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땅’서 ‘무덤’으로…中서 사라지는 ‘K브랜드’

‘기회의 땅’서 ‘무덤’으로…中서 사라지는 ‘K브랜드’

류지영 기자
류지영 기자
입력 2021-12-19 18:08
수정 2021-12-19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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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스마트폰 사업 위기에 중국사업혁신팀 신설
현대차·기아, 중국 판매량 12만의 최저치로 하락
현지업체 기술 높아져 K브랜드 ‘넷크래커’ 신세
“中 기업 해외진출 본격화되면 한국 브랜드 퇴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아랍에미리트(UAE) 출장을 위해 이달 6일 서울김포비지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출국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중국 사업 위기 상황을 진단하기 위해 이달 말 출장길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신문 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아랍에미리트(UAE) 출장을 위해 이달 6일 서울김포비지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출국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중국 사업 위기 상황을 진단하기 위해 이달 말 출장길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신문 DB
그간 한국 기업들에 ‘기회의 땅’으로 여겨지던 중국 소비자 시장이 ‘무덤’으로 바뀌고 있다. 삼성전자는 수년째 이어지는 스마트폰 사업 부진에 극약 처방을 내리고자 혁신팀을 신설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공장 매각과 고위 경영진 교체 등 다양한 조처에도 올해 ‘최악의 판매량’ 성적표를 받게 될 것이 확실시된다. 한국 브랜드 제품들이 선진국에는 인지도 경쟁에서, 토종 업체들에는 가격 경쟁에서 밀리는 ‘넛크래커’(호두까기 도구) 신세가 됐다는 분석이다.

19일 중국 소식통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디바이스 경험(DX)부문장인 한종희 부회장 직속 중국사업혁신팀을 꾸렸다. 한 부회장이 중국 사업 전반에 걸쳐 ‘대수술’을 집도하겠다는 뜻이다. 과거 중국인들이 ‘부의 상징’으로 여기던 삼성의 휴대전화가 자취를 감추는 등 어려움이 커지자 ‘이대로 둬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말에 이재용 부회장이 중국 위기 상황을 확인하고자 중국 출장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13∼2014년 삼성전자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0%를 넘었지만 2019년부터 1% 밑으로 떨어졌다. 샤오미와 화웨이, 오포, 비보 등 현지 제품들이 급성장한 결과다.
현대차가 지난달 중국 광저우 수출입상품교역회전시관에서 개막한 ‘2021 광저우 국제모터쇼’에서 중국형 차량을 전시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현대차가 지난달 중국 광저우 수출입상품교역회전시관에서 개막한 ‘2021 광저우 국제모터쇼’에서 중국형 차량을 전시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한때 중국 시장에서 고속 질주하던 현대차·기아에도 ‘경고등’이 켜진 지 오래다. 중국승용차연석회의(CPCA)에 따르면 올해 1~11월 현대차는 34만 9000대, 기아는 14만 1000대를 판매했다. 코로나19 사태와 반도체 대란으로 판매가 거의 중단되다시피 했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도 각각 22%, 28% 줄었다. 올해 판매량은 2009년(81만대) 이후 12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기업들은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일본 기업을 넘어서는 특수를 누렸다. 한국에 대한 중국인들의 호감도가 높았고 조선족의 기여도 상당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따르면 2019년 우리나라 전체 중국법인 매출은 1475억 달러(약 171조원)로 전성기인 2013년(2502억 달러)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각에서는 현 상황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결정으로 중국 정부가 ‘한한령’(한류제한령)을 내린 결과로 본다. 하지만 극심한 미중 충돌 상황에서도 애플은 올해 10월 현지 업체를 누르고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 역시 2012년 센카쿠열도(중국명 다오위다오) 영유권 분쟁으로 홍역을 치렀음에도 건재하다. 중국에서 ‘K브랜드’의 가치가 크게 하락했다는 냉정한 분석이 나온다.

베이징의 한국 기업인은 “앞으로 5~10년 뒤가 진짜 문제”라며 “가성비를 내세운 중국 브랜드와의 경쟁이 본격화하면 각국에서 K브랜드 퇴조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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