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탄 맞고 쓰러진 홍콩 남고생…홍콩 경찰 “정당방위”

실탄 맞고 쓰러진 홍콩 남고생…홍콩 경찰 “정당방위”

오달란 기자
오달란 기자
입력 2019-10-02 18:05
업데이트 2019-10-0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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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민주 진영 “독립 조사위가 경찰 강경진압 조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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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쏜 실탄 맞고 쓰러진 시위대
경찰 쏜 실탄 맞고 쓰러진 시위대 신중국 건국 70주년 국경일인 1일 홍콩에서 열린 시위에 참가한 시민이 진압 경찰이 쏜 실탄에 맞아 쓰러져 있다. 2019.10.1
SNS 동영상 캡처 로이터 연합뉴스
홍콩 경찰이 지난 1일 시위 현장에서 18살 고등학생의 가슴에 실탄이 든 권총을 쏴 충격을 줬지만 경찰은 불법 폭력시위에 대한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했다.

시위대를 비롯한 시민들은 경찰의 과잉 대응을 주장하면서 독립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경찰의 강경진압을 조사하자고 촉구했다.

총격 사건은 신중국 건국 70주년 국경절에 벌어졌다. 이날을 ‘애도’하며 송환법 반대 시위를 벌인 시위대는 오후 4시 홍콩 췬완 지역의 타이호 거리에서 경찰과 충돌했다.

10여 명의 시위대가 경찰을 둘러싸고 공격하던 중 경찰에게 발로 걷어차인 한 명의 시위 참여자가 경찰의 옆에서 쇠막대기를 휘둘렀다.

이 사람 쪽으로 몸을 돌린 경찰은 들고 있던 권총으로 실탄을 발사했다. 권총의 총구에서 불꽃이 튀면서 총알이 발사됐고, 가슴을 맞은 시위 참여자가 뒷걸음질치다가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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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맞고 쓰러진 시위대
총 맞고 쓰러진 시위대 신중국 건국 70주년 국경일인 1일 홍콩에서 열린 시위에 참가한 한 시민이 진압 경찰이 쏜 실탄에 맞아 쓰러져 있다. 2019.10.1
SNS 동영상 캡처 로이터 연합뉴스
홍콩 췬완 지역의 공립학교인 호췬위 중등학교 5학년(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18세 남학생 청즈젠이었다.

경찰은 실탄에 맞은 청즈젠에게 응급조치를 즉시 취하지 않았다. 현장에 있던 경찰들은 고무탄을 쏠 수 있는 총기와 최루액 발사기도 소지하고 있어 다른 방식으로 시위대를 제압할 수 있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청즈젠의 흉부 엑스선 사진을 보면 왼쪽 폐 부위 두 곳에 총알 파편이 박혀 있다. 총알은 심장 왼쪽 3cm 위치에 박혀 심장을 간신히 비켜 갔다.

다행히 전날 밤 탄환 적출 수술을 받은 청즈젠은 이날 안정을 되찾았다고 홍콩 언론은 전했다.

한 의료진은 “폐나 심장에 총알이 박히는 것은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며 “다행히 수술이 잘 마무리됐고, 그의 나이나 신체 상태 등을 고려할 때 살아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홍콩 경찰은 2일 이런 대응이 정당방위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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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범죄인 송환법에 반대하는 시위 도중 경찰의 실탄을 맞고 중상을 입은 고등학생 청즈젠의 학교 친구들이 경찰의 강경 진압을 규탄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19.10.2  AFP 연합뉴스
1일 범죄인 송환법에 반대하는 시위 도중 경찰의 실탄을 맞고 중상을 입은 고등학생 청즈젠의 학교 친구들이 경찰의 강경 진압을 규탄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19.10.2
AFP 연합뉴스
홍콩 경찰 수장인 스테판 로 경무처장은 전날 25명의 경찰이 다친 것을 강조하면서 “시위대가 쇠몽둥이와 벽돌, 화염병을 들고 매우 폭력적으로 경찰을 공격해 일선 경찰관들의 생명이 심각하게 위협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찰이 여러 차례 경고했지만, 시위대가 이를 무시해 총을 쏠 수밖에 없었다”며 “경찰의 실탄 발사는 시위대의 공격에 대한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대응이었다”고 총을 쏜 경찰을 옹호했다.

홍콩 경찰 관계자는 “경찰 훈련 지침에 따르면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총기를 사용할 권한이 주어진다”며 “팔이나 다리를 겨냥하기 힘들기 때문에 몸통을 겨냥하도록 훈련받는다”고 해명했다.

범민주 진영 의원 24명은 공동 성명을 내고 “경찰이 고등학교 2학년생에게 근거리에서 총을 쏜 것은 정당방위를 넘어선 공격 행위”라며 “경찰은 철저한 해명과 책임자 처벌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콩 야당은 전날 고등학생 피격이야말로 범민주 진영이 주장하는 독립 조사위원회 구성이 왜 필요한지 여실히 보여준다면서, 경찰의 과잉 진압을 조사할 독립 조사위원회 구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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