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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일갈등 진원지 난징,80년 세월에도 학살흔적 선명

중일갈등 진원지 난징,80년 세월에도 학살흔적 선명

입력 2014-02-20 00:00
업데이트 2014-02-20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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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명 집단학살지 위에 기념관 설치…곳곳에 희생자 수 ‘300000’ 표지중국정부, ‘2차대전 종전 70주년’ 계기로 재부각 움직임

“난징(南京)대학살 기념관은 역사를 교훈 삼아 평화를 지켜나가자는 목적에서 운영되는 것입니다. 일본이 역사적 잘못을 반성하지 않는다면 양국 미래도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19일 오후 중국정부 초청으로 난징을 찾은 외신기자 40여 명을 마주한 주청산(朱成山) 난징기념관장은 ‘평화’와 ‘과거사 반성’을 동시에 거론했다.

중국은 일본과의 평화로운 공존을 원하지만 어디까지나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진지하고 성의있는 사죄가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정부의 우경화 동향을 비난하며 양국의 암울한 미래를 예고했다.

’일제만행’의 상징적 장소로 통하는 난징대학기념관 안팎에 산재한 대학살의 기억은 왜 주 관장과 같은 중국 지식인들이 이처럼 양국관계를 비관적으로 전망하는지를 어느 정도 짐작하게 했다.

외신기자들이 이날 오후 참관한 난징기념관은 전쟁 때 포탄에 맞아 훼손된 장둥먼(江東門)을 그대로 전시관으로 개조한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대학살 당시 살해된 중국인 1만 명의 시신이 발굴됐는데 이를 추모하기 위해 것이라고 기념관 측은 설명했다.

난징대학살은 중일전쟁 당시였던 1937년 12월∼1938년 1월 발생했다. 중국지역 일본군 총사령관인 마쓰이 이와네(松井石根) 휘하 군인들이 난징을 점령하면서 무차별적 총격과 생매장이 자행됐다.

산 사람을 불에 태워 살해하고 ‘중국인 100명 베기 시합’ 같은 상상하기 어려운 반인륜적 범죄가 수시로 벌어졌다.

기념관 측은 집단살해된 중국인들의 유골이 발견된 구덩이를 ‘만인갱’이라는 이름을 붙여 그대로 일반에게 공개하고 있었다. 엉겨붙은 유골이 층층이 쌓여 있는 단층사진도 볼 수 있었다. 모두 중국이 주장하는 ‘일제만행의 증거’들이다.

중국 측은 이처럼 70여 전 발생한 대학살의 기억을 생생하게 보존하는 것은 ‘역사적 교훈’을 얻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자국민들에게 ‘철저한 정신적 무장’을 촉구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기념관 안에는 ‘용서는 하되 결코 잊을 수 없다’는 큼지막한 글씨가 걸려 있다. 난징대학살 당시 중국인들에게 도피처를 제공해 많은 사람을 살린 독일인 존 라베가 한 말이다.

중국 당국자나 전문가들은 최근 중일갈등 국면에서 종종 이 문구를 인용한다. 그러나 ‘용서’보다는 ‘잊지 말자’ 쪽에 방점이 찍혀있다.

기념관 안팎에서는 ‘300000’이라는 숫자를 수시로 마주칠 수 있었다. 이는 중국당국이 공식적으로 추산한 난징대학살 희생자 숫자로 역시 역사를 망각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중국은 이 기념관을 내외국인에게 무료로 개방한다. 기념관 측은 매년 600만 명의 중국인이 이곳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신기자들은 난징기념관과 난징 당안국 관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외신기자들을 단체로 초청해 대학살 현장을 보여주는 중국당국의 의도가 뭔지를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와 과거사 문제로 첨예한 갈등을 벌이는 일본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목적이 담겨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중국정부가 올해 제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을 계기로 대대적인 대일 역사공세를 예고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기념관 관계자 등은 이런 질문에 확대해석은 경계하면서도 난징대학살의 존재마저 부정하려는 일부 일본 정치인들과 지식인들에 대한 압박 목적의 일환이라는 점은 굳이 숨기려 하지 않았다.

난징대학살 생존자 중 한 명인 샤수친(夏淑琴) 할머니는 이날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일가족 7명이 일본군에 의해 어떻게 살해됐는가를 구체적으로 증언하며 눈물을 흘렸다. 샤 할머니는 인터뷰 말미에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고 말했다.

난징대학살이 발생한 지 이미 70여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중국인들 가슴에 남은 깊은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 않은 듯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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