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열병식> 국공합작 부각 양안관계의 향배는

<中열병식> 국공합작 부각 양안관계의 향배는

입력 2015-09-03 08:51
업데이트 2015-09-03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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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대선·92공식 문제로 양안관계 불투명

70년전 일본이 정식으로 항복을 선언한 날(1945년 9월2일) 저녁 장제스(蔣介石) 국민당 주석은 자신의 충칭(重慶) 관저에 마오쩌둥(毛澤東) 공산당 주석과 저우언라이(周恩來) 부주석을 초대했다.

당시 중국을 이끄는 총통으로서 항일전쟁에서 함께 싸운 공산당 지도부와 항전 승리를 축하하는 자리를 갖자는 취지였다.

마오쩌둥 등 공산당 지도부가 대거 참석한 이날 연회에서 장 총통은 “오늘은 일본이 투항한 날로 마오쩌둥 선생이 여기 왔으니 즐거움이 더한다”고 말했다. 마오쩌둥도 장제스에 감사를 표하며 함께 승리를 축하했다.

3일 중국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롄잔(連戰) 전 대만 국민당 주석이 대만 고위인사로서는 처음으로 참석함으로써 국공(國共·국민당과 공산당) 합작의 역사가 새삼스레 부각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지난 1일 롄 전 주석과 만난 자리에서 “항일전쟁 승리는 대만 동포를 비롯한 전 민족이 단결해 투쟁한 결과”라며 “일제의 침략으로 민족이 존망이 흔들릴 때 국공 양당은 항일 민족통일전선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중국은 이번 전승절 기념일을 맞아 국민당 출신의 항전 노병들을 열병식에 초청하는 등 일제 침략에 맞서 함께 싸웠다는 동질감을 유난히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의 역사적 인연을 매개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가 다시 급속도로 진전하는 계기가 마련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항일전쟁 과정에서 국공합작이 두차례나 깨지고 4년간의 국공 내전을 거쳐 국민당이 대만으로 축출됐던 역사 만큼이나 양안관계가 쉽게 급진전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오산이다.

엄연히 항일전쟁의 주력은 국민당으로 공산당은 보조를 취했을 뿐이라는게 대만의 시각이다. 70년전 장제스의 마오쩌둥 연회 초대도 당시 중국의 주류는 국민당이었던 점을 상기시키는 일화이기도 하다.

그동안 대만 정부는 장제스 주석이 이끈 국민당 정부의 항일투쟁이 중국 공산당에 의해 잊히는 것을 경계해왔다.

대만에서도 이에 따라 3일 항일전쟁 승리를 기념하는 대대적인 행사가 벌어졌다. 특히 마잉주(馬永九) 현 대만 정부는 롄 전 주석과 노병들의 열병식 참석에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마 총통은 공개적으로 “(롄 전 주석에게) 참석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입장을 거듭 전달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양안관계 진전의 최대 걸림돌이 될 대목은 ‘92공식’(九二共識) 문제다. 중국과 대만이 1992년 합의한 92공식은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중국과 대만이 각자의 명칭을 사용하기로 합의한 원칙이다.

중국이 열병식을 계기로 국공합작을 부각시키는 이유도 내년 1월 대만의 총통 선거에서 92공식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민진당으로의 정권교체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 집권당인 국민당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기존 중국의 대(對) 대만 정책인 ‘하나의 중국’ 기조를 유지시켜 나가려는 것이다.

그는 이번 롄 전 주석과 면담에서도 국공 양당은 92공식과 ‘대만독립 반대’를 기초로 양안 관계를 발전시켜왔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당으로서도 과거 국민당 시절의 ‘본토수복’ 국시를 잊어가는 젊은 세대 유권자와 본성인들을 중심으로 한 대만 독립파 세력이 힘을 얻어가는 상황을 무시할 수 없다.

대놓고 양안관계를 진척시키는 것은 선거전략상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최근 친일 언행으로 논란을 일으킨 본성인 출신의 리덩후이(李登輝) 전 총통이 92공식을 “위조의 산물”이라고 일축한 것도 양안의 파고가 앞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대목이다.

특히 대선 승리가 유력시되는 민진당의 차이잉원(蔡英文) 후보가 승리시 양안관계의 현상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면서도 ‘유연한 대만독립’을 주창하며 92공식의 인정을 거부하고 있는 점은 중국이 주목하고 있는 부분이다.

시 주석은 앞서 92공식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양안의 신뢰가 무너지고 양안관계가 험난해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류궈주(劉國柱) 중국 저장대 교수는 “앞으로 대선 과정에서 민진당도 양안관계 문제, 특히 92공식에 대한 답변을 더이상 피해나갈 수 없을 것”이라며 “차이 후보의 대선승리시 양안관계는 퇴보할 것이고 긴장속의 평화, 또는 냉전 상황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또 미국과 일본의 개입이라는 대외적 변수가 자리잡고 있어 양안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정치적인 부분과는 별개로 양안은 실무적으로는 거리를 지속적으로 좁혀나가고 있다. 중국과 대만은 18개월간의 협의 끝에 지난달 25일 푸저우(福州)에서 민간 항공 안전 협정과 이중과세 회피 협정에 합의했다.

양측은 앞으로 환경보호 협력, 대표처 설립 등 문제를 놓고 지속적으로 협의를 벌여나가기로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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