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소년 죽인 짐머맨 무죄… 美 인종 갈등 조짐

흑인 소년 죽인 짐머맨 무죄… 美 인종 갈등 조짐

입력 2013-07-15 00:00
업데이트 2013-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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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사 끝 배심원단 “무죄”… 흑인 배심원 한 명도 없어

히스패닉계 자경단(지역 민간 방범조직)의 흑인 소년 살해로 미국 내 ‘마이너리티’(소수민족) 간 갈등으로 비화했던 ‘짐머맨 사건’이 무죄로 평결돼 미 사회의 해묵은 갈등인 흑백 간 인종차별 문제와 총기 사용 논란이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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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 흑인 소년을 총기로 살해해 2급 살인 혐의로 기소됐던 히스패닉계 조지 짐머맨이 무죄평결을 받은 13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세미놀 카운티 법원에서 기뻐하고 있다. 샌포드 AP 연합뉴스
17세 흑인 소년을 총기로 살해해 2급 살인 혐의로 기소됐던 히스패닉계 조지 짐머맨이 무죄평결을 받은 13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세미놀 카운티 법원에서 기뻐하고 있다.
샌포드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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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평결에 반대하는 시위자들이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파크라브레아 아파트 인근에서 “우리는 모두 (총살당한 흑인소년)트레이본이다”라고 쓰여진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샌포드 AP 연합뉴스
이날 평결에 반대하는 시위자들이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파크라브레아 아파트 인근에서 “우리는 모두 (총살당한 흑인소년)트레이본이다”라고 쓰여진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샌포드 AP 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미국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짐머맨 사건은 2012년 2월 26일 미 플로리다주 올랜도 샌퍼드에서 흑인 소년 트레이본 마틴(17)이 마을의 자경단 단장인 히스패닉계 조지 짐머맨이 쏜 총에 맞아 숨지면서 시작됐다.

편의점에서 과자를 사서 집으로 돌아가던 마틴은 길에서 만난 짐머맨과 말다툼을 끝에 그가 쏜 총에 머리를 맞고 현장에서 즉사했다. 짐머맨은 마틴이 자신을 폭행하려고 해 정당방위 차원에서 총을 쐈다고 주장했다. 샌퍼드 경찰 당국이 ‘생명에 위협을 느끼면 총을 사용해도 된다’는 플로리다 법을 적용해 짐머맨을 체포하지 않고 기소도 하지 않았다. 또 백인 아버지를 둔 짐머맨이 흑인에 대한 인종 증오 때문에 과잉 방어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었다.

이후 워싱턴에서 수천명의 흑인들이 경찰의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마틴의 죽음을 재조사하라는 청원이 55만건이나 올라왔다. 게다가 흑인인 민주당 소속 바비 러시 의원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인종차별 문제를 제기하면서 흑백 및 소수민족 간 갈등을 대표하는 전국적인 이슈로 확대됐다.

결국 올해 3월 미 법무부가 이 사건을 재수사하라고 지시했고 검찰은 짐머맨을 ‘2급 살인’(고의가 아닌 과실에 의한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지난달 25일부터 변호인과 검사 측은 치열한 공방을 벌이며 2주간의 심리를 벌였고, 배심원단은 이날 16시간에 걸친 최종 심리 끝에 짐머맨을 무죄라고 판단했다.

평결 직후 마틴의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계속 싸우겠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미 정부는 흑인 사회를 중심으로 발생할 수 있는 소요 사태에 대비해 주요 지역에 경찰력을 배치하는 등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배심원단으로 참석한 여성 6명 중 5명이 백인이고 1명이 히스패닉계로 알려져 평결에 대한 흑인들의 반발이 더 커질 전망이다.

NPR뉴스에 따르면 14일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 등 도시에서 최대 수백명이 시위를 벌이고 있지만 대부분 모여서 노래를 부르는 등의 평화적인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오클랜드에서는 약 100명의 시위자들이 무단으로 창문을 깨고, 불을 지르는 등 공공 기물을 파손하는 과격 시위도 있었다.

최재헌 기자 goseoul@seoul.co.kr

2013-07-15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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