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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한에 당하고 싶지 않으면 뒤로 가라”...日전철 안내방송 물의

“치한에 당하고 싶지 않으면 뒤로 가라”...日전철 안내방송 물의

김태균 기자
입력 2022-09-09 17:05
업데이트 2022-09-09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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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범 카메라 많이 설치돼 있지만, 치한이 많이 계시니…”
도쿄 신주쿠역 승강장 역무원 ‘부적절 안내방송’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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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일본 도쿄 신주쿠역 JR사이쿄선 승강장에서 역무원이 “치한에게 당하고 싶지 않은 승객은 뒤쪽 차량을 이용해 달라”고 안내방송을 하고 있는 모습.후지TV 화면 캡처
지난달 30일 일본 도쿄 신주쿠역 JR사이쿄선 승강장에서 역무원이 “치한에게 당하고 싶지 않은 승객은 뒤쪽 차량을 이용해 달라”고 안내방송을 하고 있는 모습.후지TV 화면 캡처
“치한에게 당하고 싶지 않은 승객은 반드시 뒤쪽 차량을 이용해 주십시오.”

일본 도쿄의 전철역에서 역무원이 여성 승객들을 대상으로 부적절한 안내방송을 해 물의를 빚고 있다고 아사히신문 등이 8일 보도했다.

지난달 30일 오후 8시 45분 극심한 출퇴근길 혼잡으로 유명한 도쿄 중심부 신주쿠역의 JR사이쿄선 승강장에서 한 역무원이 “치한에게 당하고 싶지 않은 승객은 반드시 뒤쪽 차량을 이용해 달라”고 확성기 안내방송을 했다. 그는 “(역 구내에) 방범 카메라는 많이 설치돼 있지만, 치한은 많이 계신다”라고도 했다. 문제의 발언을 여러차례에 걸쳐 반복됐다.

전동차를 기다리던 승객들 중 상당수가 이 방송에 당혹스런 표정을 지은 가운데 일부 여성들은 실제로 뒤쪽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남성 승객은 “(앞쪽에 치한이 많다고 하는 바람에) 남성인 나도 (뒤쪽으로 가지 않고) 가만히 있기가 어정쩡했다”고 말했다.

철도회사가 치한 퇴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보다는 오히려 여성들에게 ‘알아서 피하라’는 식의 태도를 보인 데 대해 시민들의 비난이 이어졌다. 치한에 대해 ‘계신다’(いらっしゃる)라는 경어를 사용한 것도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물의를 빚은 역무원은 “열차의 앞쪽 칸들이 너무 붐벼서 덜 붐비는 뒤쪽 전동차를 많이 이용하기를 바라는 의도였다”고 말했다. 철도 운영사인 JR히가시니혼은 “혼잡한 시간대 승객들을 여러 차량으로 고루 분산하기 위한 의도였지만, 부적절한 표현이 있었다”라며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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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JR사이쿄선이 운행되고 있는 도쿄 신주쿠역. 후지TV 화면 캡처
일본 JR사이쿄선이 운행되고 있는 도쿄 신주쿠역. 후지TV 화면 캡처
역무원의 안내방송 장면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남성은 후지TV에 “승강장에 서 있는 남성들 가운데 일부는 반드시 치한일 것이라는 뉘앙스를 풍겼다”며 “성추행을 당하고 싶지 않으면 여성들이 알아서 이동하라는 말은 여성의 자기 책임론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발언”이라고 말했다.

한 20대 학생은 “치한은 예사로 있는 일이기 때문에 그런 일을 당하고 싶지 않으면 스스로 지키라고 말하는 듯 하다”고 말했다.

칼럼니스트 요시카와 밤비는 “문제의 방송은 ‘안내를 했는데도 굳이 붐비는 차량 안에 타고 있었던 게 문제’라는 식이 되어 치한을 당한 피해자의 자기책임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 뒤 “일본에 너무나 치한 행위가 일상화돼 피해가 너무 가볍게 다뤄지고 있음에 분노를 느낀다”고 아사히에 말했다.
김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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