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美, 러시아에 큰소리는 쳤지만…“뾰족한 수단 없어”

美, 러시아에 큰소리는 쳤지만…“뾰족한 수단 없어”

입력 2014-03-03 00:00
업데이트 2014-03-03 13:49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NYT “간단치 않다…러시아 군사 행동 저지 수단 제한적”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일(이하 현지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군사개입을 할 경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바마의 말처럼 미국은 러시아에 비용을 부과할 만한 마땅한 수단이 있을까. “글쎄올시다”가 전문가들의 대답이다.

최근 역사를 보면 러시아는 첨예한 국익이 달린 사안에서는 설령 대가를 치르더라도 ‘갈 때까지 간다’는 쪽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미국으로서는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크림반도에 군대를 보낼 의사를 공식화하기 이전부터 러시아의 ‘도발’에 대한 대응책을 고심해 왔다.

여기에는 6월 소치에서 열릴 예정인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 방문 취소와 양국간 무역협정 체결의 보류, G8에서의 러시아 퇴출, 미군 함정의 흑해 파견 등이 포함됐다.

이런 방안은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이던 2008년 러시아와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 전쟁 당시에 거론됐던 것과 유사한 내용이다. 문제는 이런 조치에 따른 효과가 제한적이고 오래가지도 못했다는 점이다.

당시 러시아는 미국의 경고에 진군은 멈췄지만 6년이 흐른 지금까지 휴전협정의 조건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다.

게다가 러시아는 국익을 위해서라면 아무리 혹독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인접국에 대한 군사행동을 절대 주저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번에 다시 한번 확인했다.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의 무관을 지낸 케빈 리얀 예비역 준장은 2일 뉴욕타임스(NYT)에 “문제는 그런 비용들이 러시아로 하여금 크림반도를 포기하게 할 정도로 강력한 것이냐 여부”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외부에 어떻게 비치든 우크라이나의 친서방화를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못박았다.

국제사회의 평판보다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역사적 이해관계를 지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물론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하는 극단적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 러시아계 주민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러시아 군대의 장기 주둔을 정당화하고, 2008년 조지아에서 분리독립한 압하지야와 남오세티야와 마찬가지로 사실상의 러시아 ‘제후국’을 세울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일부 전문가는 오바마 행정부가 러시아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더욱 높여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는다.

마이클 맥폴 전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는 “러시아가 비용의 실체를 인식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군사 행동에 나서기 이전에 최대한 서둘러 경제제재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위협 역시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시리아에 대해서도 ‘금지선’을 설정했지만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을 결국 막지 못했다.

하물며 러시아는 시리아와는 비교가 안된는 강대국이다. 시리아와 달리 군사적으로 위협할 상대가 아닌데다 경제적인 압박이 단기간에 효과를 거두기 불가능한 자원 부국이다.

또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으로 거부권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기구를 지렛대로 삼을 수도 없고,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유럽 국가들의 동참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장기적인 옵션 역시 여의치가 않다. 이란 경제의 숨통을 조였던 것과 같은 방식의 금융제재에 경제적으로 긴밀한 관계인 유럽 국가들이 과연 협조할지가 의문이다.

오바마 행정부로서도 시리아와 이란 등의 문제에서 러시아의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에 러시아를 적으로 돌려세우는 식의 극약처방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러시아 전문가인 브루킹스연구소의 피오나 힐 연구원은 “제재나 금지선을 얘기하고 잔뜩 흥분했음을 보여줄 수 있겠지만 그(푸틴)는 느긋하게 지켜볼 것이다. 그는 우리 가운데 누구도 전쟁을 원치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일각에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지만 이 경우 서방권이 자신들을 돕는 것으로 오판한 우크라이나인들의 경거망동으로 사태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힐 연구원은 푸틴 대통령은 시간이 러시아의 편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오바마 행정부가 어떤 식으로 위협하든 느긋한 마음으로 지켜볼 것으로 내다봤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내가 바라는 국무총리는?
차기 국무총리에 대한 국민 관심이 뜨겁습니다. 차기 국무총리는 어떤 인물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대통령에게 쓴 소리 할 수 있는 인물
정치적 소통 능력이 뛰어난 인물
행정적으로 가장 유능한 인물
국가 혁신을 이끌 젊은 인물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