헤란까지 이란이 피를 흘리고 있다”는 구호를 외쳤다. 일부 학생은 ‘여성, 생명, 자유’, ‘나는 죽고 싶지 않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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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CBS 방송과 인터뷰 하는 라이시 이란 대통령
미국 CBS 방송과 인터뷰 하는 라이시 이란 대통령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제77차 유엔총회에 참석하기 위한 미국 뉴욕 방문을 앞두고 19일(현지시간) 수도 테헤란에서 미국 CBS 방송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CBS 뉴스 프로그램인 ‘60분’(60 Minutes)에서 최근 교착에 빠진 핵 협상과 관련해 합의가 재차 깨지지 않도록 하는 보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란 대통령실 제공 2022.9.20 테헤란 AFP 연합뉴스
이란 인터내셔널은 경찰이 산탄총과 최루탄으로 시위대를 공격해 40명가량이 다쳤고 2명은 위독한 상태라고 전했다. 경찰은 산탄총과 물대포를 동원해 시위대 해산을 시도했다. 진압 과정에서 최소 10명이 다치고 12명 이상이 경찰에 붙잡혔다.

여성들은 히잡을 벗어 태우거나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공개했다.

시위가 격화되자 이란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은 지난 18일 아미니 유족과의 통화에서 “철저한 진상조사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란에서는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만 9세 이상 모든 여성이 예외 없이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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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경찰의 희생자 아미니가 실린 신문
이란 경찰의 희생자 아미니가 실린 신문 한 남성이 2022년 9월 18일 이란 테헤란에서 이슬람 공화국 경찰에 체포된 뒤 숨진 여성 마흐사 아미니의 표지 사진이 실린 신문을 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2022-09-18
강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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