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출신 유대인 이민자 아들 “미국은 나치 상징과 저항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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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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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지난 5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유세 현장에서 한 청중이 독일 나치 문양이 그려진 깃발을 펼쳐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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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대선주자인 샌더스 의원은 이날 CNN에 “미국의 주요 정치 집회에서 ‘스와스티카’(나치 문양)를 보게 될 줄은 몰랐다”면서 “말할 수 없다. 역겹다”고 비판했다. 지난 5일 애리조나주에서 열린 샌더스 의원 유세에서 한 남성이 나치 문양 깃발을 흔들었다. 이에 청중들은 이 남성의 돌출 행동에 야유를 보냈으며 일부는 그가 갖고 있던 깃발을 찢기도 했다. 결국 그는 경비원들에 의해 유세장에서 쫓겨났다.
샌더스 의원은 당시 이런 상황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그 남성은 내가 바라보는 방향의 뒤편에 있었다”면서 “내가 연설할 때 청중이 야유해서 뒤돌아봤는데,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잘 보이지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샌더스 의원은 “‘스와스티카’는 이 나라가 저항하는 모든 것의 상징”이라고 강조하면서 “우리는 그 상징과의 싸움에서, 나치즘과의 싸움에서 40만명을 잃었고, 600만명의 유대인이 숨졌으며 다른 사람들도 많이 죽고 다쳤다”고 지적했다.
샌더스 의원은 폴란드 출신 유대인 이민자의 아들이다. 샌더스의 아버지 형제 등 그의 가족들은 제2차 세계대전 중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희생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샌더스 의원은 자신을 ‘미국에 온 폴란드계 이민자의 아들’이라고 소개하는 등 평소 유대인이라는 사실을 밝히는 데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이는 ‘민주 사회주의’라는 그의 정치적 성향과 전략 때문에 미국 내에서 거대한 이익집단으로 비치는 유대인 조직과 거리를 두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2020-03-1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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