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민족 덮친 코로나 팬데믹… 언어·문화·역사까지 사라지나

소수민족 덮친 코로나 팬데믹… 언어·문화·역사까지 사라지나

이재연 기자
이재연 기자
입력 2020-10-07 21:00
수정 2020-10-08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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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페루 원주민 등 잇따라 숨져
전세계 언어 3분의1 이상 소멸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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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11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 참석하고 있다. 그는 이날 브리핑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다. AP 연합뉴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11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 참석하고 있다. 그는 이날 브리핑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다. AP 연합뉴스
코로나19에 걸린 아마존 원주민 부족 지도자인 아리타나 야와라피티(71)는 남은 생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했다. 그는 야와라피티어 등 원주민 5개 언어에 능통하지만, 부족에 급습한 코로나에 그의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은 아들 타피(42)를 빼고 2명밖에 남지 않았다. 이들 모두 70대의 고령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세계를 휩쓸면서 지구촌 소수 언어가 심각한 멸종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6일(현지시간) 전했다. 가뜩이나 이들 언어는 세계화와 도시 개발, 영어를 비롯한 주요 언어의 헤게모니에 밀려 고대부터 이어져 온 명맥 유지에 위협받고 있지만, 코로나로 고령의 화자들이 스러지면서 언어 전승의 고리마저 급속히 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언어학자들에 따르면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 6800개 언어 중 3분의1 이상이 곧 소멸될 위기에 처해 있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600개에 이르는 언어는 현재 심각한 사멸 위협을 받고 있고, 이 중 150여개 언어는 구사하는 이가 10명 이하에 불과하다. 이번 세기 말까지 상당수의 언어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페루, 브라질 등 남미의 열대우림을 비롯해 인도, 중국의 소수민족 언어가 위기 대상으로 꼽힌다. 페루는 로레타 지역에 코로나가 강타하며 수십개 언어가 한꺼번에 위기를 맞았다. 브라질 아마존 유역인 토칸틴스주의 아수리니 부족은 남은 24명 중 6명이 올해 코로나로 숨졌다. 인도에서 20년간 소수 언어인 사레어를 연구해 온 언어학자 안비타 아비는 “사람들이 언어 소멸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지만, 이들은 조금씩 조금씩, 그러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 언어가 사라지면 지구촌은 그 언어를 사용하는 민족의 고유한 사고방식, 역사, 문화, 뉘앙스를 잃는다고 언어학자들은 우려한다. 아리타나의 아들 타피는 부족 언어 보존을 위해 언어학자들과 함께 수개월간 아버지를 인터뷰해 언어를 옮겨 적고 문법을 체계화하고 교과서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우리는 실패할지도 모르지만 내 언어가 사라지도록 놔두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2020-10-0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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