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우폴 극장에서 130여명 구조 … “‘대피소 있다’ 방송 20분만에 폭격”

마리우폴 극장에서 130여명 구조 … “‘대피소 있다’ 방송 20분만에 폭격”

김소라 기자
김소라 기자
입력 2022-03-18 05:41
수정 2022-03-18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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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우폴 시의원 “건물 살아남아”... 지하실에 생존자 있는 듯
“현지 방송서 ‘대피소 있다’ 언급 20분만에 폭격”

러시아어로 ‘어린이’ 써놓은 대피소 폭격 전후
러시아어로 ‘어린이’ 써놓은 대피소 폭격 전후 미국 상업위성 업체 맥사가 지난 14일(현지시간) 촬영한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의 ‘드라마 극장’ 전경. 건물 앞과 뒤쪽 2곳(흰색 원)에 러시아어로 ‘어린이들’(дети)이라는 단어가 크게 적혀 있다. 러시아군의 공격을 막으려고 극장 내부에 어린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려 한 것으로 보인다(왼쪽). 이런 절박한 노력에도 러시아군은 16일 극장을 폭격했고 건물 벽과 지붕이 무너져 내렸다(오른쪽). 수백명에서 최대 1200명의 민간인이 극장 안에 있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사상자 규모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마리우폴 AP·로이터 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러시아의 폭격으로 무너진 우크라이나 남동부 마리우폴 시내 극장에서 지금까지 생존자 130여명이 구조된 것으로 알려졌다. 마리우폴시 관계자는 극장이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으며 생존자들이 상당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17일 영국 BBC는 “마리우폴 극장에서 130여명이 구조됐다”면서 “극장에 대피해 있던 사람들이 지하실에서 살아남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마리우폴 시의원 드미트로 구린은 “대피소(극장)가 공격을 견뎌냈다”면서도 “무너진 건물 잔해가 건물 입구를 막고 있고 러시아군이 포격과 폭탄 투하를 멈추지 않고 있어 구조작업이 어렵다”고 전했다.

마리우폴 도심에 위치한 이 극장은 마리우폴 시내 최대 규모의 민간인 대피소다. 세르게이 오를로프 마리우폴시 부시장은 이곳에 최대 1200명이 머물고 있다고 밝혔으며,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이곳에 500명에서 800명까지 머물고 있었던 것으로 추산했다.

러시아군이 이 극장이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대피소임을 알고 고의로 공격했다는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미국 민간 위성업체 맥사가 14일 촬영한 사진에는 이 극장의 앞뒤에 러시아어로 ‘어린이들’이라는 글자가 크게 새겨져 있다. 이 글자가 위성사진에도 포착될 정도였던 탓에, 이 극장을 폭격한 러시아군 비행기 조종사가 이곳이 대피소임을 몰랐을 리 없다는 주장이다.

드미트로 구린 시의원은 독일 도이체벨레(DW)와의 인터뷰에서 “이 극장이 폭격을 당하기 직전 마리우폴 측은 이곳이 어린이와 여성들을 위한 대피소임을 알리려는 분명한 노력이 있었다”고 밝혔다. 구린은 “이날 오후 2시 마리우폴 현지 방송에서 ‘어린이와 여성들이 지하실에 대피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언급이 있었는데, 불과 20분만에 러시아군의 폭탄이 투하됐다”면서 “실수였을 수 없다. 조종사는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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