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르 가르뎅, 손수 디자인한 ‘칼 장식된 검정 관’에 누워 영면

피에르 가르뎅, 손수 디자인한 ‘칼 장식된 검정 관’에 누워 영면

임병선 기자
입력 2021-01-03 09:21
수정 2021-01-03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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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이하 현지시간) 세상을 떠나 2일 파리 북부 몽마르뜨르 묘역에 안장된 디자이너 피에르 가르뎅이 지난 2016년 7월 9일 프랑스 남부 보니유에서 열린 패션쇼 도중 관객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신화 자료사진 연합뉴스
지난달 29일(이하 현지시간) 세상을 떠나 2일 파리 북부 몽마르뜨르 묘역에 안장된 디자이너 피에르 가르뎅이 지난 2016년 7월 9일 프랑스 남부 보니유에서 열린 패션쇼 도중 관객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신화 자료사진 연합뉴스
지난달 29일(이하 현지시간) 9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프랑스의 세계적인 디자이너 피에르 가르뎅이 2일 파리 북부 몽마르뜨르 묘역에 안장됐다. 그의 시신은 생전에 손수 디자인한 검정색 관에 누운 채로 안장됐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관 뚜껑에는 칼 하나가 장식돼 있었는데 가위처럼 양쪽 날이 있었다. 바늘귀, 골무와 실패가 얽혀 있었다.

방송은 고인이 1993년 세상을 떠난 파트너 안드레 올리버 곁에 안장됐다고 전했다. 사업 파트너를 의미하는지, 동성애 파트너를 의미하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다만 죽어서 동업자 곁에 눕기를 바라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란 추정을 할 수 있겠다. 1947년 영화감독이었으며 나중에 문화부 장관이 되는 장 콕토의 소개로 만나 첫 번째 재단사로 일하며 평생 스승으로 모셨던 크리스티앙 디오르는 확실히 동성애자였다.

이탈리아에서 피에트로 코스탄테 가르뎅으로 태어난 고인은 어릴적 프랑스로 이주해 나중에 귀화했다. 70년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2차 세계대전 후 모던 스타일로 기성복의 황금 시대를 개척함으로써 패션계에 혁명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들었다. 1950년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패션 회사를 만들어 유명한 거품 드레스를 1954년 내놓아 명성을 일궜고 1964년 스페이스 에이지 컬렉션 무대를 열었다.

유족들은 파리 근교 한 병원에서 그가 세상을 떠났다고 전하면서 AFP 통신에 “고인이 일생을 통해 보여준 대담함과 지속적인 열정”에 자랑스러움을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고인의 부음이 알려지자 전 세계 패션계는 일제히 추모했는데 같은 프랑스 디자이너 장 폴 고르티에는 “패션으로 향하는 문들을 열어 내 꿈이 가능하도록 만든” 고인의 노력에 감사할 따름이라고 애도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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