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힘들게 노력해 스탠퍼드 입학” 알고 보니 75억원 뇌물 효과

“힘들게 노력해 스탠퍼드 입학” 알고 보니 75억원 뇌물 효과

임병선 기자
입력 2019-05-03 11:34
업데이트 2019-05-03 14:17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미국 명문 스탠퍼드 대학에 부정 입학한 사실이 발각돼 퇴학 처분 당한 중국인 유학생 자오유시. 유튜브 동영상 캡처
미국 명문 스탠퍼드 대학에 부정 입학한 사실이 발각돼 퇴학 처분 당한 중국인 유학생 자오유시.
유튜브 동영상 캡처
“몇몇 사람은 ‘너네 집이 부자라 스탠퍼드 대학에 입학한 것 아냐’라고 생각할지 몰라요. 그런데 나, 힘들게 노력해 스탠퍼드에 들어간 거예요.”

친구들에게 몰리란 이름으로 통하던 중국계 유학생 자오유시는 2017년 봄 서부 명문 스탠퍼드 대학에 요트 특기생으로 입학 허가를 받은 뒤 같은 해 여름에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90분 짜리 동영상 내내 “미국 대학들은 시험 성적만 보고 합격 여부를 결정하지 않아 인성도 중요하다. 커리큘럼 밖의 활동을 활발히 해 특별한 기량을 보여줘야 한다”고 누누이 강조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베이징에 사는 그녀 부모가 뉴포트비치 소재 입시 컨설턴트 윌리엄 릭 싱거를 통해 650만 달러(약 75억 8000만원)의 뇌물을 대학 관계자들에게 ‘먹여’ 입학 허가를 얻어낸 것으로 드러났다고 일간 뉴욕타임스가 2일(현지시간) 전했다.

싱거는 학부모 33명으로부터 뒷돈을 받고 자녀를 체육특기생으로 둔갑시키거나 대리시험을 보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대규모 입학 비리를 설계한 인물이다. 유명 탤런트 로리 러프린이 두 딸을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에 입학시키는 데 50만 달러를 제공한 것과 비교해도 실로 엄청난 액수다. 매사추세츠 연방 검찰청과 연방수사국(FBI) 보스턴 지부가 지난 3월 중순 입시 비리 수사 결과를 발표할 때 뇌물 총액을 2500만 달러라고 발표했으니 자오네 뇌물이 약 4분의 1 가까이 된다.

제약업계 억만장자인 그녀 부모는 모건스탠리 자산관리사의 소개로 싱거를 알게 됐으며, 자오는 요트를 해본 경력이 전혀 없는데도 경쟁력 있는 선수였던 것처럼 꾸며 스탠퍼드대 입학 허가를 받았다. 입학 후에도 따로 50만 달러를 요트 팀에 기부했다.

대규모 입시 비리에 중국인이 큰손으로 등장했다는 소식이 널리 알려진 시점에도 자오네가 사는 베이징 부유촌에는 미국 대학 입학을 책임지고 알선하며 SAT 시험 준비를 책임지겠다는 광고들이 즐비하게 나붙어 있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캡스톤이란 회사는 “미국의 톱 40 대학들에 100% 합격 허가를 얻어냈다”고 광고했으며, 여러 광고물이 예일, 브라운, 앤도버, 그로턴과 같은 대학들의 입학 허가를 받을 수 있다고 자랑했다.

국제교육연구재단에 따르면 2017년 미국 대학에 입학한 중국인 유학생은 36만 3000명에 이를 정도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그녀 어머니는 지금도 싱거의 거짓말에 속아 넘어간 피해자라고 주장하며 650만 달러는 스탠퍼드 대학에 내는 합법적인 기부금으로 믿었다고 항변하고 있다. “대학과 학생들을 위한 선의였을 뿐만 아니라 딸을 사랑하고 지지하는 모성애에서 비롯된 너그러운 행위였을 뿐이다.” 아울러 어디까지나 기부금을 냈을 뿐이고 딸이 입학한 것은 “통상 채널을 통해” 이뤄진 것이라고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2017년 자오유시의 아버지 자오타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부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년 자오유시의 아버지 자오타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부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버지 자오타오는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부와 함께 사진을 촬영할 정도로 유명한 억만장자다. 자택 차고에는 페라리, 테슬라, 벤틀리, 랜드로버 등 고급 승용차들이 즐비했지만 자오타오는 2015년 현지 잡지 인터뷰를 통해 자녀들 명의의 차가 한 대도 없으며 자신의 재산을 물려줄 생각도 없다고 밝힌 적이 있다. “자신의 능력을 기르지 않는 젊은애들을 진짜 경멸한다. 이런 애들이 우리 애들이라면 옷 하나만 걸친 채 쫓아낼 것이다. 난 그런 부호가 아니다.”

자오유시의 언니 자오유첸도 “어릴 적부터 우리는 가족 돈은 가족 돈이며 우리 일이 아니라고 배웠다. 가능하면 최고의 교육을 받을 수 있겠지만 그것 없이도 더 나은 삶을 원한다면 스스로 벌어서 하면 된다. 여행할 때 어른들은 퍼스트클래스를 이용하겠지만 우리 애들은 뒷자리 이코노미에 앉아 가도 된다”고 말했다.

1993년 샨동 부창 제약 그룹을 선친 자오부창과 함께 창업한 자오타오 회장은 형, 아내, 딸들을 채용해 가족 회사로 키웠다. 미국 포브스 집계에 그의 순자산은 18억 달러로 평가됐다. 싱가포르 국적으로 갖고 있어서 일부 중국인들은 왜 싱가포르인의 잘못에 중국인이 도매금으로 넘어가느냐고 항의했다.

스탠퍼드 2학년 재학 중 퇴학 처분을 받은 자오유신은 스탠퍼드 스피커스 브루란 클럽에 가입해 활동했는데 이 클럽은 가수 겸 배우 제니퍼 로페즈,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등을 초청하기도 했다고 NYT는 전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많이 본 뉴스
내가 바라는 국무총리는?
차기 국무총리에 대한 국민 관심이 뜨겁습니다. 차기 국무총리는 어떤 인물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대통령에게 쓴 소리 할 수 있는 인물
정치적 소통 능력이 뛰어난 인물
행정적으로 가장 유능한 인물
국가 혁신을 이끌 젊은 인물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