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서부에서 부모 차량 충돌 후 전복 돼
차량들 그냥 지나쳐 뒤늦게 친척들이 발견
고펀드미 모금에 벌써 6200만원 성금 답지
자동차가 전도되는 참변으로 삼남매는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됐다.
신디 브래독 트위터 캡처
신디 브래독 트위터 캡처
성탄 파티에 참석하려고 퍼스에서 동쪽으로 80㎞ 떨어진 노섬을 출발해 콘디닌 집으로 가던 길이었는데 콘디닌을 몇㎞ 밖에 남기지 않은 코리긴-콘디닌 도로에서 참변을 당한 것이었다. 뒷좌석에는 어린 아이 셋이 타고 있었다.
콘디닌 마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고, 적지 않은 차량들이 이곳을 지나갔지만 누구도 사고가 일어난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마이클 리드를 비롯한 친척들이 집에 도착하지 않자 실종 신고를 하고 직접 찾아나섰다. 그렇게 사고 발생 55시간이 지나서야 뒤집힌 차량을 발견하게 됐다. 놀랍게도 세 아이 모두 탈수가 심했지만 살아 있었다. 남반구라 당시 한낮에는 수은주가 섭씨 30도로 치솟는데도 아이들은 창문이 모두 내려져 몹시 더운 차 안에서 이틀 넘게 버틴 것이다. 졸지에 고아가 되는 참변을 겪었지만 기적처럼 세 아이는 부상당한 것만 빼면 멀쩡했다. 리드는 퍼스 아동병원에 후송된 아이들이 며칠 있으면 퇴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섯 살 누나가 어렵사리 한 살배기 남동생을 유아용 카시트에서 풀어줘 막내가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차량이 전복돼 있었기 때문에 카시트에 그 어린 아이가 그렇게 오랜 시간을 거꾸로 매달린 채 구조의 손길을 기다려야 했을 것이다.
리드는 “그애는 알지 못하겠지만 벨트를 풀지 않았다면 어린 동생은 지금 우리와 함께 있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아이들이 어떻게 고통을 견뎌냈는지 누구도 알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누나는 두 살배기 남동생의 안전벨트는 끝내 풀어주지 못해 그 아이는 이틀 넘게 거꾸려 매달려 있었다. 아마도 벨트가 고장난 것으로 보인다.
노섬의 주유소 계산원 네이선 오도넬은 이들 가족이 들러 주유를 하고 간식 거리도 사갔는데 이런 변을 당했다니 안타깝다고 호주 ABC에 털어놓았다. 오도넬은 “데이가 콘디닌 가는 길이라며 몇 시간째 운전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한 뒤 “그는 지쳐 보였다. 커피는 사지 않더라. 그 뒤 떠났는데 난 그에게 ‘오랜 운전에 행운 있길’이라고 말했는데 그에게 운이 따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디가 오지 않자 언니(동생) 헬렌은 페이스북에 “크리스마스 이후 제이크 데이와 신디 브래독을 본 사람 없나요? 그들이 노섬을 떠나 콘디닌으로 오기로 했는데 오지 않았다. 연락도 되지 않는다”고 적어 도움을 청했다.
이 지역 정치인 대런 풀은 주민들이 참변 소식을 듣고 충격에 빠졌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 일간 가디언 인터뷰를 통해 “마을에서 아주 가까운 곳이었는데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다. 사람들이 며칠 동안 그곳을 너무 빨리 지나쳐 버렸다. 아마도 그 점이 내게는 가장 커다란 충격으로 느껴진다”고 털어놓았다. 하루 아침에 고아가 된 아이들을 지역사회가 어떻게 보듬을지 하나씩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지치고 졸리면 운전대를 잠시 놓고 충분히 휴식을 취하라고 호소했다.
고펀드미 모금 페이지가 개설돼 7만 3000 호주달러(약 6200만원)가 모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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