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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굉음 뒤 화염 휩싸인 ‘공포의’ 가자시티

<르포> 굉음 뒤 화염 휩싸인 ‘공포의’ 가자시티

입력 2014-08-11 00:00
업데이트 2014-08-11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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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 없는 감옥’ 생활…이스라엘 또다른 공습 우려

‘슈우욱∼ 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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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염에 휩싸인 가자시티
화염에 휩싸인 가자시티 10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가자시티의 한 화학공장이 이스라엘군 공습을 받고 화염에 휩싸여 있다. 공장에서 내뿜은 검은 연기가 가자시티 하늘을 뒤덮었다.
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오후 7시15분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 상공을 가르는 굉음에 이어 시꺼먼 연기가 하늘 높이 치솟았다.

이 연기는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가자시티 전체를 뒤덮을 정도로 빠르게 퍼져 나갔다.

외신 기자들이 다수 모여있는 가자시티 ‘알 데이라’ 호텔에서 불과 400m 정도 떨어진 화학공장에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이뤄진 것이다.

기자가 곧바로 현장을 찾아가자 철골 구조의 공장 형체는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서져 있었다.

공장 내부에서는 시뻘건 불길이 이글거리며 타올랐다. 근처에서는 코로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지독한 냄새가 풍겼다.

소방차 2대가 현장에 출동해 쉴새 없이 물을 뿌려댔지만, 화학물질 연소에 따른 거센 불길을 막는 데 역부족이었다. 쇠로 된 천장과 외벽은 폭발과 불길에 이미 흔적마저 사라져버렸다.

경사진 곳에 위치한 공장에서 나온 노란색의 화학물질은 100여m가량을 흘렀다.

현장에서 만난 칼리드 라예스(23)는 “이것이 가자지구다”라며 “우리는 언제 어디서 폭격을 받을지 모르는 세계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가자의 알아즈하르대 재학 중인 라예스는 “가자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감옥이나 다름없다”면서 “지난 8년간 외부에 나가지도 못한 채 갇혀 지내면서 제대로 자유를 느껴보지도 못했다”고 했다.

공장에서 제2의 폭발도 우려됐지만 주변을 통제하는 경찰관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10대 초반의 어린이를 포함해 주민 수십 명이 화염에 휩싸인 공장에 다가가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고 구경을 했다.

자신을 무함마드(19)라고 소개한 한 팔레스타인 청년은 “한 달 넘게 지속한 이스라엘군의 공습에 주민들의 감정도 무뎌졌다”면서 “이제 일부는 이런 폭격이 두렵지도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공습이 이뤄지기 전부터 가자시티에서는 ‘위이∼윙’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스라엘군이 보낸 정찰기가 24시간 동안 가자 곳곳의 상공을 날아다니며 내는 소리였다.

기자가 하늘을 바라보니 흰색 정찰기 3대가 꽤 높은 상공에서 궤적을 달리하며 비행하는 장면이 눈에 띄었다.

이 정찰기는 가자시티는 물론 남부 라파 지역까지 가자 내부를 샅샅이 들여다보고 가끔은 직접 공습을 하기도 한다고 이곳 주민은 전했다.

이스라엘 무인기가 목표물의 위치를 알려주면 곧바로 이스라엘 F-16 전투기가 진짜 공습을 한다는 게 현지 주민들의 설명이다.

이스라엘 폭격이 가장 심했던 셰자이야 지역은 폐허나 다름없었다. 이 지역은 이스라엘의 집중 공격으로 하루 밤새 10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인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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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셰자이야. 이 지역은 건물 대부분이 파괴되면서 ’유령 마을’을 방불케했다.  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셰자이야. 이 지역은 건물 대부분이 파괴되면서 ’유령 마을’을 방불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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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셰자이야 모습. 이 지역은 건물 대부분이 파괴되면서 ’유령 마을’을 방불케했다.  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셰자이야 모습. 이 지역은 건물 대부분이 파괴되면서 ’유령 마을’을 방불케했다.
연합뉴스
가자시티에서 차량으로 15분가량 이동해 찾은 셰자이야는 ‘유령 마을’을 방불케 했다. 셰자이야 중앙 거리는 부서진 건물 파편과 쓰러진 나무로 차량이 이동하기조차 어려웠다.

수 백 채 건물은 주민이 더는 살 수 없을 정도로 산산이 조각나 있었다. 젊은 청년 일부가 폭격을 받은 집에서 쓸만한 물건을 찾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부서진 건물 잔해를 헤집던 하잠 하라라(22)는 “아무것도 남은 게 없다”며 “1층에 있는 부엌에 들어가려 해도 건물 잔해 때문에 그러지도 못한다”고 푸념했다.

셰자이야의 다른 주민 대부분은 또다시 이스라엘 폭격이 이뤄질 수도 있고 장기 휴전도 성사되지 않아 이곳에 오기를 꺼린다고 그는 밝혔다.

하라라는 “이곳은 민간인이 사는 곳”이라며 “이제는 평화를 원한다. 더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라라의 집에서 200m 떨어진 곳의 유니스 하비브(20)도 비슷한 처지였다.

5층짜리 건물에서 2층에 살았던 하비브는 파편 더미가 수북이 쌓이고 외벽 전체가 부서져 바깥이 훤히 보이는 거실을 돌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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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가자시티에서 어린이들이 잔해 더미에서 쓸만한 물건을 주워담고 있다.  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가자시티에서 어린이들이 잔해 더미에서 쓸만한 물건을 주워담고 있다.
연합뉴스
거실 한가운데 생긴 지름 60m가량의 구멍을 피해 쓸만한 집기류를 찾던 중이었다. 천장 일부가 내려앉고 기둥도 완전히 무너져 위험해 보였지만 하비브는 끝내 소파 쿠션 5개를 챙겨 집 밖으로 나왔다.

가자시티와 셰자이야를 둘러본 이날 저녁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새로운 72시간의 휴전을 수용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가자지구에도 전해졌다.

하지만, 가자시티 주민 일부는 “72시간의 휴전이 끝나고 나서는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예측할 수 없다”면서 시큰둥한 표정이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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