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노동당 보기 드문 공동전선 총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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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디크 칸 런던 시장. 사진=EPA 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사디크 칸 런던 시장 등 영국의 보수, 노동당 핵심 인사들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에 대한 지지가 득세할 조짐을 보이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오는 23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에서 잔류 결정이 나오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칸 시장은 AP통신 인터뷰에서 “EU가 우리 삶의 방식에 중요하다고 믿는다면 우리는 집집, 골목골목, 도시도시에서 함께 캠페인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EU 잔류가 중요하다고 본다”며 “우리의 미래를 위해 EU 잔류가 매우 중요하다고 동료 시민들을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칸 시장의 이 같은 격한 발언은 투표일이 다가오면서 브렉시트를 둘러싼 찬반 의견의 경쟁이 치열해졌음을 방증하는 것으로 비친다.
특히 칸 시장은 노동당 소속이지만 보수당의 수장인 데이비드 캐머론 총리와 브렉시트 반대 캠페인을 함께 펼쳐왔다.
AP통신은 세간의 이목을 크게 끌어모으는 사안에 대한 이 같은 공동 총력전이 벌어지는 것은 영국 정계에서 드물다고 보도했다.
다만 제러미 코빈 노동당 당수는 잔류를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으나 그 정도가 상대적으로 미지근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동당은 이민자들로 인해 피해를 보는 집단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며 EU 잔류의 대안을 나름대로 제시하고 있다.
칸 시장은 브렉시트가 영국 경제에 끼칠 악영향을 유권자들이 고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우리가 EU를 떠나면 런던에 본사를 둔 미국, 일본, 중국 기업들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는 많은 다국적 기업이 5억명 규모의 단일시장인 EU에 진입하기 위한 도약대로 런던을 활용한다는 점을 언급하는 말이다.
칸 시장은 “우리가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와 하는 교역은 또 어떻게 할 것이냐”며 “이건 진정으로 중요한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도 노동당 지지자들에게 국민투표에서 잔류를 선택해줄 것을 호소했다.
고든 전 총리는 “우리는 900만 노동당 유권자들이 EU에 잔류함으로써 최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쉬지 않고 계속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EU는 출산휴가 수당, 휴가 수당, 주간근무 상한, 기업 인수합병 때 노동자 이직권 등 노동권익을 보장해왔다”고 설명했다.
FT는 브라운 전 총리의 캠페인 가세가 브렉시트 반대 진영으로서 매우 급박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서 긴급하게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보수, 노동당은 지지자들에게 잔류 선택을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으나 전통적 지지층이 투표를 고작 열흘 앞두고 이에 동조하지 않는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 10일 일간지 인디펜던트가 205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브렉시트 찬성이 반대에 무려 10% 포인트나 앞섰다.
이날 FT의 설문조사에서도 찬성이 46%로 반대 44%를 소폭 앞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캐머런 총리는 EU를 떠날 때 받을 경제적 충격 때문에 정부가 지출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BBC방송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EU를 떠난다면 성장, 일자리, 연금에 위험을 안게 되는 것”이라며 “잘못된 선택이기 때문에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유권자들을 압박했다.
그러면서 “잔류는 상식”이라며 “중립적인 기관들에서 혼란스러운 통계 자료가 마구 쏟아지고 있지만 상식적인 논리가 있는데, 그건 바로 우리 자동차 제조업자, 항공기 제조업자, 금융 서비스, 보험업자 등이 모두 잔류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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