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블라인드 사이드

[영화리뷰] 블라인드 사이드

입력 2010-04-13 00:00
업데이트 2010-04-13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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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편히 보는 스포츠 감동실화

“요즘 관객은 영악하다. 유명 영화 시상식에서 좋은 상을 거머쥐어도 흥행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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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만난 한 영화 홍보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하지만 여우주연상만큼은 다르다고 했다. 여우주연상을 탄 배우의 매력을 직접 눈 앞에서 확인하고자 하는 여성 관객들의 질투심리를 유발, 본전은 뽑는단다. 말의 진위 여부를 떠나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에 대한 관심이 대부분 올해 아카데미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자인 샌드라 불럭(오른쪽)에게 모아지고 있는 걸로 봐서 마냥 어불성설만은 아닌 듯싶다.

추수감사절 하루 전날 밤 백인 상류층인 앤(샌드라 불럭)의 가족은 추운 날씨에 셔츠만 걸친 거대 체구의 마이클(왼쪽·퀸튼 애론)을 발견한다. 가족도 없이 길거리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마이클을 본 앤은 하룻밤만 재워주고 돌려보내려 했지만 계속 그를 보살피게 된다. 가족은 점점 마이클을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마이클은 미식축구에 천부적인 운동 능력을 발휘하며 최고 스타가 된다. 현재 미국 볼티모어 레이븐스에서 활약 중인 26살의 프로 미식축구 선수 마이클 오어의 성공 실화다.

일단 불럭의 연기력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줄거리만 보더라도 앤은 무척 따뜻한 인물이다. 하지만 마냥 천사같지만은 않다. 약간 냉소적이기도 하고, 나름의 성깔도 있다. 백인 상류층 특유의 고상함을 녹이면서도 부단히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이중적 캐릭터다. 불럭은 어울리지 않는 두 요소를 참 잘 조화시켰다. 아카데미의 선택이 훌륭했다는 데 한 표를 던진다.

영화의 내용도 훈훈하고 무난하다. 이따금 나오는 유머와 위트도 부담없이 썩 잘 어울린다.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깊은 가족애를 보여주는 앤과 마이클의 사랑은 무척 인상적이다. 소재가 식상하니, 완성도가 떨어지니, 왈가왈부하는 것조차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 생각될 만큼 따뜻한 영화다. 그냥 맘편히 보면 딱 좋겠다.

비중으로 따지면 전자의 갈등이 발생하고 해결되는 데 110분, 후자는 20분 정도 할당됐다. 아예 전자의 성공 스토리에 모든 부분을 할애하거나 후자의 자아발견 스토리의 비중을 더 높였다면 어떨까 생각도 해 본다. 하지만 영화의 훈훈함을 저해시킬 만큼은 아니니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싶다. 15일 개봉.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2010-04-13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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