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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은 공학 전공 금지”…황당한 아프간 대입정책

“여학생은 공학 전공 금지”…황당한 아프간 대입정책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2-10-15 18:59
업데이트 2022-10-15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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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고생 등교 중지 이어 대입 전공 선택도 제한
공학·경제학·언론학 등 금지…간호학 등으로 좁혀

집에서 공부하는 아프간 여학생들
집에서 공부하는 아프간 여학생들 20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의 한 가정집에서 여학생들이 함께 공부를 하고 있다. 2022.3.23
AFP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부가 여학생에게 공학과 경제학 등 일부 전공을 지원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여성의 교육 환경이 날로 악화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영국 BBC와 미국 CBS방송에 따르면 최근 아프간에서 치러진 대학 입시시험에서 남성 응시자들과 달리 여성 응시자들은 일부 전공 선택을 제한받았다.

BBC방송은 대학이나 지역에 따라 여성의 응시가 제한된 학과가 조금씩 달랐지만 대부분의 경우 여성은 공학과 경제학, 수의학, 농학, 언론학 등에는 응시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대신 여성이 지원할 수 있는 전공은 간호학, 조산학, 문학 등의 학과였다.

동부 낭가하르 대학 입학시험에 응시한 파티마(19·가명)는 기자가 되기 위해 대학에서 언론학을 공부하려고 했지만 그 꿈이 좌절됐다고 말했다.

닝가하르 대학이 전체 13개 학부 중 여성에게 언론학부를 제외한 단 7개 학부 지원만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아프간 여학생 등교 재개
아프간 여학생 등교 재개 23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여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이날 아프가니스탄 전역에서 중고등학교 여학생의 등교가 재개됐지만 곧바로 다시 중단됐다. 2022.3.28
AFP 연합뉴스
파티마는 BBC에 “기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라디오나 TV에서 일하고 싶었다. 여성의 권리를 위해 싸우고 싶었다”면서 “이제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또 “10명 정도 되는 여학생들은 (선발) 안내장을 받은 뒤 우리가 원하는 학과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울음을 터뜨렸다”고 말했다.

최근 대학 입시를 치른 미나는 경제학을 공부하고 싶었지만 전공 선택 제한으로 문학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CBS방송에 “너무 절망적이어서 울어버렸다”면서 “문학을 선택한 것은 지난 12년간 내 교육을 뒷바라지 해준 가족을 실망시킬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17년의 아프간 대학 졸업식
2017년의 아프간 대학 졸업식 2017년 7월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아프가니스탄 아메리칸 대학 졸업식. 여학생들도 차도르만 두른 채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이곳은 아프가니스탄 최초의 사립 비영리 고등교육기관이다.
EPA 연합뉴스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공부하려고 했다는 서부 출신의 한 여학생은 CBS방송에 “이 억압자들과 여성의 적들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공부하게 두질 않는다. 정의는 어디에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여성이 이러한 분야를 공부하는 것은 너무 어렵다면서 아이를 더 잘 키우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탈레반 정부 고등교육부에서 입시를 책임지는 압둘 카디르 카무쉬는 BBC에 “(대학에서) 여성을 위한 별도의 수업을 제공해야 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여성 지원자 수가 적다”며 “그래서 우리가 여성들이 일부 학과에 지원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한 이후 대부분의 공립학교에서 중·고등학교 여학생의 등교가 중단돼 여성의 교육 환경이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그 바람에 올해 아프간에서 여성의 대학 입시 응시율도 큰 폭으로 줄었다.
아프간 대학생들 남녀 분리 수업
아프간 대학생들 남녀 분리 수업 6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한 사립대 강의실에서 남녀 대학생들이 한가운데 설치된 커튼으로 분리돼 수업을 듣고 있다. 탈레반은 성별을 구분해 수업을 진행하고 여대생은 얼굴을 뺀 목부터 발끝까지 가리는 검은색 긴 통옷인 아바야를 입고, 눈을 제외한 얼굴 전체를 가리는 니캅을 쓰도록 명령했다. 사진 앞줄에 앉은 여대생들은 저항의 의미로 머리만 가리는 히잡을 썼다.
카불 AFP 연합뉴스
동부 라그만주에서는 지난해 1200명가량의 여성이 대학 입시를 치렀지만 올해는 182명으로 대폭 줄었다.

탈레반이 고등학교 마지막 학년 여학생들에게 대입 응시를 허용했지만, 중고교 여학생 등교 중지 조치가 풀리지 않으면 앞으로 여성 대입 응시생 수는 더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국은 올해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 3만명 등 총 10만명이 대학 입학시험에 응시할 것으로 예상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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