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 물가’ 시달리는 미국
수요 급증에 러 제재 등 악재 겹쳐
우크라 전쟁 지속 땐 6달러 넘을 듯
바이든, 사우디에 증산 요청 검토
이달 빈살만 만나 관계 개선 시도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미국 전국 평균 휘발유 소매가격은 11일 기준 5.004달러를 기록했다. 일주일 만에 19센트 올랐다. 1년 전(3.077달러)과 비교하면 62.6% 급등했다. 캘리포니아주의 휘발유값이 6.430달러로 전국에서 가장 비쌌다. 네바다주(5.642달러), 알래스카주(5.561달러)가 뒤를 이었고, 워싱턴 DC의 휘발유값도 5.240달러로 평균을 웃돌았다. 기름값이 가장 싼 곳은 조지아주(4.467달러)였다.
가파른 기름값 상승 원인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경기 회복으로 원유 수요가 급증한 상황에서 서방의 러시아산 원유 제재로 지난해 12월 초 배럴당 60달러 후반대까지 내려간 브렌트유는 지난 10일 122.01달러로 마감해 약 반년 만에 2배 가까이 올랐다. 미국은 세계 최대 산유국이지만 대유행 기간 원유에서 휘발유를 뽑아내는 정제 능력이 약화해 2019년 말 이후 하루 90만 배럴씩 휘발유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다고 AP통신은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기름값 상승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대러 제재가 길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JP모건은 지난달 투자보고서에서 미국 휘발유값이 8월까지 갤런당 6.20달러를 찍을 것으로 내다봤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휘발유값은 가계에 부담이 되고 있다. 미 정부 에너지지원감독협회(NEADA)는 소득 하위 20% 가구의 에너지 지출 비중이 2020년 27%에서 올해 38%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 증산을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바이든이 이달 말 유럽과 이스라엘을 순방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만나 관계 개선을 시도할 것이라고 전했다. 바이든 정부는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자말 카슈끄지의 살해에 빈살만 왕세자가 관여했을 가능성을 거론하며 사우디와 마찰을 빚어 왔다. 바이든은 이날 사우디 방문 여부는 미정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고물가에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정치적 결단을 내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해 11월 5000만 배럴, 올 3월 3000만 배럴의 전략비축유를 방출한 데 이어 4월부터 매일 100만 배럴씩 총 6개월간 비축유를 풀기로 했지만 유가 안정에 실패했다. 스모그 우려로 여름철 판매를 금지한 고에탄올 휘발유까지 한시적으로 판매를 허용했지만 시장에 먹혀들지 않고 있다.
2022-06-1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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