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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했던 ‘대영제국’ 시대 저물고 … 변화 내몰린 불안한 영국

화려했던 ‘대영제국’ 시대 저물고 … 변화 내몰린 불안한 영국

김소라 기자
김소라 기자
입력 2022-09-11 03:02
업데이트 2022-09-11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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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지 않는 나라’ 마지막 상징인 여왕 서거
정치 불신·인플레이션·영연방 위기 등 숱한 난관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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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70년이라는 영국 역사상 최장기 군주 재임 기록을 남기고 지난 8일 96세를 일기로 서거했다. BBC 캡처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70년이라는 영국 역사상 최장기 군주 재임 기록을 남기고 지난 8일 96세를 일기로 서거했다. BBC 캡처
“누군가에게는 여왕의 서거가 런던 브릿지가 무너진 것처럼 보인다.” (미 뉴욕타임스)

“국내외의 도전의 시기에 영국은 미지의 영토에 들어섰다.”(미 워싱턴포스트)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서거는 영국의 ‘화려했던 시대의 종말’로 받아들여진다. 외신들은 여왕의 서거를 계기로 영국이 숱한 과제와 직면하며 시험대에 올랐다고 진단했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의 마지막 상징이었던 여왕을 잃은 영국이 국가 정체성의 변화에 내몰렸고 영국 사회는 불안감을 피할 수 없게 됐다는 분석이다.

英 혼란의 시대에 떠난 마지막 구심점
뉴욕타임스(NYT)는 10일(현지시간) 영국인들은 자국의 정체성과 세계에서의 자국의 역할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있으며 ‘금욕의 나라’로 알려진 영국이 불안에 휩싸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엘리자베스 2세의 서거 직전인 최근 수년 간의 영국은 혼란의 연속이었다.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브렉시트(Brexit)’ 이후 생겨난 무역장벽으로 공급난에 시달리고 있다. 북아일랜드를 EU 단일 시장에 남겨두는 ‘북아일랜드 의정서’를 일방적으로 수정하려 하면서 EU와의 관계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영국 간호사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영국 간호사 영국왕립간호대학(RCN) 홈페이지
정치적으로는 보리스 존슨 전 총리의 코로나19 대응 실패와 ‘파티게이트’ 논란 등으로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연간 물가상승률은 지난 7월 10.1%을 기록한데다 가파른 에너지 요금 상승으로 내년 겨울에는 물가상승률이 20%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파운드화 가치는 37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철도와 공항, 의료 등 공공분야에서는 물가상승률에 걸맞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파업의 물결이 끊이지 않고 있다.

리즈 트러스 신임 총리가 에너지 요금을 동결하면서 악화된 민심을 수습하려 고군분투하지만 역부족이다. 트러스 총리의 비교적 낮은 인지도와 그의 감세 정책에 대한 비판이 임기 초반부터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에서 독립 여론이 고조되는 시기와 엘리자베스 2세의 서거가 맞물린 것도 의미심장하다. 스코틀랜드 자치정부는 내년에 스코틀랜드의 독립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다시 추진한다. 북아일랜드에서는 아일랜드와의 통일을 추구하는 신페인당이 제1당으로 올라섰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 웨일즈 지역에서는 엘리자베스 2세 개인에 대한 지지와는 별개로 영국 왕실과 군주제에 대해서는 회의론이 상당 부분 퍼져있다고 진단했다.

영연방 국가들 사이에서도 영국 국왕을 군주 자리에서 내몰고 공화정으로 전환하려는 물결이 일고 있다. 지난해 중남미 카리브해 바베이도스가 대통령을 선출하며 공화정을 수립했고, 호주에서는 공화정 전환에 힘을 싣는 노동당이 집권했다.

대영제국에서 ‘겸손한 섬나라’로
국제사회에서의 위상도 예전만 못하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엘리자베스 2세가 영국이 식민 제국에서 ‘겸손한 섬나라’로 축소되는 시대의 상징이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대(對) 러시아 강경론을 이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핵심 동맹국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브렉시트와 뒤이은 EU와의 갈등으로 과거에 비해 서방에서의 입지가 좁아졌다는 것이다.
30일(현지시간) 바베이도스 브리지타운에서 열린 바베이도스 공화국 전환 기념식에서 샌드라 메이슨 초대 대통령이 의자에 앉아 영국 찰스 왕세자의 축사를 듣고 있다. 브리지타운 로이터 연합뉴스
30일(현지시간) 바베이도스 브리지타운에서 열린 바베이도스 공화국 전환 기념식에서 샌드라 메이슨 초대 대통령이 의자에 앉아 영국 찰스 왕세자의 축사를 듣고 있다. 브리지타운 로이터 연합뉴스
이같은 숱한 난관을 찰스 3세 국왕과 트러스 총리가 헤쳐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론이 분분하다. 찰스 3세는 엘리자베스 2세에 비해 무게감이 현저히 떨어지며, 이미 74세로 영국을 다시 단합시킬 새로운 상징이 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영국 가디언은 지적했다. 트러스 총리 역시 의원내각제 체제애서 보수당원 8만명의 표로 당선됐다는 빈약한 지지 기반이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고 WP는 덧붙였다.
김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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