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P 자료사진
지난달 민주당 후보 앤디 베셔와 혼전 끝에 패해 지사 직에서 물러나는 베빈 전 지사는 주 검찰과 한마디 상의도 하지 않고 사면을 받은 이들의 범죄로 피해를 입은 이들의 가족들에게도 통보하지 않은 채 무더기 사면령에 서명했다고 영국 BBC가 13일(현지시간) 전했다. 그는 일간 워싱턴 포스트(WP)에 보낸 성명을 통해 “난 기회를 두 번 주는 걸 굳게 믿어온 사람”이라며 “내 생각에 이 나라는 구원과 두 번째 기회, 새로운 인생의 장이란 개념에 터잡아왔다”고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했다.
그의 사면 은전을 입은 이 가운데 15세 소년을 성폭행해 유죄 판결을 받은 데이톤 존스, 음주운전으로 목사 부부를 치어 죽여 유죄가 확정된 브렛 휘태커가 있다. 또 막 세상에 태어난 아기를 벼룩시장 쓰레기통에 던진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여성, 아홉 살 어린이를 강간한 혐의로 지난해 23년형을 선고받은 남성도 사면했다.
2014년 도널드 밀스 집에 난입해 살인강도, 경관 사칭, 증거 조작 등으로 2017년 17년형이 확정된 패트릭 브라이언 베이커도 포함됐다. 베이커는 형기를 2년만 복역하고 지난 9일 사면됐다. 살인강도 공범은 사면되지 않았다. 베빈 지사는 사면을 승인하면서 베이커가 “성인이 돼서도 현명하지 않은 결정들을 잇따라 한 남성”이라고 표현했다. 주의회 의원들은 켄터키주 법무부가 베빈 지사의 베이커 사면 과정을 조사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자신의 선거운동 캠프에 2만 1500달러를 불법 기부하는 자선 파티를 개최하고 4000달러 기금을 쾌척한 형과 자형에게도 은전을 베풀었다.
그런데 미국 주지사들은 사면을 남발하곤 했다. 캘리포니아주 지사를 지낸 제리 브라운이 단연 으뜸이었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무려 1189명을 사면하고 152명을 감형했다. 숫자는 많았지만 대부분은 약물과 폭력적이지 않은 범법행위의 전과를 지워준 것이었다.
반면 베빈이 사면한 범죄의 질은 확연히 다르다. 베이커를 기소했던 재키 스틸 변호사는 WP에 “이 주지사가 한 짓은 절대적인 정의 압살”이라며 “그는 희생자들과 우리 공동체의 다른 이들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개탄했다.
선거운동 기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분을 강조하고 그의 위세를 과시했던 베빈은 임기 도중 폭력적이지 않은 범죄의 형기를 마친 전과자들의 투표권을 다시 부여하는 법안에는 서명하지 않아 대조를 이뤘다. 12일 취임한 베셔 지사는 14만명의 투표권을 부여하는 행정집행 명령에 서명했다.
베빈 지사는 임기 막판 노동조합과 교사들과 마찰을 빚으며 가장 인기 없는 지사로 퇴임했다. 물론 그의 사면을 지지한 이들도 있었다. 은전을 받은 이들은 낯부끄러운 언사로 그가 현명한 결정을 했다며 반겼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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