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아빠 쓰러뜨린 인종차별 총성… MLB·NBA까지 멈췄다

흑인 아빠 쓰러뜨린 인종차별 총성… MLB·NBA까지 멈췄다

이경주 기자
이경주 기자
입력 2020-08-27 21:06
업데이트 2020-10-12 18:32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블레이크 사건 ‘제2의 플로이드’ 번지나

최근 위스콘신주에서 경찰이 비무장 흑인 남성에게 과잉총격을 가한 사건이 ‘제2의 조지 플로이드 사태’로 비화될 조짐이다. 지난 23일 이 주 커노샤에서 제이컵 블레이크가 세 아이들이 보는 가운데 7발의 경찰 총격에 쓰러진 뒤 연일 격렬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도시에서 동조 시위가 벌어지고 있으며 프로스포츠 선수단의 출전 거부로 미국프로농구(NBA) 등도 다시 멈춰 서는 등 분위기가 심상찮다.

커노샤에 주방위군 투입 규모를 2배 늘리면서 당국은 강경 대응에 고삐를 죄고 있다. 이런 가운데 25일(현지시간) 시위대 2명이 자경단 소속 10대 백인 청소년의 총격으로 사망하면서 충격받은 민심은 폭발 직전이다. 전당대회 사흘째를 맞은 공화당은 ‘법과 질서 확립’을 주장하며 단호한 대응을 천명했고, 이에 맞서 민주당은 ‘정의 실현’을 약속하는 등 대선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위스콘신주 지역매체인 WTMJ 방송은 26일 “지난 3일간 밤마다 경찰이 커노샤에서 플래시, 사이렌, 후추 스프레이, 최루탄, 고무탄 등을 동원해 시위대를 해산시켰지만 전날 시위대를 향한 총격으로 2명이 사망했다”며 “토니 에버스 주지사는 주방위군을 250명에서 500명으로 늘렸다”고 보도했다.

이날 현지 경찰은 전날 시위대를 향해 반자동 소총을 발사해 2명을 숨지게 한 혐의(1급 살인)로 카일 리튼하우스(17)를 체포했다. CBS방송 등은 리튼하우스가 평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에 대항하는 ‘경찰 생명도 소중하다’(Blue Lives Matter)란 구호를 올렸고 제복을 입고 소총을 쥔 채 찍은 사진을 게시했다고 전했다. ‘경찰 숭배’ 경향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는 흑인시위대에 맞서 치안을 유지하는 커노샤 지역 자경단에서 활동했다.
이미지 확대
26일(현지시간)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구단들도 정규리그 보이콧에 동참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간 경기가 취소된 오라클 파크 경기장에 ‘흑인의 삶도 중요하다’는 전광판 메시지만 빛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게티/AFP 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구단들도 정규리그 보이콧에 동참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간 경기가 취소된 오라클 파크 경기장에 ‘흑인의 삶도 중요하다’는 전광판 메시지만 빛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게티/AFP 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태세와 지역 백인 자경단의 무차별 공격으로 잠잠했던 흑인시위의 불길이 다시 번질 모양새다. 그간 경기장에서 무릎을 꿇는 등 상징적 행위로 흑인시위에 동조했던 운동선수들은 아예 출전을 거부하고 나섰다. 이날 메이저리그(MLB) 밀워키 대 신시내티 경기 등이 취소됐고 NBA 플레이오프 세 경기, 미국여자프로농구(WNBA)와 미국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MLS) 경기 등이 줄줄이 취소됐다. 4개 사무국은 선수들의 보이콧을 지지했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위터에 “나는 선수들의 신념을 인정한다. 우리 가치를 옹호하기 위해 모든 기관이 필요할 것”이라고 썼다.
이미지 확대
미국 프로농구(NBA) 선수들이 흑인 남성에 대한 경찰의 총격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반대 운동에 동참하기 위해 경기 보이콧에 나선 가운데 2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레이크부에나비스타에 소재한 NBA 경기장이 텅 비어 있다. 레이크부에나비스타 AP 연합뉴스
미국 프로농구(NBA) 선수들이 흑인 남성에 대한 경찰의 총격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반대 운동에 동참하기 위해 경기 보이콧에 나선 가운데 2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레이크부에나비스타에 소재한 NBA 경기장이 텅 비어 있다. 레이크부에나비스타 AP 연합뉴스
공화당은 경찰 과잉대응에 대한 언급 없이 폭력의 중단만을 요구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이날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역사적 성지인 맥헨리 요새에서 부통령 후보 수락연설을 하고 “미니애폴리스, 포틀랜드, 커노샤 등에서 벌어지는 폭력은 중단돼야 한다. 경찰 예산 삭감은 지금도, 나중에도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트위터에 “미국 거리에서 약탈, 폭력, 무법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오늘 나는 법과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연방 법 집행관들과 주 방위군을 위스콘신 커노샤에 보낼 것”이라고 썼다. 반면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제이컵 가족들과의 만남을 공개하며 “나는 그들에게 정의는 반드시 이뤄져야 하고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다만 “잔혹 행위에 항의하는 것은 옳지만 공동체를 불태우는 것은 항의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2020-08-28 17면
많이 본 뉴스
공무원 인기 시들해진 까닭은? 
한때 ‘신의 직장’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공무원의 인기가 식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9급 공채 경쟁률은 21.8대1로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공무원 인기가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낮은 임금
경직된 조직 문화
민원인 횡포
높은 업무 강도
미흡한 성과 보상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