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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살도 참는데 영국 총리는 왜 파티 못 참나”

“일곱살도 참는데 영국 총리는 왜 파티 못 참나”

오달란 기자
오달란 기자
입력 2022-01-26 16:44
업데이트 2022-01-2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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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쇄령에 파티 취소한 아이 칭찬한 보리스 존슨


‘파티게이트’ 로 곤혹...사퇴 요구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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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25일(현지시간) 영국 하원 의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2022.1.26 AFP 연합뉴스
지난 2020년 3월, 7살인 조세핀 부스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에게 손 편지를 썼다.

“총리 아저씨, 오늘이 제 생일인데요. 아저씨가 집에 있으라고 해서 그렇게 하고 있어요. 엄마랑 아빠가 생일파티도 취소할 것 같지만 저는 괜찮아요. 모두가 안전하길 바라니까요. 우리 모두 괜찮을 수 있게 열심히 일해주세요.”

하트 그림과 사랑이 담긴 소녀의 편지에 존슨 총리는 친히 답장을 썼다.

“조세핀, 생일 축하해! 집에 있다는 얘기에 기쁘구나. 파티를 못 하게 된 건 유감이지만…. 우리는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모든 의무를 다 해야 해. 바로 너처럼! 정말 잘했어. 너는 정말 좋은 모범을 보여줬단다. 우리가 함께한다면 코로나를 물리칠 수 있을 거고 넌 ‘분명히’ 친구들과 파티를 할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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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지난 2020년 3월 21일, 코로나19 봉쇄령으로 생일 파티를 취소한 7살 어린이 조세핀 부스의 편지에 보낸 답장. 2022.1.26  트위터 캡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지난 2020년 3월 21일, 코로나19 봉쇄령으로 생일 파티를 취소한 7살 어린이 조세핀 부스의 편지에 보낸 답장. 2022.1.26
트위터 캡처
두 사람이 주고받은 편지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되면서 코로나19 봉쇄령으로 삭막하고 고립된 봄을 보내던 영국 국민들은 잠시나마 미소 지을 수 있었다.

존슨 총리는 조세핀의 편지와 자신의 답장을 트위터에 게재하면서 “조세핀은 생일 파티를 연기하면서 우리 모두에게 훌륭한 본보기가 됐다”고 쓰기도 했다. 조세핀처럼 하자라는 뜻의 해시태그 #BeLikeJosephine도 달았다.

훈훈했던 편지는 22개월 후 존슨 총리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됐다. 영국 국민들이 봉쇄령으로 외부 활동의 제약을 묵묵히 참아내던 시기에 존슨 총리는 직원 30여명의 축하를 받으며 생일파티를 벌였다는 의혹이 터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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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29일(현지시간) 23살 연하인 약혼녀 캐리 시먼즈와 결혼식 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실 정원에서 찍은 사진. AFP 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29일(현지시간) 23살 연하인 약혼녀 캐리 시먼즈와 결혼식 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실 정원에서 찍은 사진.
AFP 연합뉴스
전날 영국 ITV는 존슨 총리의 배우자인 캐리 존슨의 주도로 지난 2020년 6월 19일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에 있는 총리실에서 56살 생일을 맞은 존슨을 위한 깜짝 파티가 열렸다고 보도했다. 당시는 실내 사적 모임이 금지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적용되던 시기였다.

직원들이 모여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슈퍼에서 사온 음식을 나눠 먹었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총리실 측은 정식 파티가 아니라 생일 케이크를 전달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허핑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존슨 총리를 풍자하는 트윗이 잇따르고 있다. 방송인 아딜 레이는 “이제 조세핀이 나라를 이끌 수 있는 것 아닌가”라는 글을 남겼고, 한 시민은 2020년 딸이 30개의 곰 인형을 놓고 5번째 생일 파티를 벌인 사진을 올리며 #파티게이트, #캐리 앙투아네트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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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크 폴러드 영국 하원의원의 트위터. 2022.1.26  트위터 캡처
루크 폴러드 영국 하원의원의 트위터. 2022.1.26
트위터 캡처
노동당 하원의원인 루크 폴러드도 2020년 4월 남자친구와 집에서 단둘이 생일을 보낸 사진을 게재하면서 “파티도, 법 위반도 없었다. 나도 할 수 있는 것을 왜 총리는 할 수 없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존슨 총리의 생일 파티를 포함해 코로나19 봉쇄기간 방역지침을 어기고 총리실과 정부청사에서 부적절한 파티가 벌어졌다는 의혹에 대해 정부와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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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시다 딕 영국 런던경찰청장
크레시다 딕 영국 런던경찰청장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연루된 ‘파티게이트’를 수사하고 있다고 밝힌 크레시다 딕 영국 런던경찰청장. 2022.1.25
AFP 연합뉴스
크레시다 딕 런던경찰청장은 정부 조사팀에서 받은 정보와 자체 분석을 토대로 파티게이트를 수사하고 있다고 25일(현지시간) 의회에 밝혔다.

총리실은 존슨 총리가 경찰 조사에 최대한 협조할 예정이라면서도 법 위반은 없었다고 밝혔다.

영국 내각부 공무원 수 그레이가 지휘하는 진상조사팀의 조사 보고서는 이르면 이날 밤 존슨 총리에게 제출된 후 이튿날 공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오달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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