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폭격’ 우크라 참상
피란 통로 개설 휴전 기간 폭격
병동 파괴 임산부 등 20명 사상
젤렌스키 “아이들이 깔려 있어”
‘고립’ 마리우폴 추위·기아 사투
英 “러 ‘진공 폭탄’ 사용 확인”
우크라이나 남부 해안도시 마리우폴의 구급대원들이 9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무차별 폭격에 의해 파괴된 산부인과 병동에서 구조한 임부를 이송하고 있다.
마리우폴(우크라이나) AP 연합뉴스
마리우폴(우크라이나) AP 연합뉴스
마리우폴 시의회는 이날 러시아군이 공중에서 여러 발의 폭탄을 투하했다고 밝혔다. AP통신과 CNN방송은 최근까지 아이들이 치료받던 병동이 완전히 파괴됐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현재까지 여자 어린이 등 최소 3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영상을 통해 “아이들이 건물 잔해에 깔려 수색하고 있다”며 이번 폭격을 잔혹한 ‘전쟁범죄’로 규정했다. 그는 “아동병원을 공격하는 러시아는 어떤 나라인가”라고 반문한 뒤 “세계는 언제까지 공범이 될 것인가. 당장 하늘을 닫아 달라”며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재차 촉구했다.
캐서린 러셀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이사는 지난 2주간 우크라이나에서 100만여명의 어린이가 피란길에 올랐고, 최소 37명이 사망했다고 공표했다.
폭격은 현지시간으로 오전 9시부터 12시간 동안 피란 통로 개설을 위한 휴전이 합의된 상태에서 강행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24일 침공 이후 구급차와 의료 시설에 대한 공격 18건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제사회의 비난도 거셌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민간인들이 그들과 무관한 전쟁에서 가장 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 이 말도 안 되는 폭력을 멈추라”고 했다.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은 “병원을 폭격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러시아군에 포위된 채 휴전과 인도적 대피가 수차례 반복된 마리우폴의 고립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세르히 오를로프 마리우폴 부시장은 침공 이후 최소 1170명의 민간인이 숨졌다고 집계했다.
주민들은 일주일째 전기와 가스·수도가 끊긴 상태에서 공습 공포뿐 아니라 추위, 굶주림과도 사투 중이다. 시 중심부 묘지의 구덩이마다 숨진 주민들이 집단 매장됐지만 여전히 거리에 시신들이 널려 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인구 40만여명의 마리우폴은 친러 반군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와 2014년 러시아에 병합된 크름반도를 잇는 전략적 요충지다.
한편 러시아군이 지난 4일 키이우(키예프) 북동쪽 체르니히우 공격 때 ‘진공 폭탄’으로 불리는 열압력탄을 썼다고 영국 국방부가 밝혔다. 화염과 폭발 압력을 극대화한 열압력탄은 무차별 살상 효과로 국제법상 엄격한 규제를 받는 무기다.
안동환 전문기자
이재연 기자
이재연 기자
2022-03-11 1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