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부치치 “푸틴 마음 이해해”… 세르비아는 왜 러시아에 동조할까

부치치 “푸틴 마음 이해해”… 세르비아는 왜 러시아에 동조할까

이정수 기자
이정수 기자
입력 2022-03-26 16:12
업데이트 2022-03-26 16:39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다른 유럽 국가와 달리 푸틴 지지 시위 많아
세르비아, 대러 제재 동참 않고 하늘길 유지
코소보 도와 세르비아 폭격한 나토에 악감정
코소보 독립 승인하지 않는 러시아엔 우호적
새달 재선 노리는 대통령은 친러 여론 눈치
“갈 곳 없는 푸틴, 서방과 계속 싸울 수 밖에”

최근 러시아를 탈출해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 온 마리나(41)가 지난 17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벽화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베오그라드 AFP 연합뉴스
최근 러시아를 탈출해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 온 마리나(41)가 지난 17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벽화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베오그라드 AFP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모스크바에서 1700㎞ 떨어진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로 탈출한 마리나(41)는 그곳에도 푸틴 정권의 선전이 긴 팔을 뻗고 있음을 알게 됐다고 25일(현지시간) AFP통신이 전했다.

마리나는 “내가 러시아에서 온 것을 알게 되면 세르비아의 일부 주민들은 ‘러시아를 지지한다’고 얘기한다”면서 “그들의 지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그가 벌인 전쟁에 대한 지지로까지 확장된다”고 말했다.

AFP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최소 수백명 이상의 러시아인들이 푸틴 정권을 피해 세르비아에 왔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러시아로 통하는 하늘길을 모두 틀어막은 것과 달리 세르비아는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몇 안 되는 정기 비행 노선을 운영하고 있어서다.

24일(현지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1000여명의 극단적 민족주의 지지자들이 러시아 국기(오른쪽)와 세르비아 국기(왼쪽)를 들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세르비아 국기에서 국장 문양을 빼면 두 나라의 국기는 상하 반전된 형태로 국기에 쓰인 3가지 색상은 슬라브주의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베오그라드 AFP 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1000여명의 극단적 민족주의 지지자들이 러시아 국기(오른쪽)와 세르비아 국기(왼쪽)를 들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세르비아 국기에서 국장 문양을 빼면 두 나라의 국기는 상하 반전된 형태로 국기에 쓰인 3가지 색상은 슬라브주의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베오그라드 AFP 연합뉴스
그러나 세르비아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하기보다는 푸틴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베오그라드에서는 세르비아 정부가 러시아에 대한 서방에 제재에 동참하는 것을 반대하는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국민 상당수가 러시아의 침공을 지지하고 있으며, 이는 세르비아가 유럽에서 예외적인 국가임을 보여준다고 AFP는 설명했다.

마리나는 “세르비아 사람들은 러시아발 ‘선전 폭격’을 받고 있고,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의 파괴된 도시와 죽은 사람들의 사진도 가짜라고 믿고 있다”면서 “푸틴 지지자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결국 대화를 포기하게 된다”고 말했다.

24일(현지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지지 시위에 참석한 사람들이 세르비아 국기(왼쪽)과 러시아 국기(오른쪽), 그리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초상화를 흔들고 있다. 베오그라드 AFP 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지지 시위에 참석한 사람들이 세르비아 국기(왼쪽)과 러시아 국기(오른쪽), 그리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초상화를 흔들고 있다. 베오그라드 AFP 연합뉴스
세르비아 인구 80% 이상을 차지하는 세르비아인은 남슬라브족 일파로 주 민족이 동슬라브족인 러시아와는 역사적으로 범슬라브주의를 공유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세르비아 내 친러 분위기는 1998~1999년 벌어진 코소보 전쟁과 그로 인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의 깊은 감정의 골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1989년 당시 신 유고연방(세르비아 전신)의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대통령이 이슬람교를 믿는 알바니아계가 다수인 코소보 지역의 자치권을 박탈하면서 코소보의 분리독립 투쟁이 본격화했다. 코소보 해방군의 무장투쟁이 이어진 끝에 1998년 2월 28일 결국 전쟁이 벌어졌고 미국과 나토가 참전하는 국제전으로 확대됐다. 서방은 코소보에서 벌이는 유고연방군의 학살을 막는다며 세르비아 곳곳에 폭격을 가했고, 나토의 폭격으로 수백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진다.

코소보는 2008년 2월 독립을 선언했지만 세르비아는 여전히 이 지역을 자국 영토로 간주하며 독립을 승인하지 않고 있다. 유엔 회원국 가운데서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영국·프랑스·독일 등 약 50%에 해당하는 국가가 코소보 독립을 인정하고 있지만, 중국·러시아 등 나머지 절반의 국가들은 독립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전쟁에 반대하며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행진을 벌이고 있다. 베오그라드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20일(현지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전쟁에 반대하며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행진을 벌이고 있다. 베오그라드 로이터 연합뉴스
물론 세르비아에 친러 여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쟁에 반대하며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시위도 꾸준히 열리고 있다. 그러나 세르비아인 다수는 코소보를 인정하지 않는 푸틴 정권에 보다 우호적인 여론을 갖고 있기에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 역시 러시아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부치치 대통령은 다음달 3일로 예정된 세르비아 대선·총선에서 재선을 노리고 있으며, 그가 속한 진보당의 지지자들은 친러 경향을 띈다.

블룸버그통신은 부치치 대통령이 러시아와 유럽연합(EU)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려 고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일 유엔의 러시아 규탄 결의안에 찬성한 141개국에 세르비아도 함께 이름을 올렸지만, 대러 제재에 동참하라는 EU의 압력에는 따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 AFP 연합뉴스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 AFP 연합뉴스
부치치 대통령은 25일 세르비아 현지 방송 B92에 출연해 “나는 전 세계 지도자 99%보다 푸틴 대통령을 더 잘 알고 있고 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서방이 그를 놀라게 했고 지금 갈 곳이 없어진 그는 서방과 계속 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러 제재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석유, 가스, 석탄, 철강, 식량 가격이 오르면 상황이 바뀐다”며 “우리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고 노력할 것이고, 나는 우리를 위해 가장 공정하고 최선을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답했다.
이정수 기자

많이 본 뉴스

‘금융투자소득세’ 당신의 생각은?
금융투자소득세는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의 투자로 5000만원 이상의 이익을 실현했을 때 초과분에 한해 20%의 금투세와 2%의 지방소득세를, 3억원 이상은 초과분의 25% 금투세와 2.5%의 지방소득세를 내는 것이 골자입니다. 내년 시행을 앞두고 제도 도입과 유예,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
일정 기간 유예해야 한다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