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전쟁 훈련 vs 핵억지 훈련’…미러 핵긴장 최고조

‘핵전쟁 훈련 vs 핵억지 훈련’…미러 핵긴장 최고조

이경주 기자
이경주 기자
입력 2022-10-26 15:55
수정 2022-10-26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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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나토 ‘스테드패스트 눈’ 훈련 중
러시아 ‘그롬 훈련’ 실시 미국에 통보
둘다 전략폭격기 등 동원하는 핵훈련
“우크라 전쟁으로 오판 위험 최고조에 
미러 핵훈련 실시는 냉전 이후 처음”
우크라이나 군사가 25일(현지시간) 하르키우 전장에서 포를 쏘고 있다.AP
우크라이나 군사가 25일(현지시간) 하르키우 전장에서 포를 쏘고 있다.AP
러시아가 대규모 핵전쟁 훈련인 ‘그롬’(Grom·우뢰) 실시를 미국에 통보하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유럽에서 진행 중인 핵억지 연습인 ‘스테드패스트 눈’(Steadfast Noon)에 맞불을 놓았다. 양측 모두 연례 훈련이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우발적 핵충돌 긴장도 커지고 있다.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25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그롬 훈련 실시를 미국에 알렸냐는 질문에 “통지를 받았다. 러시아가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일상적 훈련”이라고 밝혔다. 양국은 신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에 따라 핵훈련을 사전에 서로 통보해야 한다.

●러시아 핵훈련, 지난 2월 이후 8개월만

러시아의 이번 핵훈련은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실시된 이후 8개월만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침공 이후 최근까지 핵공격을 위협해 온 가운데 이번 훈련이 러시아의 핵무기 이동을 위한 명분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라이더 대변인은 “나토의 전략태세를 바꿀 필요성은 아직 없다”고 확인했지만, CBS방송은 “그롬 훈련은 미사일 발사를 포함해 전략 핵무기의 대규모 기동을 수반한다”고 전했다. 타임(TIME)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오판 위험이 최고조에 달하는 가운데 (미러가) 핵훈련을 실시하는 상황은 냉전시대 이후 없었다”고 짚었다.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도네츠크 바흐무트에서 포격으로 인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곳에선 최근 러시아 민간 용병부대 와그너그룹의 무차별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 2022.10.25  AFP 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도네츠크 바흐무트에서 포격으로 인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곳에선 최근 러시아 민간 용병부대 와그너그룹의 무차별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 2022.10.25
AFP 연합뉴스
실제 핵충돌에 근접한 전례도 있다. 나토가 1983년 11월 핵분쟁을 가정해 실시한 ‘에이블 아처’(Able Archer) 훈련 도중 당시 소련 지도부가 실제 공격으로 오판해 ‘핵무기 즉각 사용 준비’를 지시했다 해제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러시아 더티 밤 사용 가능성에 논란 지속

러시아가 연일 우크라이나의 ‘더티 밤’(dirty bomb) 공격설을 제기하며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서방은 이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소행이라고 주장하면서 스스로 더티 밤을 터트리거나 핵무기 동원 책임을 떠넘기려는 ‘거짓 깃발’(기만) 전술로 보고 있다. 핵무기와 달리 방사능 물질이 든 재래식 폭탄인 더티 밤은 일정 지역에 대한 핵오염을 노리는 무기다.

이와 관련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러시아가 전술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실수”라며 “(더티 밤이) 거짓 깃발 작전인지 아직 확실치 않다. 그러나 심각하고, 심각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우크라이나 전쟁에 20문이 투입되면서 전쟁 양상을 바꿔 놨다는 평가를 받는다.서울신문 DB
미국의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우크라이나 전쟁에 20문이 투입되면서 전쟁 양상을 바꿔 놨다는 평가를 받는다.서울신문 DB
●“영국, 우크라 전쟁에 EU 군사기동그룹 재가입 예정”

미국과 나토의 스테드패스트 눈 연습은 지난 17일부터 오는 30일까지 14개국이 참여해 진행된다. 실탄은 쓰지 않지만 B-52 장거리 전략폭격기와 스텔스 기능을 장착한 미국 5세대 전투기 등을 동원한다. 영국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감안해 브렉시트(Brexit) 때 탈퇴했던 ‘유럽연합(EU) 군사기동 그룹’에 다시 참여할 계획이라고 영국 더타임스가 이날 전했다. 여기에 참여하면 전시 등에 참여국의 병력과 장비를 타국의 별도 승인 없이 신속하게 유럽 전역에 배치할 수 있다.

한편,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독일은 이날 ‘우크라이나 재건 국제컨퍼런스’를 열어 이른바 ‘21세기 마셜 플랜’ 논의를 시작했다. 세계은행이 제시한 우크라이나 재건 비용은 현재 기준으로 3490억 달러(약 500조원)이나 되는데다 전쟁 장기화 땐 재건 비용이 더 늘어나 국제사회의 공조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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