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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존재감 사라졌나 트럼프 ‘오바마와 전쟁’

클린턴 존재감 사라졌나 트럼프 ‘오바마와 전쟁’

김미경 기자
김미경 기자
입력 2016-05-31 23:06
업데이트 2016-06-01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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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때리기보다 효과적… 트럼프 공격수로 나선 오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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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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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당신은 해고야(You are fired).”

미국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인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왼쪽)가 지난해 6월 대선 출마를 선언한 뒤 유세장에서 자주 외치는 말이다. 자신이 진행했던 리얼리티 TV쇼 ‘어프렌티스’(견습생)에서 했던 이 유행어를 앞세워 공격하는 대상은 다름 아닌 버락 오바마(오른쪽) 대통령이다. 미 언론은 “트럼프의 유세나 인터뷰 등을 듣고 있으면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보다 오바마 대통령 때리기에 더 열중하는 듯하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최근 트럼프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의 전쟁은 왜 벌어지는 것일까.

30일(현지시간) 미 언론 및 선거전문가 등에 따르면 트럼프의 오바마 때리기는 백악관 입성을 위한 당연한 수순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유권자들은 선거 때마다 기존 권력 유지보다 새 권력을 갈망하기 때문에 현재 권력을 비판해야 반대편 후보로서의 정당성이 확보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는 오바마의 대다수 정책이 잘못됐다고 비판하고, 자신의 공약이 맞는다고 주장한다. 특히 긍정적 평가를 받는 오바마의 경제·외교 정책에 대해 “일자리를 잃고, 강한 미국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깎아내리기 바쁘다. 워싱턴포스트는 “오바마의 지지율이 최근 고공행진하면서 클린턴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자 트럼프가 이에 대한 견제 수위를 높이고 있다”며 “오바마를 때리는 것은 클린턴을 공격하는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또 자신으로 인해 내분이 심각한 공화당을 오바마와 클린턴 때리기로 단합하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트럼프는 지난 29일 한 연설에서 “(그동안 비판해 온) 중국이나 일본, 멕시코에 화내는 게 아니라 대통령에게 화내는 것”이라며 “중국이 지식재산을 훔쳐가는데 이런 일이 생기도록 한 대통령에게 화를 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자신의 막말 공약이 비판을 받자 이를 대통령의 탓으로 돌린 것이다. 트럼프는 이날 또 트위터에 “오바마 대통령이 히로시마에 있는 동안 한 번이라도 일본의 진주만 공격을 언급했나? 당시 수천명의 미국인이 목숨을 잃었다”고 올려 그의 업적을 깎아내리기에 바빴다.

트럼프의 공격을 받아온 오바마는 그동안 트럼프의 극단적 이민정책 등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하다가 지난 2월부터 실명을 거론하며 트럼프 공격수로 나섰다. 그는 “트럼프는 절대 대통령이 되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직은 리얼리티쇼가 아니다”라고 수차례 언급하다가 지난 3일 트럼프가 공화당의 대권 도전자로 사실상 결정되자 공격 수위를 더 높였다. 오바마는 트럼프의 대선 공약들을 지적하며 “무식은 미덕이 아니다”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특히 외국 정상들이 트럼프 때문에 당황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동맹을 폄훼하는 등 다른 나라들과의 관계에 해를 입히고 있다는 주장인 것이다.

오바마의 트럼프 때리기도 트럼프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클린턴을 위협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트럼프의 평균 지지율은 이날 현재 42.8%로, 클린턴(43.8%)을 1% 포인트 차로 추격하고 있다. 클린턴 지지 의사를 밝힌 오바마가 민주당 정권 재창출을 위해 클린턴을 도와야 하는데, 클린턴이 최근 고전하는 상황에서 자칫 트럼프에게 백악관을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가 자신의 업적에 대한 좋은 평가를 유지하고, 클린턴을 당선시키고자 7월 전당대회 이후 본선 경쟁이 시작되면 클린턴 지지 유세를 펼치고 트럼프 비판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2016-06-01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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