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자흐 당국 제공 AP 연합뉴스

카자흐스탄 구호요원들이 27일 알마티 국제공항을 이륙 직후 콘크리트 담장과 이층집 건물을 들이받은 벡 에어 국내선 여객기 추락 현장에서 구호 작업을 펼치고 있다.
카자흐 당국 제공 AP 연합뉴스
카자흐 당국 제공 AP 연합뉴스
사고 여객기 Z92100 편은 이날 아침 7시 21분(한국시간 오전 10시 21분) 93명의 승객과 승무원 5명을 태우고 이 나라 최대 도시인 알마티 공항을 이륙해 새 수도 누르술탄으로 향할 예정이었지만 채 1분도 안돼 고도를 잃고 콘크리트 담장을 들이받은 뒤 2층 짜리 건물을 들이받았다. 플라이트레이더 24에 따르면 여객기는 정상 활주보다 조금 일찍 기체 고도를 올렸다가 곧바로 추동력을 잃고 하강한 것으로 나타난다. 그나마 기장이 콘크리트 담장과 건물을 들이받으며 피해를 최소화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동체는 두 동강이 났다. 어린이들을 포함해 60명이 인근 병원들로 후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22명 정도가 중태인 것으로 알려져 사망자가 더 늘 가능성이 있다.


생존자 마랄 에르만은 이륙하는 동안 기체가 심하게 흔들렸으며 처음에는 다시 (이륙을 포기하고) 착륙을 시도하는 줄 알았는데 사실은 “뭔가와 부딪쳤다. 다만 기내는 그다지 혼란스럽지 않았다. 승무원들이 출구를 열어 나가라고 해 나와서 돌아보니 기체가 두 동강 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장에 가까운 곳에 있는 로이터 통신 기자는 추락 현장 주변에 짙은 안개까 끼어 있었다고 전했는데 아직 사고 원인과 관련해 이렇다 하게 전해진 바는 없다. 카자흐 당국은 곧바로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수사본부를 차린다고 발표했다.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 대통령은 희생자 친척들에게 “깊은 유감”을 표명한 뒤 사고 책임이 있는 이들을 엄벌하겠다고 공언했다.
벡 에어 항공은 1999년 VIP 승객 수송을 타깃으로 창립했으며 지금은 카자흐 제1의 저비용 항공사로 일곱 대의 포커-100 소형 여객기를 운용하고 있다. 알마티에서는 지난 2013년 1월 29일에서도 참사가 빚어졌다. 북부 콕세타우를 출발한 경비행기가 추락해 20명이 목숨을 잃었다. 불과 한달 전에도 카자흐 정보국 고위 관리들을 태운 군용기가 이 나라 남부에 떨어져 27명이 희생됐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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