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민주주의 종말이 닥친다

홍콩 민주주의 종말이 닥친다

류지영 기자
류지영 기자
입력 2023-05-29 01:08
수정 2023-05-29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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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마 자격 심사 등 공안정국 지속
민주파 제2야당 공민당 끝내 해산
최대 야당조차 소멸 가능성 커져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으로 공안 정국이 지속되는 홍콩의 유력 정당인 공민당이 해산을 결의했다. 제2야당인 공민당에 이어 최대 야당인 민주당도 머지않아 소멸될 가능성이 커 ‘홍콩 민주주의가 종말을 고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홍콩 명보 등에 따르면 공민당은 전날 특별 회원대회에서 창당 17년 만에 정당 해산을 결의했다. 대회 참석자 31명 가운데 찬성 30표, 기권 1표로 스스로 당의 문을 닫는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공민당은 차기 집행부를 뽑는 선거에 입후보자가 나오지 않자 “정당 해산 수순을 밟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앨런 렁 공민당 주석은 “민주 법치를 수호하고 홍콩의 권익을 지키고자 창당했다”면서 “정상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걸어야 할 길을 걸었고 이제 종점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공민당은 렁 주석 등 개혁 성향 변호사들이 주축이 돼 2006년 3월 창당했다. 2012년 입법회(의회) 선거에서 6석을 얻어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냈고, 홍콩 내 민주화 시위가 한창이던 2019년 11월 구의회(전체 497석) 선거에서 32명을 당선시켜 파란을 일으켰다. 당시 홍콩을 휩쓸던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제1야당인 민주당과 함께 참석해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지만, 이듬해 중국 정부가 홍콩보안법을 제정하면서 탄압이 본격화됐다.

앨빈 융 등 공민당 출신 입법회 의원들이 국가 전복 혐의로 구속기소됐고, 렁 주석과 공민당을 공동 창당한 탄야 창은 대만으로 피신했다. 입법의원과 구의원들의 탈당 및 의원직 사임이 이어지면서 공민당은 모든 의석을 잃은 채 2021년 12월 입법회 선거에는 후보조차 내지 못했다.

현재 홍콩에서는 반중 성향 빈과일보가 폐간하고 민주화 시위를 이끌던 민간인권전선도 해산하는 등 범민주파 단체들이 모조리 궤멸 상태에 빠졌다.

홍콩 당국은 2021년 5월 피선거권자의 출마 자격을 사전 심사해 ‘친중 애국자’만 출마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한 데 이어 지난 2일에는 직선 의원 수를 크게 줄인 구의회 선거 개편안도 발표했다.

전체 497석 가운데 452석이던 선출직 의석수를 88석으로 줄이는 대신 정부 임명직(179석), 친중 진영 지역위원회 자체 선출직(176석), 직능 대표 당연직(27석)을 늘렸다. 오는 11월 구의회 선거에 민주당이 후보를 내 의석을 ‘싹쓸이’한다고 해도 전체 의석의 20%가 되지 않는다. 4년 전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392석을 차지한 ‘황쓰(노란 리본·민주화 운동 상징) 혁명’도 불가능해졌다.
2023-05-29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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