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대 캐나다 원주민 의학실험 “엽기적” 공분 확산

1940년대 캐나다 원주민 의학실험 “엽기적” 공분 확산

입력 2013-07-19 00:00
업데이트 2013-07-19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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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민단체·정치권 “전모 밝혀야”

1940년대 캐나다 정부가 전국 오지의 원주민 집단을 대상으로 영양학 실험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야만적 처사라는 공분이 확산되고 있다고 현지언론이 18일(현지시간) 전했다.

특히 당시 정부가 주도한 영양학 연구가 조직적, 체계적으로 이루어졌고 실험 집단으로 선정된 아동들에게 하루치 열량 섭취를 최소한으로 제한하는 등의 연구 방식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충격을 더하고 있다.

전국원주민연합회는 연례 전국총회 기간인 이날 긴급 결의문에서 “정부가 원주민집단 학살과 같은 행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강력하게 비난하고 당시 정부의 관련 문서와 기록을 전면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결의문은 이어 진상을 철저히 규명한 후 정부 차원의 피해 보상이 강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정치권도 정부가 저지른 잘못에 대해 전모를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폴 마틴 전 총리는 원주민을 실험 소재로 삼은 것은 “엽기적”이라고 규정하고 당시 원주민의 빈곤과 차별이 후대인 현 세대에 미친 영향도 진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틴 전 총리는 “캐나다 국민은 사실의 전모를 알 권리가 있다”며 “실로 상상하기도 끔찍한 일이 책에서 보는 200년 전 사실이 아니라 1940년대에 일어났다”고 개탄했다.

제1야당 신민주당(NDP)의 진 크로더 원주민 담당 전문위원은 정부가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공식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원주민을 실험 대상으로 삼아 인간 이하의 처우를 했다는 사실에 전율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원주민부 대변인을 통해 성명을 내고 “사실이라면 혐오스러운 일로 전적으로 용납할 수 없다”며 “관계자들이 사실을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원주민 실험은 식품영양학사를 전공, 박사후 과정을 이수 중인 이안 모스비 연구원이 정부 문서를 추적해 밝혀냈다.

모스비 연구원에 따르면 정부 주도 연구단은 연구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실험 대상인 원주민 아동들이 굶주림 상태를 유지하도록 인위적으로 조작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위해 아동들은 정상적으로 하루 최소 열량인 2천 칼로리에도 못미치는 1천500 칼로리씩만 섭취했고 비타민, 미네랄 등 영양소의 체내 기제를 정확히 연구하기 위해 치아 상태도 일부러 부실하게 방치해 연구 약재들을 씹지 못하게 통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마을에서는 150여 명의 실험 집단에만 비타민을 섭취토록 하면서 나머지 집단과 장기간 비교 조사했다고 모스비 연구원은 밝혔다.

이 연구는 전국의 원주민 아동 강제기숙학교로 확대돼 1950년대까지 이어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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