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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보라고 美·대만 2인자 1979년 단교 후 처음 다정한 대화

중국 보라고 美·대만 2인자 1979년 단교 후 처음 다정한 대화

임병선 기자
입력 2022-01-28 10:41
업데이트 2022-01-28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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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라이칭더 대만 부총통이 27일(현지시간) 테구시갈파에서 열린 온두라스 대통령 취임식장에서 다정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1979년 미중 수교 이후 미국과 대만 정부 최고위급 인사로는 처음 이뤄진 대화라 주목 받았다. 대만 총통실 제공 AFP 연합뉴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라이칭더 대만 부총통이 27일(현지시간) 테구시갈파에서 열린 온두라스 대통령 취임식장에서 다정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1979년 미중 수교 이후 미국과 대만 정부 최고위급 인사로는 처음 이뤄진 대화라 주목 받았다.
대만 총통실 제공 AFP 연합뉴스
미국과 대만 정부의 2인자가 온두라스의 첫 여성 대통령 취임식장에서 1979년 단교 이후 처음으로 얼굴을 맞대고 얘기를 나눠 눈길을 끌었다. 중국 정부가 화를 낼 것을 뻔히 예상할 수 있는데 두 나라는 보란 듯 둘의 대화 모습을 국제사회에 각인시키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대만 중앙통신사와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부총통이 27일(현지시간) 시오마라 카스트로 온두라스 대통령 취임식장에서 인사를 나누고 간단한 대화를 나눴다. 중앙통신사가 두 지도자의 대화 모습을 근접 촬영한 사진들을 보도했는데 실은 두 나라 정부가 긴밀히 협의해 꾸민 일로 비쳤다.

두 사람은 취임식장 맨 앞줄에 마련된 각국 정상 및 특사단석에 앉아 있었다. 둘 사이에는 코스타리카 대통령과 스페인 국왕이 자리하고 있었다. 해리스 부통령이 주변 인사들과 인사를 주고받는 과정에 자연스럽게(!) 라이 부총통에게도 인사를 건네는 것처럼 연출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취임식 참석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라이 부총통과 대화했다고 직접 밝혔다. 그는 중미 지역의 공통 관심사, 그리고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한 ‘근본 원인’에 집중하는 미국 정부의 전략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미국과 중국, 중국과 대만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 미국과 대만의 최고위급 인사가 접촉했다는 점만으로도 정치적 의미가 작지 않아 보인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차라리 공개 양자 회담을 열어 강력한 대만 지지 메시지를 발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공화당의 톰 티파니 상원의원과 스콧 페리 하원의원은 해리스 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미국이 동맹 친구를 만나는 데 중국의 동의는 필요 없다면서 모처럼의 이번 기회를 활용해 공개 회담을 열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만 측에선 더욱 수위가 높은 접촉을 기대했지만 미국은 결국 ‘스탠딩 대화’ 방식을 택했다. 가뜩이나 위태로운 미중 관계를 최악으로 끌고 가지 않겠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1979년 미중 수교 이후 미국과 대만 최고위급 지도자의 ‘단순 직접 접촉’도 사실상 없었기 때문에 해리스 부통령과 라이 부총통의 공식 회담이 열리면 중국이 ‘마지노선’을 넘은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 앞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전화 통화를 통해 “미국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방해하는 것과 대만 문제로 카드놀이를 하는 것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미중 수교 이후 40여년간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앞세운 중국 눈치를 보며 대만과 조심스러운 관계를 맺어왔는데 도널드 트럼프 재임 시절부터 미중 전략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대만의 전략적 가치를 재평가하고 외교·군사·경제·군사 등 모든 면에서 대만과의 관계를 급진전시켰다. 당국자 공개 접촉 금지 등 기존의 ‘금기’를 하나씩 허물며 새로운 균형점을 찾고 있다.

한편 ‘미국의 앞마당’에 위치한 온두라스는 대만과 외교 관계를 유지하거나 수교한 14개국 가운데 한 나라다. 좌파 성향의 카스트로 대통령은 후보 시절 당선되면 대만 대신 중국과 수교할수 있음을 언급했으나, 당선 이후 대만과의 외교관계를 유지하겠다며 입장을 바꿨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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