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멧 지원’ 보복?… 우크라 대통령, 독일 장관 면담 돌연 취소

‘헬멧 지원’ 보복?… 우크라 대통령, 독일 장관 면담 돌연 취소

이정수 기자
이정수 기자
입력 2022-02-08 12:16
수정 2022-02-10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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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독일이 군사 지원 등 안 해서 취소”
우크라 측 “일정 오류”…정치적 해석 경계
獨장관, 노르트스트림2 폐기 답변 거부
獨총리도 美정상회담 후 관련 언급 자제

아날레나 베어보크(왼쪽) 독일 외무장관과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이 7일(현지시간) 키예프에서 연 공동 기자회견 후 마스크를 쓰며 웃고 있다. 키예프 EPA 연합뉴스
아날레나 베어보크(왼쪽) 독일 외무장관과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이 7일(현지시간) 키예프에서 연 공동 기자회견 후 마스크를 쓰며 웃고 있다. 키예프 EPA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위기의 외교적 해법 모색을 위해 7일(현지시간) 키예프를 방문한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면담이 돌연 취소됐다. 우크라이나 측은 “일정 오류”라고 공식 해명했지만, 면담 취소는 의도된 것이었다는 미국 CNN의 보도가 나왔다.

CNN은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과 베어보크 장관의 면담 취소 사실을 전하면서 베어보크 장관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 독일이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은 폐기할 것인지에 대한 답변을 거부했고,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면담이 취소됐다고 우크라이나 정부와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날 베어보크 장관과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의 회담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쿨레바 장관은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면담이 취소된 데 대해 대통령의 일정상 문제라고 밝히면서 “이와 관련해 어떤 종류의 음모도 만들지 말아달라”며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독일은 최근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을 우려하는 우크라이나의 군사 장비 지원 요청을 거부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는 독일에 전함과 대공방위 시스템 등 중화기 지원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독일은 다른 나라에 살상 무기를 공급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해왔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인 에스토니아가 독일산 무기인 122㎜ D-30 곡사포의 우크라이나 이전을 승인해달라는 요청도 거절했다.

이후 독일이 우크라이나와 나토 회원국들의 비판 여론을 의식해 방탄 헬멧 5000개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우크라이나의 조롱을 샀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비탈리 클리츠코 시장은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독일 정부의 행태에 말문이 막힌다. 다음엔 베개라도 보낼 건가”라고 쏘아붙였다.

올라프 숄츠(왼쪽) 독일 총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정상회담 후 워싱턴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DC UPI 연합뉴스
올라프 숄츠(왼쪽) 독일 총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정상회담 후 워싱턴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DC UPI 연합뉴스
한편 이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에서 가진 정상회담에서도 노르트스트림2를 둘러싼 이견이 감지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노르트스트림2는 중단될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반면 숄츠 총리는 대러시아 제재에 있어 미국과 같은 입장이라고 밝히면서도 노르트스트림2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삼갔다.

숄츠 총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도 “독일이 모든 (나토) 동맹국, 특히 미국과 함께할 것이라는 점은 절대적으로 확신할 수 있다. 우리는 동일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노르트스트림2 언급은 거부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베어보크 장관과의 만남을 거부한 것에 대해 묻는 질문엔 아는 바가 없다면서 “내가 그를 그곳에 보냈고, 최전방에서 그가 상황을 가늠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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