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유럽 국가와 달리 푸틴 지지 시위 많아
세르비아, 대러 제재 동참 않고 하늘길 유지
코소보 도와 세르비아 폭격한 나토에 악감정
코소보 독립 승인하지 않는 러시아엔 우호적
새달 재선 노리는 대통령은 친러 여론 눈치
“갈 곳 없는 푸틴, 서방과 계속 싸울 수 밖에”
최근 러시아를 탈출해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 온 마리나(41)가 지난 17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벽화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베오그라드 AFP 연합뉴스
마리나는 “내가 러시아에서 온 것을 알게 되면 세르비아의 일부 주민들은 ‘러시아를 지지한다’고 얘기한다”면서 “그들의 지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그가 벌인 전쟁에 대한 지지로까지 확장된다”고 말했다.
AFP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최소 수백명 이상의 러시아인들이 푸틴 정권을 피해 세르비아에 왔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러시아로 통하는 하늘길을 모두 틀어막은 것과 달리 세르비아는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몇 안 되는 정기 비행 노선을 운영하고 있어서다.
24일(현지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1000여명의 극단적 민족주의 지지자들이 러시아 국기(오른쪽)와 세르비아 국기(왼쪽)를 들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세르비아 국기에서 국장 문양을 빼면 두 나라의 국기는 상하 반전된 형태로 국기에 쓰인 3가지 색상은 슬라브주의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베오그라드 AFP 연합뉴스
마리나는 “세르비아 사람들은 러시아발 ‘선전 폭격’을 받고 있고,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의 파괴된 도시와 죽은 사람들의 사진도 가짜라고 믿고 있다”면서 “푸틴 지지자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결국 대화를 포기하게 된다”고 말했다.
24일(현지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지지 시위에 참석한 사람들이 세르비아 국기(왼쪽)과 러시아 국기(오른쪽), 그리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초상화를 흔들고 있다. 베오그라드 AFP 연합뉴스
1989년 당시 신 유고연방(세르비아 전신)의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대통령이 이슬람교를 믿는 알바니아계가 다수인 코소보 지역의 자치권을 박탈하면서 코소보의 분리독립 투쟁이 본격화했다. 코소보 해방군의 무장투쟁이 이어진 끝에 1998년 2월 28일 결국 전쟁이 벌어졌고 미국과 나토가 참전하는 국제전으로 확대됐다. 서방은 코소보에서 벌이는 유고연방군의 학살을 막는다며 세르비아 곳곳에 폭격을 가했고, 나토의 폭격으로 수백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진다.
코소보는 2008년 2월 독립을 선언했지만 세르비아는 여전히 이 지역을 자국 영토로 간주하며 독립을 승인하지 않고 있다. 유엔 회원국 가운데서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영국·프랑스·독일 등 약 50%에 해당하는 국가가 코소보 독립을 인정하고 있지만, 중국·러시아 등 나머지 절반의 국가들은 독립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전쟁에 반대하며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행진을 벌이고 있다. 베오그라드 로이터 연합뉴스
블룸버그통신은 부치치 대통령이 러시아와 유럽연합(EU)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려 고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일 유엔의 러시아 규탄 결의안에 찬성한 141개국에 세르비아도 함께 이름을 올렸지만, 대러 제재에 동참하라는 EU의 압력에는 따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 AFP 연합뉴스
그는 대러 제재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석유, 가스, 석탄, 철강, 식량 가격이 오르면 상황이 바뀐다”며 “우리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고 노력할 것이고, 나는 우리를 위해 가장 공정하고 최선을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답했다.
이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