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톤헨지 거대한 돌들의 출처, 죽음 앞둔 미국인 덕에 규명

스톤헨지 거대한 돌들의 출처, 죽음 앞둔 미국인 덕에 규명

임병선 기자
입력 2020-07-30 11:18
수정 2020-07-30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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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에서 옮겨온 작은 청석과 달리 25㎞ 떨어진 곳 확인

기원 전 2500년쯤에 세워진 스톤헨지 유적 가운데 정중앙 대사암 거석들이 25㎞ 떨어진 말보로 남쪽 웨스트우즈에 온 것으로 확인됐다고 과학자들이 29일(이하 현지시간) 주장하고 나섰다. 사진은 지난 6월 20일(현지시간) 이 조형물이 세워진 이유이기도 한 하지 축하를 위해 코로나19 사태 와중에도 사람들이 몰려들까봐 순찰을 돌고 있다. 로이터 자료사진 연합뉴스
기원 전 2500년쯤에 세워진 스톤헨지 유적 가운데 정중앙 대사암 거석들이 25㎞ 떨어진 말보로 남쪽 웨스트우즈에 온 것으로 확인됐다고 과학자들이 29일(이하 현지시간) 주장하고 나섰다. 사진은 지난 6월 20일(현지시간) 이 조형물이 세워진 이유이기도 한 하지 축하를 위해 코로나19 사태 와중에도 사람들이 몰려들까봐 순찰을 돌고 있다.
로이터 자료사진 연합뉴스
영국 윌트셔 지방의 솔즈베리 평원에 자리한 세계적인 미스터리 유적 스톤헨지의 대사암(sarsen) 거석들이 어느 곳에서 왔는지 밝혀졌다고 BBC가 29일(현지시간) 전했다.

기원 전 2500년쯤에 세워진 스톤헨지 유적의 정중앙에 말발굽 모양으로 늘어선 청회석 대사암 거석은 평균 7m, 가장 큰 것의 높이는 9.1m나 되며 가장 무거운 것은 30t이나 나간다. 진작에 더 작은 청석(블루스톤)들은 250㎞ 떨어진 웨일스의 펨브로케셔에서 온 것으로 확인됐지만 지금까지 거대한 대사암의 출처는 규명되지 못했다.

그런데 학자들이 60년 가까이 잊혀졌던 암석 샘플 덕분에 스톤헨지 거석들을 훼손하지 않고도 15개의 조형물을 이루는 52개의 연회색 대사암 가운데 50개가 이곳에서 25㎞ 떨어진 윌트셔의 말보로 다운스 가장자리에 위치한 웨스트우즈에서 가져왔음을 밝혀낸 것이다.

이 대목에서 의문점이 고개를 든다. 그동안 왜 이런 간단한 사실조차 규명되지 못했느냐는 것이다. 유물을 훼손하지 않고 암석 샘플을 채취할 방법이 없어서였던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윌트셔에는 워낙 대사암들이 널려 있어 굳이 출처를 규명하는 것이 당장 집중해야 할 목표도 아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데 지난해 로버트 필립스(당시 89) 가족들이 갑자기 1m 길이가 넘는 암석 샘플을 영국에 돌려준 일이 발생했다. 그는 1958년 균열된 거석들을 안정시키기 위해 금속막대를 집어 넣어 받치는 작업에 참여했다가 이 때 뽑아낸 암석 막대를 기념품으로 보관하고 있었다. 그러다 1977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면서 영국 당국의 허락을 받고 이를 미국에 가져갔다는 것이다.
1958년 파괴된 스톤헨지 거석들을 다시 올려세우며 안정화 작업을 하는 모습. 기원 전 2500년 전에는 이런 기중기도 없었을텐데 어떻게 이 거대한 돌덩이들을 옮기고 들어올렸는지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히스토릭 잉글랜드 제공 BBC 홈페이지 캡처
1958년 파괴된 스톤헨지 거석들을 다시 올려세우며 안정화 작업을 하는 모습. 기원 전 2500년 전에는 이런 기중기도 없었을텐데 어떻게 이 거대한 돌덩이들을 옮기고 들어올렸는지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히스토릭 잉글랜드 제공
BBC 홈페이지 캡처
물론 영국에 막대를 반환할 때까지 누구도 이런 사실을 알지 못했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 좋은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그의 판단이 옳았는지 그는 결국 지난해 세상을 떠났다.

이 암석 막대의 화학 성분을 분석해보고 윌트셔는 물론 노포크부터 데본까지 토양에서 추출한 성분들과 일일이 비교하고 나중에 파괴 실험까지 해보니 웨스트우즈의 바위 성분들과 똑같았다는 것이다.

연구를 주도한 브라이튼 대학의 지질학자 데이비드 내쉬 교수는 “그 돌들이 어떻게 현장으로 옮겨졌는지는 여전히 추측할 수밖에 없다”며 “돌의 크기로 보아 끌고 가거나 롤러를 이용해 스톤헨지로 옮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아직 정확한 경로를 모르지만 적어도 이제 스톤헨지의 시작점과 끝점을 갖게 됐다”면서 “우리가 알아낸 것이 스톤헨지 건설에 들어간 엄청난 노력에 대해 사람들이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게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스톤헨지 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잉글리시 해리티지 재단의 수전 그리니는 “스톤헨지를 세운 이들은 자신들이 발견할 수 있는 가장 크고 가장 의미있는 돌들을 당연히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져오고 싶어했을 것이다. 이번에 발견된 증거는 스톤헨지를 세우는 과정에 그들이 얼마나 주의깊게 심사숙고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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