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베이징 한복판 6만명 시위… ‘파룬궁 시위’ 이후 최대 규모

中베이징 한복판 6만명 시위… ‘파룬궁 시위’ 이후 최대 규모

이창구 기자
이창구 기자
입력 2017-07-25 22:48
수정 2017-07-26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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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 금융회사 투자자들 당국이 회사 대표 체포하자 “우린 빈민 자선단체” 주장

중국의 수도 베이징 한복판에서 6만명이 시위를 벌였다. 환경 문제나 노동쟁의, 당국의 부당한 처사를 중앙정부에 알리기 위한 항의 시위인 ‘상팡’(上訪)이 베이징에서 종종 열리기는 하지만 이처럼 큰 규모의 시위는 이례적이다. 특히 중국은 가을 19차 당 대회를 앞두고 사회 안정을 최고 목표로 삼고 있다.
지난 24일 중국 베이징 다훙먼 국제회의센터 앞에서 다단계 금융회사 투자자 6만여명이 투자 회사 대표를 체포한 정부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시위에 이렇게 많은 인원이 모인 것은 1999년 파룬궁 수련자 1만명이 집결한 ‘4·25 상팡’ 이후 처음이다. 명보 홈페이지 캡처
지난 24일 중국 베이징 다훙먼 국제회의센터 앞에서 다단계 금융회사 투자자 6만여명이 투자 회사 대표를 체포한 정부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시위에 이렇게 많은 인원이 모인 것은 1999년 파룬궁 수련자 1만명이 집결한 ‘4·25 상팡’ 이후 처음이다.
명보 홈페이지 캡처
25일 홍콩 명보 등에 따르면 전날 베이징의 다훙먼 국제회의센터 부근에 전국 각지에서 모인 다단계 금융회사 투자자 6만여명이 모여 당국이 회사 대표를 체포한 것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문제의 회사는 선전에 있는 ‘산신후이 문화전파유한공사’로, 빈곤층이 3000위안(약 48만원)을 투자하면 2주 뒤에 3900위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선전하며 투자자를 모았다. 산신후이는 자선기구임을 자처하며 ‘자본유통’으로 모두가 잘사는 사회, 이상적 사회주의 경제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공안 당국은 최근 산신후이 대표 장톈밍을 금융사기 혐의로 체포했다. 이 회사에 돈을 낸 사람은 550만명에 이른다.

다훙먼 주변 곳곳에서 시위를 벌인 투자자들은 “당국은 박해를 중단하라. 우리는 진정으로 빈민구제를 원하고 있다. 당 중앙은 법치와 정의를 바로 세우라”고 주장했다. 반정부 시위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공산당 만세’를 외치기도 했다. 시위대 일부는 톈안먼 광장에서 집회를 열려고 했으나 공안에게 저지당했다.

베이징 공안은 시위 인파가 늘어나자 다훙먼 지하철역을 봉쇄하고 시위대 일부를 연행했다. 공안은 또 시위 현장에서 영상과 뉴스가 전파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전파방해차량을 배치했다.

이날 시위는 1999년 4월 25일 발생한 파룬궁(法輪功)의 ‘4·25 상팡’ 이후 최대 인파였다. 당시 파룬궁 수련자 1만여명은 고위층 집단거주지인 중난하이를 포위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후 중국은 대대적 파룬궁 단속에 나섰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2017-07-2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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