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해지고 싶어 존 레넌 살해한 채프먼 “진즉 사형 당했어야”

유명해지고 싶어 존 레넌 살해한 채프먼 “진즉 사형 당했어야”

임병선 기자
입력 2020-09-23 11:02
업데이트 2020-09-23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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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노 요코에 사죄, 뉴욕주 가석방심사위 “가두는 게 최선”

1980년 미국 뉴욕의 아파트에 귀가하던 존 레넌에게 총격을 가해 살해해 20년 동안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고 40년 가까이 복역 중인 마크 데이비드 채프먼이 지난 2018년 1월 31일(현지시간) 뉴욕주 교정당국의 가석방심사위원회에 출석했을 때의 모습. 그의 나이 63세였을 때다. 뉴욕주 교정국 자료사진 AP 연합뉴스
1980년 미국 뉴욕의 아파트에 귀가하던 존 레넌에게 총격을 가해 살해해 20년 동안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고 40년 가까이 복역 중인 마크 데이비드 채프먼이 지난 2018년 1월 31일(현지시간) 뉴욕주 교정당국의 가석방심사위원회에 출석했을 때의 모습. 그의 나이 63세였을 때다.
뉴욕주 교정국 자료사진 AP 연합뉴스
1980년 영국 록그룹 비틀스의 존 레넌(당시 40)을 총격 살해한 마크 데이비드 채프먼(65)이 아직도 40년 가까이 복역 중이란 사실에 놀라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 같다. 범행 직후 당당히 “유명해지고 싶어” 레넌에 총격을 가했다고 털어놓아 세상을 깜짝 놀래킨 그가 지난달 미국 뉴욕주 교정당국의 가석방 심사위원회에서 “난 그 때 사형 당했어야 마땅했다”면서 미망인 오노 요코(87)에게 사죄의 뜻을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뉴욕주에서는 1963년 이후 한 번도 사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2007년에야 사형제도가 폐지됐다. 채프먼은 범행 이듬해에 20년 동안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 받았다.

오노는 늘 채프먼이 가석방으로 풀려나 자신을 찾아오면 어떻게 하느냐는 두려움에 떨었다고 여러 차례 털어놓았다. 해서 20년 전부터 채프먼의 가석방 심사가 진행될 때마다 출석해 풀어주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2015년 블로그 ‘데일리 비스트’ 인터뷰를 통해 “내가 생각하는 한 가지는 그가 다시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는 것인데 누구에게라도, 예를 들어 아들인 션에게나 누구에게라도 그럴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게 정말 염려된다”고 말했다.

채프먼의 가석방심사위 발언 기록은 지난 21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PA 통신이 단독 입수해 처음 공개됐다고 영국 BBC가 다음날 전했다. 그는 이번 심사위원회에 “내가 레넌을 암살했다. 레넌은 당시 매우 유명했고, 내가 개인적 영예를 좇은 것이 (살해의) 유일한 이유였다”며 “나는 (레넌을 살해한 뒤)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돼야 했었다”고 참회의 뜻을 밝혔다.
채프먼의 흉탄 네 발을 맞고 존 레넌이 스러지기 10년 전인 1970년 ‘톱 오브 더 팝스’ 무대 뒤편에서 오노 요코와 다정한 한때를 보내는 모습.  AFP 자료사진
채프먼의 흉탄 네 발을 맞고 존 레넌이 스러지기 10년 전인 1970년 ‘톱 오브 더 팝스’ 무대 뒤편에서 오노 요코와 다정한 한때를 보내는 모습.

AFP 자료사진
레넌의 열성 팬이었던 채프먼은 1980년 12월 8일 뉴욕 맨해튼에 있는 레넌 아파트를 찾았다. 그는 아파트를 나서는 레넌에게 당시 레넌이 발매한 앨범 ‘더블 판타지’를 건네 사인을 받았고, 그로부터 5시간 뒤 집으로 돌아오는 레넌을 향해 총 방아쇠를 네 발이나 당겼다. 오노가 지켜보는 앞에서였다. 채프먼이 범행 당시 JD 샐린저의 소설책 ‘호밀밭의 파수꾼’을 옆구리에 끼고 있었던 점도 화제가 됐다.

채프먼은 “레넌은 사실 그날 나에게 친절했다”면서 자신의 행동이 “이기적이고 오싹하며 비열했다”고 후회했다. 또 심사위원회가 가석방을 불허하면 남은 생을 감옥에서 회개하며 보내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누군가에게 살해당할지 모른다는 이유로 독방을 자청해 지내고 있으며 회계사와 짐꾼 일을 하며 지낸다고 방송은 전했다.

8년 전부터 지금까지 뉴욕주 버펄로 웬드 교도소에 복역 중이다. 그는 가석방 신청이 가능해진 2000년부터 올해까지 11차례 연속 가석방을 신청했지만, 모두 불허됐다. 가석방심사위원회는 “채프먼은 레넌 가족과 비틀스 멤버, 전 세계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줬다. 채프먼을 가둬두는 것이 사회에 가장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영국 BBC는 그의 근황도 상세히 전했다. 결혼도 했다. 아내는 교도소 근처에 살며 옥바라지를 하고 있다. 가석방심사위원회에 자신을 독실한 기독교도라고 소개했다. 샐린저의 소설 주인공처럼 고립되고 외로움을 느껴 동일시했다고 했다. 일종의 ‘외로운 늑대’ 이론을 펼친 셈인데 2년 뒤에야 가석방 심사를 신청하게 된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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