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탄소국경세’로 새 무역장벽 구축…韓, 대응책 마련 비상

EU ‘탄소국경세’로 새 무역장벽 구축…韓, 대응책 마련 비상

김성은 기자
김성은 기자
입력 2022-12-13 20:35
수정 2022-12-13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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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수입품에 세금 물리는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 합의
韓 주력 수출품 피해 우려…국조실장 주재 범부처 회의 열어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EU)본부에서 한 일꾼이 깃발을 정돈하고 있다. 서울신문 DB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EU)본부에서 한 일꾼이 깃발을 정돈하고 있다. 서울신문 DB


무역분쟁 촉발 우려에도 유럽연합(EU)이 수입품에 세금을 물리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도입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유럽의 에너지 집약산업으로 꼽히는 알루미늄·철강·비료·시멘트·수소 등이 우선 적용 대상이다. ‘탄소국경세’로도 불리는 이 제도로 인해 내년 10월부터는 관련 품목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고해야 한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이어 EU도 보호무역에 돌입하면서 우리나라 기업으로 ‘불똥’이 튈 우려가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EU 회원국은 12일(현지시간) 수입품의 탄소 함유량을 조사해 EU의 탄소배출권거래제와 연동된 탄소 국경세를 물리는 CBAM 도입에 잠정 합의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EU의회 내 책임보고자인 모하메드 차힘 의원은 “CBAM은 유럽 기후정책의 중요한 기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제도는 내년 10월부터 시범 운용이 개시될 예정이지만, 실제 본격적으로 적용될 시점에 대해서는 이번주 EU의 추가 논의를 거칠 예정이라고 AFP는 전했다.

이 제도는 온실가스 규제가 약한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으로부터 EU 업체들을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입업자는 제품 생산과 관련해 탄소 배출을 보고해야 하며, 배출량이 기준을 초과하면 배출 증명서를 취득해야 한다.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인 중국을 겨냥했다.

그러나 제도 도입으로 인해 한국 주력 수출품목이 피해를 입을 우려도 크다. 정부는 13일 방문규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EU CBAM 대응 현황을 점검하는 첫 범부처 회의를 열었다. 정부는 EU의 이번 제도 도입이 새로운 ‘글로벌 무역장벽’이라고 판단 하에 철강 등 대(對) EU 수출산업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국내 탄소배출량 검층에 대한 인프라 확충과 기업 대응 능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방 실장은 “CBAM의 본격 시행으로 철강 등 대 EU 수출산업이 받을 영향에 대비해 중소·중견 기업을 포함한 기업의 대응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국내 탄소 배출량 검증인력·기관 등 관련 인프라를 보완하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가 중심이 돼 3∼4년의 전환 기간 동안 EU 측과 협의를 지속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회의에는 산업부 외 기획재정부, 외교부, 환경부, 중소벤처기업부 등도 참석했다. 정부는 이달 말에도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

수출 ‘효자’ 종목인 철강은 지난해 43억 달러(5조 6000억원)를 EU에 수출했다. 알루미늄은 5억 달러, 비료는 480만 달러, 시멘트는 140만 달러를 수출했다. 앞서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EU를 방문해 “이 제도가 세계무역기구(WTO), 자유무역협정(FTA) 등 국제 통상규범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마련돼야 한다”며 EU CBAM의 차별적 조항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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