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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 도쿄에 앉는 데만 7년… 협박에도 함께 앉은 1600 日양심

소녀상, 도쿄에 앉는 데만 7년… 협박에도 함께 앉은 1600 日양심

김진아 기자
김진아 기자
입력 2022-04-03 22:26
업데이트 2022-04-04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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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부자유전’ 항의 속 재개

우익 방해에도 입장권 모두 팔려
자원봉사자·변호사 300명 지원
“과거 잘못·현재 반발 부끄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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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일본 도쿄도 구니타치시 구니타치시민예술홀 갤러리에서 열린 ‘표현의 부자유(不自由)전 도쿄 2022’에서 한 관람객이 ‘평화의 소녀상’ 옆에 앉아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지난 2일 일본 도쿄도 구니타치시 구니타치시민예술홀 갤러리에서 열린 ‘표현의 부자유(不自由)전 도쿄 2022’에서 한 관람객이 ‘평화의 소녀상’ 옆에 앉아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평화의 소녀상’을 보고 일본이 과거 잘못했던 일을 알게 돼 부끄럽습니다. 이 전시회를 둘러싸고 저렇게 시끄럽게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정말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어요.”

지난 2일 일본 도쿄도 구니타치시 구니타치시민예술홀 갤러리에서 열린 ‘표현의 부자유(不自由)전 도쿄 2022’ 관람을 마친 70대 남성이 이같이 말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이 남성에게 전시회 소감을 묻는 내내 전시회장 밖에서는 일본 우익 인사들의 전시회 반대 시위가 확성기를 통해 끊임없이 이어졌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이 도쿄에서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전시된다. 7년 만에 열린 이번 전시회는 1600명분의 입장권이 모두 매진되는 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표현의 부자유전·도쿄실행위원회’(실행위)는 지난해 6월 도쿄 신주쿠구에서 전시회를 개최하려고 했지만 우익 단체의 협박으로 장소 대여가 어려워지면서 전시회를 열지 못했다. 앞서 2019년 8월 ‘아이치 트리엔날레’의 기획전으로 평화의 소녀상을 전시하려 했지만 이 역시 협박 때문에 전시가 사흘 만에 중단됐다. 지난해 7월 나고야에서도 폭죽으로 추정되는 물질이 배달돼 전시가 중단된 바 있다.

실행위는 도쿄도 중심부로부터 떨어진 구니타치시와 100여회 협의 끝에 겨우 전시회를 열기로 했지만 우익의 방해는 계속됐다. 개최 소식이 알려지자 구니타치시 측에 100여건에 달하는 항의 전화 및 메일이 쇄도했다. 이날도 ‘일본을 향한 모멸과 차별전인 표현의 부자유전을 중단하라’라고 쓴 플래카드를 들고 항의 시위를 하는 일본 시민, 전시장 진입을 시도하려다 경찰에 저지당한 우익 등으로 전시회장 주변은 소란스러웠다.

하지만 전시회 개최를 지지하는 뜻 있는 일본인들이 전시회장을 지켰다. 240명의 자원봉사자와 60명의 변호사가 힘을 합쳐 전시회 개최를 도왔다. 또 전시회를 지지하는 시민들은 ‘도쿄는 파시즘에 반대한다’라고 적은 플래카드를 들고 우익 시위에 항의했다. 오카모토 유카 실행위 공동대표는 “전시회가 협박 때문에 열리지 못한다면 이는 일본 민주주의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전시회에는 16명의 작가가 제작한 수십 점의 작품이 소개됐다. 평화의 소녀상 외에도 ‘겹겹-중국에 남겨진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 여성들’, ‘군마현 조선인 강제연행 추도비’ 등 한국과 관련된 작품들도 다수 소개됐다.

도쿄에서 온 한 50대 여성은 “평화의 소녀상을 보고 전쟁 상황에서 여성이 성폭력의 대상이 됐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거웠다”며 “아직도 한일 간 이 문제가 정리되지 못해 안타깝다. 일본이 정말 잘못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일제의 조선 침략 장본인인 히로히토 일왕을 비난한 작품으로 유명한 ‘원근(遠近)을 껴안고’도 전시됐다. 20대 남자 대학생은 “일본에서는 천황(일왕)을 공개 비난하는 게 드문 일인데 천황제를 반대하는 입장에서 작품을 직접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고 말했다.

글·사진 도쿄 김진아 특파원
2022-04-0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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