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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호화유람선이 해적선마냥 도주, 유류비 안 내 압류당할 위기에

美 호화유람선이 해적선마냥 도주, 유류비 안 내 압류당할 위기에

임병선 기자
입력 2022-01-25 17:17
업데이트 2022-01-27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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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 대금을 내지 못해 미국 연방법원으로부터 압류당할까봐 지난 22일(이하 현지시간) 당초 입항할 예정이던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항구 대신 급히 바하마 제도로 선회해 도주 논란을 낳은 크리스탈 크루즈 소속 크리스털 심포니 호가 지난 2013년 5월 21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 항구를 떠나는 모습. AP 자료사진 연합뉴스
유류 대금을 내지 못해 미국 연방법원으로부터 압류당할까봐 지난 22일(이하 현지시간) 당초 입항할 예정이던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항구 대신 급히 바하마 제도로 선회해 도주 논란을 낳은 크리스탈 크루즈 소속 크리스털 심포니 호가 지난 2013년 5월 21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 항구를 떠나는 모습.
AP 자료사진 연합뉴스
“우리는 체포되지 않으려고 달아나는 해적선이었다!”

선박유 대금을 지불하지 않아 미국 법원으로부터 압류될 위기에 몰린 호화 유람선이 승무원과 승객 등 700여명을 태운 채 지난 22일 귀항하려던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대신 바하마 제도의 비미니 섬으로 급히 항로를 돌려 버렸다. 그 바람에 애먼 승객들이 다음날 바하마 제도에서 페리로 갈아 타고 플로리다주 포트 로더데일로 돌아오는 불편을 겪었다.

유명한 유람선사 크리스털 크루즈 소속 크리스털 심포니 호에서 생긴 일이라 놀라움을 더한다. 2013년부터 이 유람선 안에서 공연 활동을 해 온 가수 엘리오 페이스는 위와 같은 표현으로 황당함을 전했다. 승무원들이 400명, 승객이 300명 정도라고 페이스는 추정했다. 그런데 회사는 이들이 플로리다주로 돌아온 뒤에 이용하려던 공항도 바꿔 승객들의 불편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페이스에 따르면 지난 20일 선장이 장내 방송을 통해 “기술적이지 않은 문제 때문에 마이애미에 정박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순간 선내는 충격을 받은 듯 침묵에 빠져들었고 악단 단원들도 모두 고개를 내저었다고 그는 돌아봤다.

크리스털 크루즈에 선박유를 공급하는 페닌슐라 페트롤리움 파 이스트는 대금 120만 달러(약 14억 3000만원)를 받지 못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미국 법원은 지난 20일 유람선 매각 대금을 회수할 용도로 크리스털 심포니 호의 압류를 허용했다. 이에 따라 법원이 지정한 관리인은 크리스털 심포니 호가 2주의 카리브해 항해를 마치고 22일 마이애미에 입항하면 압류 명령을 집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를 안 크리스털 심포니 호는 돌연 방향을 틀어 비미니 섬 항구에 정박했다.

이 회사는 말레이시아의 억만장자 림 콕 타이가 설립한 관광 기업 겐팅 홍콩 그룹의 자회사다. 본사를 홍콩에 두고 세계 곳곳에서 여러 브랜드의 크루즈 노선을 운영했으나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영난으로 임시 파산을 신청한 상태다.

고생하며 돌아온 승객 글렌다 그로는 미국 CBS 뉴스 인터뷰를 통해 “비미니 일은 괴이쩍다. 많은 사람들이 정말 화가 났다. 그런데 크루즈는 아름다웠고, 승무원들은 모범적이었다. 다시 갈래? 묻는다면 예스다. 그들이 재정적인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아마도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승객 자니 웹도 이런 상황이 “경미한 불편”을 끼쳤다면서 5년, 10년, 15년 경력의 베테랑 승무원들이 큰 일이라고 걱정했다. 페이스 역시 마찬가지라면서 30~50명의 승무원이 계약 만료로 바하마 제도에서 하선했고, 나머지 승무원들은 앞날이 불투명한데도 유람선 안에 계속 남아 있다고 전했다. 2주 동안 승무원들과 어울려 정이 든 어르신들이 자신에게 불편을 끼친 점을 하소연하기보다 승무원들의 앞날을 걱정하고 있다.

지난주 울산광역시 해상교통관제센터(VTS)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법원으로부터 가압류 등 감수 보존 처분을 받은 외국 선박들이 감시가 느슨한 틈을 타 달아나 해양경찰청 특공대원들이 우리 영해를 벗어나기 전에 위력을 동원해 진압하고 예인해오는 일이 드물지만 왕왕 있다고 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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